<폴리뉴스>와 월간<폴리피플>은 지난 7월 22일 레임덕 심화, 사드 후폭풍, 양당 당권경쟁, 8월 정국전망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 이명식 논설주간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최근 윤상현 의원 등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과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 등 범여권 내부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대통령 임기말의 레임덕 현상의 전형으로 보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함께 했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여부를 떠나 공론화 과정이나 결정과정의 졸속에 대해 지적했고 국민적 의견 수렴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개각이 예상되며 개각이 이뤄지더라도 대통령 통치 스타일을 감안하면 국정기조가 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보았다.   

박근혜 정권 레임덕 현상 심화 

사회 이명식 : 오늘 하실 말씀들이 많을 것 같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 여러 가지로 나라 상황이 어수선 하다. ‘윤상현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의혹’ 등에 대해 정권의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능구; :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지금 박근혜정부가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좌 병우, 우 경환’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청와대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중심을 잡아주고 정치권에서는 최경환 의원이 ‘친박’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 의원은 지난 4·13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했고, 언론으로부터는 ‘롯데기업 50억 수수설’ 보도가 나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이 합의된 당 대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여부를 이번 주까지 결정한다고 했지만 ‘친박’은 당초 무리한 공천파동을 겪으면서까지 추구했던 것이 당권 장악이었는데 어려운 상황이다. 우병우 수석의 문제는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고난을 벗 삼아 소신을 지키라’는 재신임과 관련된 메시지를 줬지만 버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민정수석으로서 진경준 검사장의 인사검증을 실패했다. 실제 여권에서도 자신의 직무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겠냐는 얘기가 많다. 그렇게 된다면 ‘레임덕’이 본격화 될 수밖에 없고,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정국운영·국정운영을 요구받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등의 흐름도 나타날 수 있다.

황장수 : 정운호·최유정 두 사람의 충돌로 일어난 법조비리 스캔들, 이 부분이 ‘홍만표 게이트’까지 가니까 검찰이 당황한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법조비리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면서 진경준 검사장 사건이 터져 나왔고 연이어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의혹까지 흘러왔다. 박근혜 정권은 롯데그룹 사정이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통해서 당내 비박·친이 세력에 대한 대규모 사정을 준비하면서, 그것으로 8월에 당권을 장악하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통한 대권구도, 개헌 등까지 나름대로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4·13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정권이 돌파구로 생각했던 이런 시나리오가 있어서 ‘친박’이  총선 참패에도 초기에는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비박’의 반발이 생기면서 ‘2차 녹취 폭로’, ‘최경환 50억 수수설’ 등으로 터져 나왔다. 당에서는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이 무력화되었고, 청와대에서는 사정을 지휘하는 ‘원톱’ 우병우 수석 비리 의혹이 터졌다. 우병우 수석이 앞으로 어떻게 되든 사실상 사정을 지휘하는 ‘원톱’으로서의 기능은 무력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로서는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까지 신뢰를 상실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다. 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장악전이 추악한 폭로 등으로 나타나면서 여권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기구들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유창선 : 최근 여권 관련 문제들이 터지는 배경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여당 내의 ‘친박’을 겨냥한 일련의 폭로와 의혹제기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 언론들에 의해 선도되는 점이 특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언한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길 바란다”는 발언도 보수언론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박 대통령과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언론이 대치하는 상태까지 간 것 같다. 이는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보수언론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대로는 여권의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고 ‘친박’이 뒤로 물러서지 않고서는 내년 정권을 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결국 ‘친박’을 무너트리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 흐름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년 대선까지 그런 작업이 계속될 것이고, 박 대통령이 그런 흐름을 막거나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지금은 일시적으로나마 불만을 토로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있지만, 그런 부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결국은 여권에서도 대선과 당 대회를 앞두고 ‘친박’의 영향력은 급격히 퇴보하고, 김무성·유승민·반기문 등의 대선 후보군의 경쟁으로 들어가면서 결국 권력 이동이 가시화되는 단계로 들어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김만흠 : 박 대통령과 더불어 같이 가는 여권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선 박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전통적인, 무조건적인 지지기반인 ‘팬덤’과 최고의 권력자라는 대통령으로서 누리는 힘이다. 그런데 둘 다 잃어가고 있다. 우선 최고 권력자 기반은 권력을 행사하는 시간이 말기로 가면서 끝나가는 상황이고, 마지막 무기였던 총선도 끝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이 검찰 권력이었는데, 이마저도 여기저기서 중심이 무너지고 있다. 사실상 기반이 무너졌다. ‘팬덤’ 현상의 실체도 박 대통령의 과거, 아니면 막연하게 미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발생했던 부분이고 현실에 토대를 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의 과거, 아니면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기반한 것이었다. 현실에 토대를 두고 보자면 박 대통령이 지난 3년 반 동안 무언가 기대를 충족시켜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충족시켜줬던 모든 상황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무리해서 본인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부분은 검찰을 통한 사정인데 그것조차 무너지고 있다. 다만 이 과정 속에서 새누리당의 일부 세력이 재정비를 하면서 독자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변수 정도가 있을 뿐이다. 집권여당의 ‘레임덕’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정권이 정권말기마다 문제점이 노출됐는데 이렇듯 완벽하게 터지는 시기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창선 : 이런 상황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박 대통령 특유의 오기가 또 다시 발동하고 있다는 점이 될 것 같다. 아마 역대 대통령 중 누구를 떠올려 봐도 이런 모습은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시작됐을 때 주변에서 문제점이나 의혹이 터져 나오면 일단 몸을 낮추면서 얘기를 하는 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는데, 박 대통령은 유독 조금도 몸을 낮추거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사드’는 안보문제니까 논외로 치더라도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민에 대한 송구스러움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흡사 국민과 여론을 상대로 승부를 보겠다는 식의 이런 모습은 역대 어떤 대통령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시대의 그 광경이 재연된 것 같다.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러서지 않고 굴복하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국정운영을 계속 한다고 가정했을 때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심각하게 우려된다. 

사회 이명식 :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리스크담당 부총재가 유럽으로 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는 문제도 있다. 대통령과 서강대학교 동문이고 또 부인도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다. 인사문제로는 굉장히 심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 정도 남았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서 보수세력 내부가 균열이 생기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국정운영을 할 것인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황장수 :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대한민국의 부패척결을 사정하는 데 우병우 민정수석이 아니면 안 된다거나, 경제를 살리는 것은 최경환 의원이 아니면 안 되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은 3인방이 아니면 안 된다고 조장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들을 조장하다보니 권력기반이 굉장히 협소해졌다. 청와대도 협소해졌고, 장관이 20여 명 정도 있지만 그 중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업무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는 인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지난번에 ‘사드’의 성주 배치가 결정됐을 당시 백화점에 옷 수선을 하러 갔다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나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총체적으로 공무원들의 기강이 무너져있다. 그들을 다잡을 수 있는 기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서 이정현·이주영·한선교 의원 등은 ‘친박’을 표방도 하지 않고 있다. 본래 ‘친박’에서는 최경환 의원의 출마가 예정되어 있었고 거기에 따른 계획이나 ‘룰’까지 계획하고 있었으나, 최 의원의 50억 수수설 등이 터져 나오면서 출마할 경우 다른 문제들이 또 폭로되거나 터질 것 같으니까 나오지 않았다. ‘공천개입 의혹 녹취록’을 봐도 소수가 권력에 굉장히 오만하게 심취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친박’도 실제로는 7~8명이 ‘친박’이고 나머지는 ‘친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당·정·청의 권력이 극소수화 되어 있는데, 그 권력들이 이번에 나란히 내부 투쟁 과정에서 총을 맞은 것이다. 그러면 이제 정부여당은 무엇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총을 쏜 게 나쁜 짓이라는 말만 대통령이 할 것인가. 이 부분은 대통령이 시각을 바꾸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 대통령이 지금 탈당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인사들을 데리고 당을 장악하고, 더 나아가 대선을 거쳐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차라리 대통령이 탈당을 한 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설득하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남은 임기 동안 업적을 남기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대통령 곁에서 잘못 이끌어가는 인사들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은 나중에 본인이 어떻게 기록될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만흠 :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배신의 정치’, ‘혼이 비정상’ 등과 마찬가지로 이번 ‘고난을 벗 삼아’도 어록에 남을 것 같다. 앞서 70년대 식 국정운영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외부적 환경이라든가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있을 때는 그런 발언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반대를 하거나 의견이 다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는 의문인데 새삼스럽지는 않다. 지난 3년 반 동안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국민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대통령으로서 근본적인 시각의 교정이 불가능한 인물이 대통령 자리에서 계속 집권하고 있는 것 같다. 최선의 방법은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시각을 바꾸라는 주문은 아무리 해도 불가능 할 것 같다. 집권여당도 국민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 대통령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 

김능구 :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결과가 중요하다. ‘친박’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인적구성을 굉장히 많이 바꿨다. 이번 전대는 당원·대의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가 반영된다. 대의원에 대한 추천권을 가지는 등 당원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는 ‘당협’ 위원장 하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고 볼 때, 당원 부분에서 50%는 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서 벌어지는 전대에서 김무성 당 대표가 탄생했듯이 또 ‘비박’ 당 대표가 탄생한다면 그 순간 청와대와는 긴장·갈등 관계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사사건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정권재창출과 미래를 위해서 혁신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고, 그 길목마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박 대통령이 과연 새로운 국정운영의 패러다임을 만들어서 남은 1년 국정운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청와대가 과연 그런 부분을 준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처럼 극단적인 원칙과 소신을 내세우면서 여권과도 대립하게 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당히 우려되는 현실이다. 

유창선 : 특히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싸는 모습을 보인 것은 권력의 성 안에서 눈이 먼 것이 아닌지 우려까지 든다. 우 수석이 위법을 했느냐의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질 성질이라고 하더라도 법을 떠나서 그 전에 이미 국민감정을 건드릴 대로 건드린 상황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내용들만 봐도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심각하게 조성했기 때문에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는 것은 국민감정 상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보직 논란’ 등은 정황상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처가 쪽의 상황은 정말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계약금을 받아서 다시 200억대 부동산을 계약한 강남 부동산 매도계약 과정 의혹, 농지를 매입해서 농지법을 위반한 문제, 부인의 수백억 대의 골프장 지분 중 재산신고는 3억만 한 부분 등은 법을 떠나서 깨끗해야 할 민정수석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국민감정을 이미 너무 건드린 상황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감쌀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국정운영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사회 이명식 : 결국은 청와대 개편이나 개각 요구 등이 나올 수도 있겠다. 과연 대통령이 이번에도 끝까지 버티면서 갈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앞서 언급됐듯이 ‘3인방 문제’,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의혹’,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문제’ 등 그 외 문제가 된 장관은 너무 많아서 거론조차 힘든 상황이다. 개각을 넘어 내각 총사퇴까지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장수 :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장관이 세 명 정도 있다. 일단 장관의 임기가 3년 6개월 정도나 이어진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 장관 업무를 그 정도로 오래하면 스스로가 나태해지고 안이해져서 공직사회에 여러 가지 좋지 못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관 교체 주기는 너무 오래 끌면 안 된다. 더 나아가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폭 개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 개각에는 이번 ‘사드’추진에 있어서 미숙함을 보인 부서와 법무라인도 포함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원톱’으로 있고, 최경환 의원이 당에서 보좌하는 구도가 임기 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정국운영 전략을 짰던 것 같다. 그 중 최 의원이 흔들리니까 서청원 의원으로 보완하려 했지만 이런 구도가 총체적으로 흔들리면서 당·정·청을 어떻게 재배치할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짜면서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과 관련해서는 서청원 의원이 아니라면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홍문종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새누리당의 분위기를 아는 인물에게 홍문종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얘기한다면 그 반응은 답이 나오지 않는 얘기라고 본다. 지금은 다른 안을 만들려고 하는 시스템조차도 어려워진 상황인 것이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 이어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최근 비리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논할 시스템마저 일정 부분 마비된 상태이고 그러면서 모두 움츠려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는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에게 그동안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던 인물들은 더더욱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인물들이 지금 다 엎드려 상황을 예의주시하니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서 박 대통령의 “고난을 벗 삼아” 발언이 나왔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보름 정도는 지나야 윤곽이 잡힐 것 같다. 우 수석의 사퇴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우 수석을 앞에 방패로 삼고 우 수석이 비난을 받는 사이 시간을 벌어서 우 수석을 교체하고 당을 꾸려나갈 전략을 짠 뒤 전당대회도 치러야 하는데 지금 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홍문종 카드’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진행됐었는데, 이것조차도 추락하면서 답이 더 안 나오는 상태다. 총체적 전략 구조가 붕괴됐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김만흠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얘기했던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시한폭탄 째깍째깍”이라는 표현은 적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 수석과 같이 가면 같이 갈수록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만약에 박 대통령이 순조롭게 국정운영을 했다면 황교안 국무총리 체제가 잘 통했을 것 같다. 황 총리를 정점으로 사정 등을 이용해 집권말기의 국정운영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황 총리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서 그것조차도 어려워진 분위기다. 이완구 총리에 대한 기대는 새로운 고위 당·정·청을 가동시키는 구심점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당시 비리청산의 중심이 되겠다고 자처했는데 그 자신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어 직격탄을 맞으면서 무산됐다. 이번에 황 총리는 ‘사드’를 전담하는 것처럼 등장했다. 황 총리가 ‘사드’와 관련 ‘괴담’, ‘단호한 조치’ 등을 언급했지만 그와 관련된 직접적인 역할을 전담해야 할 우병우 민정수석이 비리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현재는 어느 것도 전망하기 어렵다. 개각이 야권을 중심으로 주문됐을 때, 박 대통령이 개각할 경우에는 야당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든, 본인이 스스로 인식한 것이든 무언가 변화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생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마저 무너진 상황이다. 우선 교체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적합한 인물이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에는 박 대통령이 자신이 믿을만한 사람이나 측근만 쓰려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그 외에 인재가 많다고 봤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그런 인재들이 개각에 참여하고 싶겠는가.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 인사 스타일을 보면 변화가 아닌 기존 스타일을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친박’ 문제가 제기되어 다른 쪽 대표성을 가진 인물을 원했지만, 인사가 이뤄지고 난 뒤에 보면 항상 더욱 강성 ‘친박’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부분조차도 여의치 않다. 더 강성 ‘친박’을 쓸 수도 없다. 야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쇄신과 개혁을 주문했지만 이제는 교체할 인사가 없어 그 부분조차도 꽉 막힌, 답답한 상황이 됐다고 본다. 

사드 후폭풍 어디까지 

사회 이명식 : ‘사드’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 국론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으며, 배치가 결정된 경북 성주군의 반발도 엄청나다. 대통령께서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강력하게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드’ 문제가 어떻게 될지, 과연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인지 짚어보자. 

김만흠 : 그동안의 국민 여론조사 상은 ‘사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6.5대 3.5, 때로는 7대 3정도까지다. 하지만 배치 결정 이후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 이후 과연 ‘사드’가 북한의 직접타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자 ‘패트리엇’미사일의 수도권 증강 배치로 이중전략을 쓴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애초에 이중적으로 할 것이라면 왜 ‘사드’를 배치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발생하고 있다. 군사주권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그 부분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미동맹 차원이라고 밝혔다가, 다시 또 우리가 필요해서 배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커진다는 전제하에서는 성주에 배치하는 문제가 지금보다는 다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황장수 : ‘사드’배치는 한국의 좌우, 여야, 지역, 북한과의 문제 등 이런 문제를 담은 총제적인 이념전선의 위에 놓여있는 문제다. ‘사드’의 실효성이나 안전성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언제 적극적으로 무기의 실효성을 따진 적이 있었는가. 유해성 부분은 측정하고 검증해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중국의 경제보복 문제도 중국이 경제보복을 하는 국가가 우리뿐이겠는가. 그런 문제보다도 한국의 이념지형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이다. ‘사드’가 미국의 ‘MD’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여부가 반대하는 쪽의 핵심적인 본질이고, 국방부가 얘기하는 2023년까지 6조원을 들여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MD’를 만든다는 것은 군 간부들도 대국민 사기라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결국 ‘사드’를 배치하면 미국의 미사일 방어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나토’도 28개 국가가 미국의 집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 ‘사드’에 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종합적인 미사일 방어망 구축 없이 독자적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란과정에서 ‘MD’에 대한 한국 내부의 반대세력에 밀려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인 ‘KMD’로 가겠다는 대답을 한 것인데 이것은 대국민 사기라는 것이다.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미군이 필요하다면 ‘MD’에 들어가는 문제,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각종 문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관한 문제, 더 나아가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 등을 박 대통령이 총체적으로 국가안보의 중요사안으로 판단을 해서 국민투표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결론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내년 대선, 차후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국론 분열의 근원이 될 것이다. 국민투표에 물어서 향후 10여 년 정도는 국론분열이나 낭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서 표결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모든 국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념적인 문제의 본질은 어떻게든 반대하겠다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합의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유창선 : ‘사드’배치 문제는 밀실에서 소수가 모여 결정하고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엄청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드’배치의 여러 가지 측면들을 더 검토하고, 토론하면서 국민의 동의 속에서 추진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 진행 상황을 보면 국방부도 배제된 채 청와대와 주한미군의 협상에 의해서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청와대의 군(軍)출신 인사 몇 명의 손에 국가의 운명이 좌우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문제는 성주지역에 국한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지역에 한정되는 것이고, 중국의 경제보복도 피부에 와 닿는 우려이긴 하지만, 더 근본적인 핵심은 한반도 전체의 군사적 위험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문제일 것이다. 막상 직접적인 효용성이 뻔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수도권은 방어하지 못한다는 ‘사드’배치가 갖는 의미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사실관계에서 부합되지 않는다는 건 대부분 인정을 하는 얘기다. 결국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나라가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의 위협에 처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 표결을 거치는 게 어렵다면 시간을 가지고 다음 정권에 결정권을 넘기거나 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더 가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김만흠 : 국회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비준 사안인지, 아닌지에 대한 얘기를 한다. 넓게 보면 국회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는 정도의 해석의 여지도 있다고 본다. 국방부 장관 등이 국회에 나와서 ‘사드’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명쾌한 답변을 해야 한다.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답변을 보면 “모르겠다”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다. 국회와 관련된 문제는 비준 여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국민을 대신해 국회가 좀 더 규명하고 규명된 사실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절차라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김능구 : ‘사드’는 여권 인사들도 지적하듯이 우선 결정과정 상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 과정의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외에 대안이 있으면 얘기하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을 때, 그 부분은 정치권이나 전문가들이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부분이 야권에서는 충분하게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내년 대선까지, 그 이후로도 그렇겠지만 기본적으로 대선주자들이 이 부분에서 답을 줘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 가운데서 국민의 여론과 국가적인 결정 등이 새롭게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 ‘사드’는 단순하게 우리와 미국과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신냉전시대’가 초래되고, 향후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사드’외 대안에 대해 야권이나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준비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본다. 그 속에서 ‘사드’논의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황장수 : 정부는 애초에 ‘사드’배치가 필요하다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배치 지역에 대해서도 후보 지역을 선정한 다음, 여러 가지 환경영향평가 등의 수순을 거쳐 압축하는 과정을 2~3년간 밟아왔어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정부가 서득도 하고 버텨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드’는 본래 수도권을 방어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미국 내 ‘사드’배치 지역을 보면 ‘오클라호마’ 2개, ‘텍사스’ 2개, ‘괌’에 1개다. 본토에 4개, ‘괌’에 1개인 것이다. 이 중 주요도시가 어디 있는가. LA, 뉴욕, 시카고 등 아무 곳도 없다. ‘사드’라는 시스템은 미사일을 격추하기 가장 좋은 곳에 배치하는 것이지, 주요 도시 방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워싱턴 DC’ 등의 도시에 ‘사드’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또한 북한이 고각 발사를 통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되면서 단거리·중장거리 미사일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패트리엇’으로 막을 수 있다는 부분도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들도 김능구 대표가 언급했듯이 관련 지식을 갖고 반대해야 한다. 중요한 건 굉장히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1992년 미군 철수 관련 국민투표를 실시했던 것 처럼 국민투표에 맡겨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을 해야 한다. 이런 무분별한 군론분열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지 의문이다. 국민투표 결과 부결되면 정권이 하야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 이명식 : ‘사드’문제는 정부가 당초 ‘북핵’이나 미사일에 대한 대응일환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그 때 과연 ‘사드’가 북핵문제에 대한 대책이 되겠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은 중국의 미사일 위협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중국의 미사일은 걱정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더욱 복잡해 진 게 아닌가 싶다. 

유창선 : ‘사드’배치 찬반 여론을 보면 최근 여론조사가 논란에 비해서는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초기 결과를 보면 6대 4정도의 찬반여론이 분포됐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부분이 반대여론이 확산되지 않는 것에 상당히 영향을 줬다고 본다. 더민주가 확실히 반대하고 쟁점화 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국정교과서처럼 여론의 추이가 역전됐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사안이었다고 본다.  

사회 이명식 : 지금도 ‘사드’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가 6:4 정도다. 하지만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쪽이 더 많다. 

유창선 : 그런 여론의 지형을 놓고 보면 야권이 수세적으로 임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흡사 ‘사드’를 반대하면 표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는 것 같은데 더민주가 대단한 착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표를 많이 얻고, 정권을 얻는다 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놀라웠던 건 그런 방식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한 사람이 아니라 비상대책위원회 전체가 설득이 됐다. 아울러 우상호 원내대표까지 공조하는 상황이다. 대선 표를 계산하기 전에, 그것조차 제대로 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제1 야당의 책임성을 봤을 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사안에서 당론을 일부로 정하지 않고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이번 ‘사드’정국에서 반대여론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게 찬물을 끼얹은 역할을 더민주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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