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행사의 꽃인 전당대회가 1,2당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짧게는 열흘에서 길어봐야 한 달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이렇게 심드렁한 전당대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맥이 빠져있다. 아직까지는 사람도, 이슈도, 관심도 없는 ‘3무 전당대회’다. 오죽하면 출마자 보다 불출마자가 더 뉴스 조명을 받는다. 출마자 이름은 모르는데, 안 나오겠다는 사람들 이름은 기억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여럿인데 뭘 하겠다는 건지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차별성이 희미하니 이슈가 안된다. 그러니 더더욱 관심을 받지 못해 ‘흥행 실패’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후보가 주요 요소지만, 힘 센 사람들끼리 붙어야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 보도도 마뜩찮기는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계파 정치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라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치도곤을 안기더니, 이번에는 “계파대결 무산” 같은 제목을 뽑기까지 한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에서 계파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자, 계파 그 자체가 절대 악도 아니다. 생산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패거리지어 몰려다니며 호가호위하는 게 문제 아니겠는가. “계파대결이 무산돼서 관심이 떨어진다”는 투의 기사는 자가당착이자 피상적 보도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1, 2당의 전당대회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이유는 거물과 계파 간 표 대결이 없어진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두 당 모두, 당 대표 당선자는 내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자신들의 주관 하에 내년 대선을 치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권을 지키느냐 내주냐. 정치에서 이것 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는가. 그러므로 이번에 뽑히게 될 당 대표의 역할과 책임은 그 어느 시기 당 대표보다 중요하다. 역사의 분기점 한 가운데를 관통한다고 할 수 있다.

왜 이슈가 없을까. 이슈가 없을 만큼 태평성대여서 그런가. 그렇지 않다. 정권교체 비전이나, 사드 문제, 개헌 관련 구체 입장과 방안 등은 두 거대 정당의 대표라면 당연히 밝혀야 할 기본 아이템이다. 또, ‘내우(병우) 외환(최경환 현기환)’으로 일컬어지는 권부 핵심들의 권력형 비리나 선거 농단, 북핵 대응 외교 난맥상 등 이슈 거리는 산적해있다. 후보로 나선 이들이 물론 이런 사안들에 대해 발언은 한다. 그런데 입만 열면 비슷한 소리이자, ‘장삼이사’가 하는 말과 별 차이가 없으니 심드렁해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내 말이 그 말이야. 속 시원하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처방과 해법을 듣고자 한다. 정치인은 거기에 답하는 것이 직업적 책무이고. 그런데 지금 각 당의 대표 후보들로부터는 해법은 커녕 ‘사이다 발언’도 잘 안들린다. 한 마디로 의제화(아젠다 세팅) 능력이 실종된 것이다. 이슈를 만들지 못하니 끌고 갈 이슈가 없고, 파이팅 할 이슈가 없는데 어떻게 관심을 바라는가. 그런 당 대표 후보들에게 어떤 정치적 기대를 걸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계파 간 대결이 잠복해있는데다, 친박계는 ‘면피성 관망중’이니 전대 이후가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어디서 사달이 나도 한 번은 크게 분출될 것이다.

더민주당의 경우, 때만 되면 호남 사위에 호남 아들에 호남 며느리가 왜 이리 많은가. 평소에는 어디 가서 뭐하다 때만 되면 찾아와 아들 사위 며느리를 파는가. 명절 끝나면 올라가기 바쁜, 손님 같은 며느리나 사위 아들을 보는 고향 가족들 심정 정말로 모르는가. 출신지가 호남이면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한가. 아직도 그런 1차원적 연고주의에 기대 호소하는가. 출신지 강조하지 말고, 비전과 이슈로 당당하게 요구하라.

두 당 공히, 이슈메이킹과 이슈파이팅 능력이 없는 후보들을 보면서 이들이 과연 내년 대통령선거라는 정치권 최대 화두를 자기 책임하에 이끌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담론 거리를 내놓지 못하는데, 당원들의 세 다툼을 뛰어넘는 국민적 관심사로 어떻게 격상되겠는가. 한 물 간 지 오래지만, 예전 장터 마당의 ‘동춘서커스단’을 생각해보라. 한 때 잘 나갔다. 얘깃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슈를 선점하고 정체성에 맞는 비전과 정권창출방안을 내놓는 후보가 중차대 국면의 당 대표 자격이 있다. 전국 수 만 대의원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악수하는 건 누구나 다 한다(솔직히 그런 악수가 얼마나 효과있을지 의문이다만). 누구나 다 하는 것은 본전치기다. 본전치기로는 이기지 못한다. 이슈를 제기하라. (이강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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