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정청탁엔 예외 두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삭제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심민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 등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적용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 일부가 제외되고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조항이 빠진 채 시행을 앞두고 있어 ‘반쪽짜리 법’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영란법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과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기준 제·개정 등을 건의하는 행위를 ‘부정청탁 금지’의 예외조항으로 두고 있다.

또한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당초 정부안에서 법안의 두 축 가운데 하나였다. 법안의 원래 이름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공직자를 본인이나 친족 등과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업무에서 배제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거나 부패로 연결될 소지가 있는 공직자의 외부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데, 국회의 김영란법 초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28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국회의원이 ‘부정청탁 금지’의 예외조항으로 들어가 사실상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정당한 입법 활동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도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 하겠다”고 말해 김영란법의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 역시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의 부정청탁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국민들의 고충과 민원을 전달하는 의정 활동이 부정적인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전제는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청탁의 구체적 사례와 기준을 명확히 해 법적용의 모호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영란법의 핵심이었던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진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다시 재현되지 않으려면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 때 가장 많이 나온 말이 ‘관피아’ 문제인데 관피아도 이해충돌을 방지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문제이다. 어떤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는데 나중에 자신이 퇴직 후 어떤 협회에 가서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협회와 관련해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기 힘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제도가 서둘러 도입 되어야한다”며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 없어서는 안 될 반쪽”이라고 강조했다.

조재현 동아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애초 이해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이 법안을 제정했는데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입법 설계가 잘못됐는데 김영란법을 그대로 시행하면 입법목적과 다르게 엉뚱한 사람만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반쪽 법안처럼 되지 않으려면 처음 취지대로 우리 사회의 진짜 부패와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권력의 핵심인 국회의원과 공직자들부터 엄격하게 법의 적용을 받도록 법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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