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親文) 구애 실패·지지기반 약한 ‘송’ 비주류 결집한 ‘이’ 친문표심 일부 흡수한 ‘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본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후보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본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종걸, 김상곤 후보가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동용·김희원 기자]이변이 일어났다.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5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본선진출이 유력해보였던 송영길(기호 4번) 후보가 탈락했다. 반면 ‘2강(추미애·송영길) 2중(이종걸·김상곤)’ 가운데 ‘2중’으로 꼽히던 두 후보는 당선의 기쁨을 누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시된 예비경선 투표는 국회의원·지역위원장·기초자치단체장·고문단 등 전체 선거인단 363명이 1인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으며, 363명 중 263명(투표율 72.45%)이 투표했다. 무효표는 4표였다.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전 득표수·순위 등 집계현황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개표작업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비공개 장소에서 투표 참관인원 없이 정부 선관위 관계자와 노웅래 중앙당 선관위원장의 참관 하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표가 끝난 뒤 노웅래 중앙당 선관위원장이 추미애(기호 1번), 이종걸(기호 2번), 김상곤(기호 3번) 후보 순으로 당선된 3명의 후보를 호명하자, 순간 대회장은 환호와 절망이 뒤섞였다. 이종걸 후보의 지지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종걸”을 연호했으며, 동시에 송영길 지지자들 중 일부는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충격에 휩싸인 것은 당대표 예비경선 후보들뿐만이 아니었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각 후보 지지자들과 취재를 위해 대기하던 기자들 조차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왼쪽)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탈락된 뒤 무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사진=연합뉴스 제공)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왼쪽)이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탈락된 뒤 무대에서 내려오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상곤, 이종걸, 추미애.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상곤 “예상 외 사건, 우리당이 혁신·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량 보여준 것”
이종걸 “당 중앙위원 설득이 주효전략, 본선에서 송영길과 함께 할 생각 있어”

결과가 발표된 뒤 김상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결과를 예측했느냐’는 질문에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은 했다”며 “제가 원외(인사)고 평당원인데, 그러나 오늘 투표에 참여한 분들께서 우리당이 진정으로 혁신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저에게 많은 성원을 해주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본선에서는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오늘 이런 결과는 예상 외 사건이라고 본다”며, 본선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그리고 이 것(예비경선 결과)을 통해서 우리당이 혁신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김 후보와 함께 상대적으로 본선진출 가능성이 다소 낮게 평가돼왔던 이종걸 후보는 “당원들에게 정권교체를 약속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의외의 결과에 더욱 감격했는지 이 후보가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연신 “이종걸”을 연호했다.

이 후보는 “세 분(추미애·김상곤·송영길 후보)과 저는 조금 다르다”며 “국민이 바라는 판단의 기준과 당이 흘러가고 있는 예정된 수순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저는 당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중앙위원님들께 ‘그 차이를 일치시킬 수 있는 단 하나의 카드가 바로 이종걸이다. 이종걸이 해내겠다’고 설명 드렸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추미애 후보와 함께 본선 진출이 유력한 2강으로 평가돼왔던 송영길 후보가 탈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저는 예비경선이 진행되기 직전 (다른 3명의 후보들보다) 늦게 출마해서 오히려 예비경선 준비를 좀 더 충실히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며 “송 후보는 예비경선보다 본선 준비를 더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와 관련 송영길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쪽에서는 예비경선 통과가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 이유로 본선 준비에 집중했던 것도 컷오프 원인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본선을 앞두고 송영길 후보와 함께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 뒤 “큰 라운드를 만들기 위해서, 송 후보가 만들어 놓은 기반이 제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함께 공동의 목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추미애와 ‘2강·선두그룹’으로 평가받던 송영길 탈락
‘2중·추격그룹’으로 평가받던 이종걸·김상곤 당선 요인은?

당초 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후보와 송영길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으며, 뒤늦게 출마를 결심한 김상곤 후보와 이종걸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경선 전 판세는 대체적으로 ‘2강(추미애·송영길) 2중(이종걸·김상곤)’으로 압축되기도 했다. ‘범주류’(친노·친문)에 속하는 추미애·송영길 후보가 당의 원내 인사 중 상당수(더민주 소속 의원 121명 중 70여 명)를 차지하는 ‘범친문’계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김상곤 후보의 경우 또 한 명의 ‘범친문’계로 분류됐지만, 사실상 원외 인사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어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더민주 측 한 관계자는 “결국 누가 더 ‘친문’이고, 누가 덜 ‘친문’이냐로 당권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승패를 가를 최대의 관전포인트는 ‘친문’표심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울러 유일한 비주류인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대선후보 관리형 당대표를 선출하는 만큼 호남권 표심이 김상곤(광주)·송영길(전남 고흥) 후보 중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 여부가 변수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중·추격그룹’으로 꼽히던 이종걸·김상곤 후보가 당선되자 일각에서 이종걸 후보는 비주류의 결집이, 김상곤 후보는 추미애 의원과 함께 친문표심을 일정부분 얻은 것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지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움츠려들었던 비주류가 일제히 결집돼 의사를 표출한 것이 이 후보의 컷오프 통과의 배경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상곤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더불어민주당 김상곤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 당권주자 캠프 관계자 중 한 인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상곤 후보의 컷오프 통과와 관련 “단체장들 사이에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공식적으로 있었다”며 “김 후보가 혁신위원장을 하면서 혁신안도 만들었고, 경기도 교육감 출신이라서 경쟁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다음 요인으로 ‘친노’(표심의 향방)가 여전히 강하다”며 “부산 지역 등에서 송영길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람들이 예비경선 막판에 김상곤 후보에게 돌아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후보의 탈락 요인은 지지기반 부족과 친문표심에 대한 구애가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송영길 후보가 중앙당 정치에는 오랜만에 등장했기 때문에 자신의 독자적인 지지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 측을 향한 구애전략을 펼쳤지만, 그 표가 송 후보 쪽으로 가진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박사는 이어 “오히려 김상곤 후보나 추미애 후보에게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표가 많이 몰리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수도권 지역의 한 의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범주류(친노·친문)의 지지가 추미애·송영길·김상곤 후보에게 분산됐다고 봐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송 후보가 범주류의 표를 별로 못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지지기반이 단단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또 당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송 후보가 우상호 원내대표 등 86그룹 출신의 원내지도부와 성향이 비슷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송 후보는 연세대 최초의 직선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운동권의 맏형격 인물이다.

송영길 지지그룹, 김상곤 표로 몰리면서 추미애 본선 비상?

당대표 예비경선이 끝나자 자연스레 시선은 오는 본선무대로 옮겨졌다. 당권주자 캠프 관계자 중 한 인사는 추미애 후보가 본선을 앞두고 비상에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후보 측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송영길 후보의 지지그룹이 김상곤 후보에게 많이 이동했기 때문에 비상에 걸렸을 것이다”며 “친노·친문 표심이 전부 추 후보에게 간 것이 아니고 분화가 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재성·진성준 전 의원과 전해철 의원 등 ‘신(新)친문’ 인사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친문’들이 김상곤 후보에게 많이 움직인 부분도 보이는 것 같다”며 “그래서 본선에서 추미애 후보 측은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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