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핵심’ 이정현, ‘범친박’ 이주영, ‘원조 친박’ 한선교, ‘비박계 단일’ 주호영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당 관계자들이 막바지 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당 관계자들이 막바지 대회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여당의 새 대표를 뽑는 중요한 날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에 맞설 당 수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어떤 인물이 당의 얼굴이 될지 당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집권여당 대표는 사실상 정권의 2인자를 뜻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입장에서도 누가 새누리당의 대표가 될지 관심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새누리당 전대가 치러지는 내일(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는 4명의 남자가 새누리당의 붉은 깃발을 쟁취하기 위해 등장한다. 주인공은 단 한 명이다. 대한민국 유일한 보수정당의 향후 2년을 책임질 인물이 이날 저녁 탄생한다.

당권 경쟁은 이정현·이주영·주호영·한선교(기호순) 후보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당초 3대3의 흥미로운 구도였던 계파 대결은 친박 3인(이정현 이주영 한선교)대 비박 1인(주호영)의 경쟁구도로 압축됐다. 주류 세력인 친박의 당권 장악인가, 비박의 당권 재선인가. 후보 4인은 지난달 29일 당 대표 후보 등록 이후 당심과 민심을 잡기 위해 골몰해왔다.

이정현 “헌정 이래 첫 호남 출신 보수 정당 당 대표 역사 쓴다”

이정현 후보는 지난 4‧13 총선 당선 직후부터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혀왔다. 헌정 이래 호남 출신으로서 보수 정당의 당 대표가 되는 첫 역사를 쓰겠다는 일성과 함께였다. 가능성은 높아보였다. 호남에서 3전4기의 신화를 쓴 그의 한마디한마디는 정치권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대 총선을 통해 재선을 이룬 이후에는 그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순항하리라 예상됐던 ‘이정현호’는 전대를 두어 달을 남겨두고 암초를 만났다. 이른바 ‘언론 통제’ 논란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김시곤 KBS 당시 보도국장에게 ‘통제’를 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정현 후보는 꿋꿋했다. 그는 “홍보수석으로서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해야 하는 해경이 생명을 구하는 데 전념하고 잘못은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부탁한 내용”이라며 일각에서 요구한 전대 불출마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정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친박 핵심이다. 선거운동 개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타 후보들을 압도해왔다.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인 지난 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MBN 의뢰로 새누리당 전당대회 선거인단과 일반국민 대상으로 실시한 새누리당 당 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는 당원(23.8%)과 일반 국민(26.6%) 조사에서 모두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정현 후보는 보수 정당 정치인으로서 꿈을 이뤄내기 힘든 호남에서 ‘3전4기’ 신화를 만들어낸 것에 이어 재선까지 달성한 점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과 ‘계파 갈등 해소’에 목마른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호남 출신으로서 보수 정당과 국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주영 “계파 싸움, 복날에 개 패듯이 종식시킬 것”

이주영 후보 역시 친박 후보다. 다만 계파색이 다소 옅다는 이유로 ‘범친박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핵심 공약은 ‘몽둥이 든 이주영’이다. 이주영 후보는 지난달 28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계파 싸움이 일어나면 복날에 개 패듯이 하겠다. 몽둥이 든 당 대표, 강한 모습을 통해서 새누리당의 계파 싸움을 완전히 종식시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지난 총선을 기점으로 당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계파 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부드럽고 다소 약해보이는 이미지에서 환골탈태하는 것이냐 라는 당 안팎의 평가가 잇따랐다.

이주영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비박계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에 유독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김용태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정병국 부분 단일 후보가 등장하자 그는 “이번 전대는 계파 대결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주영 후보는 “비박 단일화는 계파 대결을 또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혁신의 제1대상인 계파 청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아울러 “혁신을 부르짖고 있는 사람들이 반혁신적인 행동을 하면 되겠냐”며 분노를 표했다. 비박계의 단일화에 친박계도 단일화 카드를 꺼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왔지만 그는 “전혀 단일화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며 전대 완주 의사를 거듭 강조해왔다.

이주영 후보는 당 대표 욕심이 크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1년 전부터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고 한다. 이주영 후보는 당심과 박심을 함께 강조한다. 박근혜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그는 퇴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라며 극찬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136일 동안 한 번도 현장을 떠나지 않으며 묵직한 모습을 보여준, 퇴임하는 이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화려한 칭송이었다.

한선교 “새누리당은 이름만 ‘새’인 헌누리…주류 바꾸겠다”

한선교 후보는 ‘원조 친박’을 자처한다. 20여 년 동안 방송인으로서 국민들과 호흡을 함께 했던 ‘방송인 한선교’는 어느덧 4선 국회의원으로서 보수정당 새누리당의 당권에 도전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2004년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시절 대변인을 하며 친박계 인사로 정치권에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이를 빌미로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 공천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한 경쟁 속에서 목숨 걸고 뛰었던 기억이 원래 있었던 친박 정신과 천막 당사 정신”이라며 ‘친박의 추억’을 회고하기도 했다.

한선교 후보는 당의 주류 세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새누리당은 이름만 새로울 ‘새’이지 사실은 헌누리”라고 비판했다. 한선교 후보는 “당의 얼굴을 바꾸고 당의 사람들을 젊고 참신한 사람으로 바꾸어야 새로운 양분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나이와 선수(選數)에 연연하지 않고 기존의 것들을 철폐하겠다”고 공약했다.

한선교 후보는 강성 친박 비판론을 제기하며 ‘멀박(멀어진 박근혜계)’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지만, 반대로 계파색이 약해 비박계 지도부와도 원만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계파 틈새’에서 강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방송인으로서 쌓아온 대중적 지명도도 큰 장점이다.

주호영 “무계파 혁신 후보, 새누리당 개혁”

주호영 후보는 당 내 비박계 진영의 전체 지지를 등에 업고 전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용태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한 정병국 후보를 최종적으로 흡수해 전체 단일 후보로 친박계 후보들과의 ‘최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본인이 줄곧 주장해온 ‘무계파’ 논리가 비박 전체 단일화에 큰 한 몫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정병국 후보가 상대적으로 비박 색채가 강했기 때문이다. 계파 대결에 대한 당원들과 국민들의 반감이 ‘주호영 단일 후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주호영 후보는 ‘공천 탈락→무소속 당선→복당→비박 단일후보’라는 짠한(?) ‘스토리’가 있는 후보다. 즉 계파 싸움 등 당의 가장 폐단(弊端)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본 그가 당의 혁신에 목마른 당원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가 아니겠냐는 당원들의 믿음이 있을 것이라고 주호영 후보는 믿고 있다.

주호영 후보는 당 안팎의 지원도 든든하다. 당 내 비박계 진영의 좌장격이자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대놓고 비박계 단일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현재 서울 종로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이번 당 대표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비박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며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오 전 시장 역시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권 후보이다.

새누리당의 당 대표 후보 네 명은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 ‘친박 핵심’ 이정현, ‘범친박’ 이주영, ‘원조 친박’ 한선교, ‘비박계 단일’ 주호영. 이들의 목표는 당의 목마름인 ‘혁신’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색깔이 다른 만큼 당을 어떻게 물들일지는 명약관화다.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12년 만에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한 새누리당의 새로운 당 대표의 성향에 따라 새누리당의 향후 행보는 결정된다. 내년 새누리당의 정권재창출 시나리오는 이들이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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