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 <사진=KBS 제공>


[폴리뉴스 김재영 기자]24일 오후 7시 35분에 방송되는 KBS 1TV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바보같지만 아름답게 사는 부부의 이야기를 공개한다.

그 남자의 밭에는 우렁각시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10년만 생계를 책임져 달라”고 한다면, 당신의 반응은 어떨까. 

여기, 원시적인 형태로 농사를 지으려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무조건 믿고 따르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지고지순하고 어쩌면 바보 같은 사랑 이야기가 공개된다.

그 밭에 별난 농부가 있다. 잡초, 벌레와 싸우지 않는다. 경운기는 물론 제초기도 필요 없다. 올해 나이 쉰여덟의 홍려석(58) 씨. 그의 밭이 별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3천 평 남짓, 농촌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밭에 작물은 무려 70여 종이다. 그것도 나 홀로 농사를 지으려니 하루 10시간 뙤약볕 아래 농사일은 중노동이다. 

원래는 극장 감독으로 잘 나가던 남자. 그가 연 수입 2천만 원도 안 되는 힘겨운 자연 농의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보다 ‘꿈’이 중요하며, ‘경쟁’하는 삶을 벗어나 ‘공생’할 수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남자, 그 밭에는 요즘 보기 드문 별난 농부가 있다.

이 시대 늙어가는 남편의 초상은 서글프다. ‘삼식이’로 대표되는 장년 세대의 인생 후반전. 그러나, 홍려석 씨는 스스로 ‘간 큰 남자’임을 자부한다. 12년 전, 용감한 이 남자는 아내에게 “내가 할 일이 있으니, 10년만 생계를 책임져 달라”며 아내에게 전격선언을 한다.

그런데, 아내의 반응이 남다르다. “지금까지 당신이 생계를 책임졌으니, 이제부터 내가 해도 좋다”는 것이다. 이후, 아내의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옷 장사에 춤 선생에 밭일까지 하는 최윤정(49) 씨. 그녀가 남편을 온 힘을 다해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려석 씨네 집에 가장 중요한 필수품은 요강이다. 아내와 아들 둘이 요강 대신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면 불벼락이 떨어진다. 려석 씨 밭의 유일한 거름이 소변이기 때문에 변기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게다가, 이 남자 입맛도 까다롭다. 하루 10시간 밭일을 해야 하니 잘 먹어야 한다는 것. 하루 세끼 집에서 다 챙겨 먹는 남편을 삼식이 취급하는 세상에 윤정 씨는 남편 때문에 하루 세끼는 물론 수시로 밭으로 참을 나른다.

하루 종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땀을 흘리는 남편을 보면 저절로 남편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고지순한 아내가 되고 만다는 윤정 씨. 열심히 사는 남자와 그 마음을 알아주는 아내의 밭에 풍성한 결실이 영글어간다. 

예전에는 ‘돈’만 있었지만 이제는 ‘돈’ 빼고 다 있다고 한다. 

처음 자연 농사를 지을 당시 마을 사람들이 려석씨를 부르는 말은 ‘미친놈’이었다. 기계나 화학비료의 힘을 빌리지 않고 농사를 짓겠다니 마을 사람들은 1년도 못 돼 포기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지지해주는 이도 많아졌고, 그런 그의 노력에 감동한 친구는 2천 평의 땅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지치지 않는 홍려석 씨의 꿈은 농사공동체를 짓는 것. 과연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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