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론되는 여야 인사 대부분 손사래, 손학규 ‘제3지대’ 선택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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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정찬 기자] 2017년 대선을 1년 3개월 남긴 시점에 ‘제3지대론’이 떠오르고 이유는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에 있다.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와 더불어민주당 8.27 전대 결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미는 친박 지도부, 친문재인 지도부가 각각 구성된데 따른 것이다.

차기 대선을 관리할 양당 지도체제가 친반기문, 친문재인 색깔로 가면서 ‘반기문-문재인’에 동의하지 않는 여야 내부 세력들의 원심력을 바탕으로 ‘양강’ 중심의 대선판도를 뒤흔들어 보겠다는 것이 ‘제3지대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제3지대론’은 ‘비박(근혜)-비문 연대’라는 이름으로도 통용된다. 여기서 비박은 내년 대선지형으로 보면 ‘비반기문’에 다름이다.

‘제3지대’를 ‘비박-비문’으로 잡을 경우 그 범위는 매우 넓다. 실제 하나의 세력으로 묶인다면 최대세력이 될 수 있다. 먼저 여권을 보면 새누리당 비박계의 김무성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도 여기에 포함된다. 신당 창당에 나선 이재오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뺄 수 없다.

야권을 보면 국민의당이 ‘제3지대론’의 중심축에 가깝다.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가 어떻게든 깨뜨려야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지대론’은 국민의당에 존재하는 안철수 전 대표 주도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변해야 한다는 변수가 장애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만 하면 38석 국민의당은 ‘제3지대론’의 물적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지닌 인적 자원도 만만치 않다. 안 전 대표 외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이 있다. 여기에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존재한다.

더민주 내에선 김종인 전 대표, 김부겸 의원, 이종걸 전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등 쟁쟁한 비주류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제3지대’의 중심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더민주 내에선 정당의 틀을 뛰어넘는 대선후보 국민경선을 주장하는 세력이 상당한 비중으로 존재한다. 여야 정당 밖에서 보면 정운찬 전 총리 등 ‘비박-비문’ 인사들이 즐비하다.

‘제3지대’를 엮을 명분도 그리 약하진 않다. 친박-친문 양당체제 극복이 정서적 결고리다. 이는 안철수 전 대표가 말하는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인 개혁세력’이란 말 속에 녹아 있는데 ‘친박 vs 친노’ 대립구도에 반감을 갖는 중간지대를 겨냥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적 목표점으로 ‘개헌’이라는 연결점도 존재한다.

‘제3지대’ 거론인사들, 한 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여건

그럼에도 ‘제3지대론’이 실제로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를 깨고 새로운 대선판도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른바 ‘제3지대’의 토양으로 거론된 ‘비박-비문’의 범위가 너무 넓어 이들 세력을 묶을 구심 형성이 여의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김무성, 유승민, 남경필, 손학규, 안철수, 정동영 등 쟁쟁한 구슬을 엮을 실이 마땅치 않다. 그에 앞서 ‘제3지대’ 참여 가능한 것으로 거론된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도 어렵다. ‘제3지대’에서 누구를 대선후보로 옹립할 것이냐의 ‘벽’을 상정하면 더 그렇다.

여권에서 거론된 인사 중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모두가 손사래를 친다. 김 전 대표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제3지대’ 참여 가능성에 대해 “참여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제3지대론’에 대해서도 “경쟁에서 밀린 세력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 시도”일 뿐이라고 했다.

남경필 지사 또한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제3지대’가 현실정치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합집산이 될 것이란 뜻도 보였다. 새누리당 당내 대선주자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듯하다. 차기 대선에 목숨을 걸지 않고 차차기를 노리는 인사들의 경우에는 ‘제3지대’에 대해 더 부정적이다.

야권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지난달 30일 대선출마 뜻을 밝히면서 ‘제3지대론’에 대해 “관심 없다”며 “여기서 안 되면 저기 가고, 저기서 안 되면 또 다른 데로 가는 게 무슨 제3지대냐”고 잘라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자신들이 단체장이란 신분으로 더민주 당내 경선에 참여하는 만큼 이에 대한 경선방식 재고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3지대’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다만 김종인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제3지대론’에 가까운 언급을 하고 있지만 이는 ‘바람잡이’, ‘연기 피우기’ 수준이다.

‘비박-비문’의 ‘제3지대’가 넓게 포진해 있지만 여야의 비주류 대선주자들을 한 곳으로 모아 뜻을 함께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반증이다. 이 관문을 넘어 모인다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군소후보’들의 모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에 안규백 더민주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 1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제3지대론’에 대해 “제3지대라 함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왔다 갔다 하는 (포말 같은) 것”이라며 “(제3지대의 경우는) 겉으로는 같은 입장인 듯하지만 의견과 주장이 다른 동상이몽”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손학규의 ‘제3지대’ 선택, 여야 비주류세력 모을지가 관건

이러한 부정적 기류 속에서 손학규 전 고문이 ‘제3지대’의 선봉이 될 뜻을 나타냈다. 손 전 고문의 최측근 인사는 6일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에 대해 “두 야당(더민주-국민의당)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제3지대’를 통한 대권행보를 시사했다고 <문화일보>가 전했다.

이 같은 선택은 친문체제의 더민주나 안철수 체제의 국민의당에 들어갈 경우 자신이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자신이 ‘제3지대’의 구심 역할을 맡아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 또는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강구도의 대선 판도에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손 전 대표가 ‘제3지대’를 선택할 경우 손에 잡히는 실체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전 대표가 여야 비주류 대선주자급들을 끌어 모으고 이들을 엮을 ‘실’이 될 지 여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총대를 멘만큼 그가 여야 비주류 세력 뿐 아니라 국민의당까지 얼마나 묶어내는데 팔을 걷어붙일지, 아니면 ‘제3지대’를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거점으로 활용할 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계속 러브콜을 대상으로 남을 지 아니면 본인이 러브콜을 하는 당사자가 될 지를 지켜보면 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부상한 ‘제3지대론’이 5년 전 이맘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독주 구도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안철수 현상’과 같은 위력을 떨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5년 전 ‘안철수 현상’이 ‘박근혜 독주구도’에 변화의 구멍을 냈듯이 ‘제3지대론’이 ‘반기문-문재인’ 양강구도의 판을 흔들길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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