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의사들의 무너진 윤리의식이 불법 시술 키워

[폴리뉴스 장영환 객원기자] '성형한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나라는 성형시술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고생들도 쌍수(쌍카플 수술)는 기본이고, 이제는 안면(顔面)시술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성형시술 중 최근 들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필러’다. 그러나 안면에만 사용이 허가된 필러의 ‘오프라벨’(의약품을 허가되지 않는 방법이나 부위까지 사용하는 것) 범위가 여성의 가슴에 이어 ‘생식기’(질)까지 확대되고 있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질필러’는 ‘질스프링’ 등과 같이 이쁜이수술이라는 이름하에 여성 성기 내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시술로 그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당국, 관련단체의 경고에도 무분별한 ‘질필러’ 시술 및 관련광고 성행
원래 성형용 필러(조직수복용생체재료)는 얼굴주름 개선 목적으로만 허가돼 있다. 그러나 최근 미간, 유방에 이어 생식기까지 무분별하게 주사되고 있다. 

무분별한 시술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건당국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실제 필러 시술에 대한 부작용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의사 L모씨는 필러로 코를 높이는 시술을 했다가 환자의 양쪽 시력을 잃게끔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9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외에도 염증반응, 피부괴사, 통증, 시력감소 등이 대표적인 필러 부작용으로 신고 되고 있다. 

지금까지 신고 된 부작용 현황은 2012년 57건에서 2013년 73건, 2014년에는 102건으로 증가 추세다. 부작용 사례 중 염증(23.7%)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부종(11.2%)과 괴사(9.1%)·멍(8.6%)·결절(8.2%) 등이 뒤를 이었다. 성형용 필러로 인한 시력저하도 3.4%를 차지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보건당국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에게 무분별한 필러 사용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에 안전성 서한을 보내 성형용 필러 사용 시 의료진이 허가 사항을 준수하도록 홍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러를 안면부 주름 개선용으로만 허가했다"면서 “체내에서 분해되는 원재료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눈 주변에 시술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하고,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 원재료 제품은 실명 등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금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8월 22일 일선기관에 의료광고 주의보를 내렸다. 

주요 내용은 “식약처 허가사항 외 부위에 성형용 필러 시술을 한다는 광고를 홈페이지, 온라인 매체 등에 게재하면 의료법 제56조 2항 위반 소지가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의사면허정지 처분이 뒤 따른다” 등이다. 

한편 지난 8월 24일 MBC뉴스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부위에 대한 무분별한 필러 시술의 실태와 그 부작용의 심각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선 의원들은 성형용 필러의 생식기 등 허가 외 부위 시술을 크게 늘려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를 홈페이지나 인터넷매체 등을 이용해 적극 광고하고 있다. 

강남구에 소재하는 ‘S 여성의원’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필러시술에 대해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물론 ‘질필러’ 성형을 강의하고 있으며, 강남구의 ‘L비뇨기과의원’은 쁘띠질 성형이라는 질필러 시술 홍보용 광고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강남구의 ‘S여성의원’도 윙크필, 파워필러와 같은 이름으로 질필러 시술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강연을 통해 질필러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강남구의 ‘P의원’은 얼굴부터 여성생식기까지 모든 부위에 필러시술을 하는 의원으로 ‘로즈필러’라는 이름으로 질필러를 홍보했으나, MBC 방송 이후 ‘질필러’ 광고는 중단하고 있다.

‘질스프링’ ‘질M탭’ 등 여성의 질에 실리콘 성분을 주입하는 시술도 성행
여성생식기에 이물질을 삽입하는 시술은 ‘질필러’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오래전부터 그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방치돼 온 상태다. 

여성 질 시술과 관련 ‘질스프링’ 또는 ‘질임플란트’ ‘질M탭’ ‘M슬링’ 이라는 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은 여성 성기 내에 질스프링 등을 삽입 또는 임플란트 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을 광고하는 병원의 홈페이지에서는 그 물질의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단지 KFDA에서 안정성을 보장한 공인된 정식제품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질스프링, 질M탭, 질임플란트, M슬링이라는 용어는 의학사전에도 없는 용어며 식약청에서도 그 성분에 대한 정식 허가 기록은 없다. 

현재 이들 성분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일부에서는 인체에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입증된 실리콘의 일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인체 성형을 위한 실리콘 성분 삽입은 코성형을 위해서는 일부 허가가 되고 있으나, 가슴이나 질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여자의 질은 자궁과 붙어 있어 생명을 잉태하는 곳으로, 잘못될 경우 태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질 내 실리콘 등의 삽입 시술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광고도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강남의 ‘N여성의원’의 경우 언론보도 등에 이어 ‘의료법 위반 광고’라는 주의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물질 삽입 시술 광고가 홈페이지와 인터넷매체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남성 비뇨기과에서는 실리콘 사용의 부작용이 심각하여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광고는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는 산부인과 뿐만 아니라 비뇨기과, 성형외과 등에서 일반화 되고 있는 상태로 이에 대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스프링, 질M탭, M슬링, 질임플란트 등의 부작용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등에도 나타나고 있다. 

‘D산부인과’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들 시술의 후유증으로 질 내부의 조직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으며, 천공, 출혈 등이 계속되고 있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현재 질 시술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많은 여성들이 부끄러운 부분이라 말을 못하고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모 산부인과 전문의는 “우리 신체를 대신하는 실리콘 성분의 의료기기가 무분별하게 허가가 나고 있으며, 허가범위를 넘어 이제는 태아의 생명과 직결되는 여성 생식기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범사회적 차원에서 심각한 검토가 있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범사회적 노력을 통해 무분별한 의약 오남용 극복 사례로 ‘프로포폴’이 있다. 
‘프로포폴’은 일종의 마약으로 사용 한도가 ‘환자 수술용 마취’로 제한되었으나 상당수 병원들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남용되고 있었다. 

특히 연예인들에게 주로 투약됐는데, 최근 이를 복용한 연예인과 시술한 의사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프로포폴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제는 쉽게 프로포폴을 주입하던 병원과 의사들도 자발적으로 위법행위를 중단한 상태다.
 
필러, 보톡스를 대체...위험성은 보톡스보다 더 높아
국내 필러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95억 7905만 원이었던 생산액은 지난해 1092억 3885만 원으로 83.3% 급증했다. 

특히 2012년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제품들의 출시와 함께 가격의 다운되면서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제 국내 필러 시장은 보톡스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국내 보톡스 시장은 2014년 740억 원에 이어 2015년에는 800억 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

필러가 보톡스를 대체해가고 있는 것과 관련, 보톡스보다 필러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이 많다. 

원래 보톡스는 대장균에서 추출한 보툴리눔 독소를 근육에 주사하는 것이다. 주사된 근육은 마비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눈가나 미간 주름 등을 없애는 효과가 나타난다. 

보톡스의 부작용이 비교적 덜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약효가 6개월 정도 후에 사라지는 특성 탓이다. 

반면 필러는 부작용이 영구적일 수 있어 보톡스 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필러는 피부 성분의 일종인 콜라겐, 히알루론산 등을 추출하거나 합성한 물질이다. 

팔자주름이나 움푹 꺼진 콧날 등에 주사해 빈 공간을 채워 넣는 식으로 사용된다. 

필러 부작용과 관련 강남 소재 모 성형외과 의원은 “필러를 피부 겉 표면에 너무 가깝게 채우면 혈액 순환이 잘 안되면서 피부가 괴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부 속 공간을 필러가 채우면서 주위에 압력을 가해 모세혈관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특히 코 부위에 필러를 주사할 때 망막으로 가는 혈관 속으로 필러가 들어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속에도 불법시술 여전히 성행...솜방망이 처벌, 의사들의 무너진 윤리의식이 문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질필러 성형 광고를 5,6년 전 ‘태반주사 사태’와 비교하는 주장들이 많다. 

J산부인과 원장은 “과거 태반주사의 경우 식약처가 갱년기 증상이나 간 기능 개선에 대해서만 허가했는데, 일선 병원들이 노화 방지, 피부미용에 효과 있다는 광고를 앞다퉈 했었다. 결국 태반주사를 광고했던 의원 몇 곳이 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태반주사 열풍이 시들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질필러 광고 성행과 이로 인한 보건당국과 의료단체들의 움직임이 과거 태반주사 유행 당시와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질필러 성형 광고의 유행으로 해당 의원들의 면허정지 처분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예상되는 정부 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해당 병원들은 직접적인 제재를 받기 전까지는 질필러 시술을 계속할 태세다. 

병원들이 이처럼 ‘의사면허 정지’라는 위험을 감수하면까지 불법 시술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이와 관련 모 의료단체 관계자는 “의료법 제65·66조에 따라 취소와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1∼3년 등 일정 기간만 지나면 재교부 신청 절차를 통해 면허증을 재발급 받을 수 있다. 정지 처분은 1년의 범위에서만 자격정지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불법시술로 벌어들이는 돈이 1년간의 영업중단에 따른 손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불법시술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우리나라 의사면허는 종신제여서 부적절한 의사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고, 비리 의사에 대한 행정·사법 당국의 대응도 솜방망이식이다. 여기에 의사들의 무너진 사회 윤리의식까지 곁들여져 총체적인 의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등 의료 선진국은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두고 정기적으로 면허 갱신이나 연수 교육, 진료 적절성 평가 등을 거쳐 의사의 질을 관리한다. 

반면 국내는 의사 면허를 발급받고서 3년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취업상황 등을 신고하고, 일정 시간의 보수교육만 받으면 면허를 유지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한편 사법당국의 온정적인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다 의료사고를 낸 여의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여의사는 레이저 시술을 하다가 환자의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혀놓고도 “환자가 태양에 화상을 입었다”고 진료기록부에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가 고의가 아니었던 점’ ‘A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금고 이상의 형으로 일정기간 의사자격이 상실되는 점’ 등을 이유로 실형 대신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의사들의 사회 윤리의식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라며 "의사들의 잇따른 타락과 범죄를 막으려면 관련 법 제도 정비도 필요하지만, 의사 졸업생 시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며 다짐했던 원칙들을 되새기며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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