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이 분수령, 美 핵동결 조건 北과 협상 조짐...한국 ‘닭 쫓던 개’ 될 수도

[사진=청와대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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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정찬 기자]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가 대참사 지경이다. 정책 최우선 목표인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에 따라 무용지물이 됐고 북핵 공동대응의 동반자인 미국은 비핵화 정책에서 북한 핵동결로 발을 뺄 태세다.

북핵 불용의 원칙으로 한국 등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북한을 압박하던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한반도 배치를 기점으로 한국과 틀어졌다. 동북아와 세계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량 강화에 큰 보탬이 됐던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도 끝이 났다.

미국은 한국을 자신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의 틀 안에 가두는데 성공하자마자 전통적인 일본 중시전략을 노골화하면서 다시 과거의 수직적인 한미 불평등 외교틀로 되돌아가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미국과 일본의 보폭을 제한하는 지렛대로서의 한국의 역할이 이젠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 귀결은 한국보다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관계 복원으로 갈 조짐이다.

한일관계도 일본 우위로 넘어갔다. 미국의 중국 포위 목적의 한미일 동맹 구축 압박에 밀려 서둘러 지난해 12.28 한일위안부 협상에 합의한 대가다.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범죄를 저지른 일본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우리가 일본을 압박했지만 지금은 소녀상 철거를 두고 역으로 압박받는 웃지 못 할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아시아 패권 다툼과 관련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의 동시 러브콜을 받았고 한일관계에서도 위안부 문제로 일본이 쩔쩔맸다. 그래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0153월에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통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결코 골칫거리나 딜레마 아닌 축복이라며 자신만만해 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한국은 이 모든 외교적 자산을 깨먹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외교안보 대재앙의 분수령

이 외교안보적 대재앙의 근원은 북한 핵실험에 있다. 북한은 2016년 새해 벽두에 4차 핵실험으로 자신의 핵능력은 과시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분수령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총 5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고 그중 3차례를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했다. 1~3차 핵실험은 북미 협상을 목적으로 한 시위성 핵실험이었지만 올해 진행한 2번의 핵실험은 차원을 달리 한다. 4차 핵실험부터 북한은 자신의 핵능력이 소형화-무기화에 바짝 근접했고 잠수함탄도미사일(SLB) 발사시험 성공에 뒤이은 5차 핵실험의 실질적 위협 수준은 매우 높았다.

2006101차 핵실험이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던 미국 부시행정부를 겨냥했고 2009년의 2차 핵실험은 새로 출범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시위용이었고 20132월의 3차 핵실험 또한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2기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것에 가까웠다. 3차 핵실험까지만 해도 북한은 협상을 요구하는 시위용 성격이 강했다. 이는 이 시점까지만 해도 한국과 미국이 북한 핵을 관리하려 들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3년 후에 진행된 4차 핵실험부터는 협상용 시위라기보다는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목표에 다가가려 했다. 지난 2012년 김정은 정권이 헌법을 고치면서 한 핵보유국선언을 한 것을 실천했다. 다만 북한 체제에서 헌법보다 우위인 북한 노동당 규약에 핵보유국을 명기하지 않아 협상의 끈을 놓진 않았지만 북한은 고도화된 을 가지겠다는 목표로 잰 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201323차 핵실험 후부터 201614차 핵실험까지 3년간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핵을 왜 막지 못했느냐이다. 박근혜 정부는 바로 이 3년 동안의 북한 핵능력 강화의 책임을 오롯이 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 보유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음에도 핵협상의 당사자인 미국은 이를 무시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이 중국을 견제하는 동아시아 재편전략에 유리하다는 계산 하에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방관하는 전략적 인내정책으로 일관했다.

미국이 북한 핵을 핑계로 동아시아재편전략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불안을 느낀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대열에 함께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한중 간의 밀월도 시작됐고 이른바 미중 양쪽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도 맞이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고립정책보다 유연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북한의 협상신호는 무시하고 미국의 무시전략에 편승했다. 북한에게 선핵 포기를 요구하며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쪽으로 전념했다. 그러면서 통일대박을 부르짖었고 이 속에는 북한정권 붕괴론이 횡행했다.

이러한 전개는 북한을 사면초가상황으로 몰아넣으면서 오로지 기댈 데라곤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협상을 통한 출구가 없는 북한으로선 만이 자신을 지킬 유일한 수단으로 삼았고 지난 3년 간 핵 개발에 매진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의 북한의 핵능력 제고는 미국과 한국에 책임이 있다는 중국의 주장이 크게 틀린 것이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남북한이 서로 대화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2013년 개성공단 폐쇄와 재가동과정에서 남북인 고위급 회담으로 갈 수 있었으나 한국 쪽의 강경한 입장으로 무산됐다. 2015821일 남북 고위당국자 합의를 계기로 남북대화를 통한 관계개선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외면했다.

이 모든 것이 무산된 결과가 올 1월의 4차 핵실험이다. 그리고 불과 8개월 만에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감행하면서 북한 핵은 그야말로 눈앞의 실질적 위협이 됐다. 그야말로 올 것이 온 셈이다.

미국, 핵동결 조건으로 과 협상 조짐...한국 닭 쫓던 개될 수도

북한의 4~5차 핵실험은 북핵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미국이 더 이상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의 방관정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북한 핵위협은 중요한 포석으로 활용했지만 이제는 적절히 통제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은 핵동결을 조건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핵동결이란 의미는 지금까지 개발한 핵에 대해선 묵인하겠다는 뜻이라 미국의 방관정책에 편승하며 북한 정권 붕괴를 기대했던 한국 정부는 그야말로 닭 쫓던 개가 될 위기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918(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임해야 한다시급히 필요한 것은 그들이 현재 상황에서 (핵 실험을) 동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북한이 동결에 동의하고, 더 이상의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으며, 특히 더 이상의 실험을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916(현지 시각) 미국의 대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외교협회(CFR)는 대북정책 태스크포스(TF)팀의 보고서를 통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면서 초기 단계에서 북한의 핵 능력 동결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현 수준에서 묶는 핵동결을 조건으로 대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한국 정부의 기본방침과는 어긋난 것이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고 북한과 핵 협상을 벌이는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북핵 한미공조의 균열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미국을 바짓가랑이를 잡아야만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선 미국의 핵우산 보호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장에 나설 수도 없다. 겨우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해달라는 정도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더욱 더 자극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외교안보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함께 미국의 인질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보다 미국의 사드 한반도 배치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중국에게도 북한 핵은 세계전략의 포석일 뿐이다. 다만 자신에게 불리하게 한미일 군사동맹을 촉진하는 수순으로 이끄는 미국의 요석(要石)’이기에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동조하며 한국과 일정 보조를 맞췄고 한국에 북한과의 대화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러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한중관계는 군사적 의미에서는 적대적 관계로 넘어갔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국이 한국의 요구에 따라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나선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 중국은 한국이 자신에게 대북제재를 요구하는 것도 눈에 거슬릴 것이다.

궁지에 몰린 한국의 외교안보 상황을 이용한 일본의 압박 또한 거세다. 미국의 도움으로 한국을 압박해 위안부합의를 이끌어낸 아베 신조 정권은 이참에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까지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일본은 이참에 한일군사협정까지 체결해 유사시 한반도에 군사적 진출까지 도모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구와 압박에 대한 제대로 된 항변조차 못하고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문제에서부터 한미, 한중, 한일 등의 외교안보에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박대통령 북핵 관리 실패 책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돌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근원적인 책임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실패와 북핵 관리 실패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만 펼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9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4, 5차에 이르기까지 계속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우리나 국제사회가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의 핵개발 역사는 오히려 그 반대임을 증명하고 있다소위 대화를 위해 주었던 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이 되었다고 북한의 4차 핵실험 책임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게 돌렸다.

또 박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북한은 물 밑에서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그 시간을 이용했고, 결국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북한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이 약 9년 전에 끝난 민주정권에다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한은 더 이상 핵 포기를 위한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핵과 미사일 등의 도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바라보는 또 다른 책임 방기에 가깝다. 북한 핵개발의 1차적 책임은 김정은 정권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이를 강변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실질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새롭고 강력한 제재 도출에 최선을 다하면서 이와 별도로 여러 나라들과 함께 대북 압박을 위해 필요한 독자적 조치도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핵동결을 전제로 대화할 뜻을 나타내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대책을 고집하는 것이다.

안보 공세통해 외교안보 실패와 불리한 정치현안 덮기 나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모든 책임을 과거 민주정권 10년의 퍼주기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광기로 돌리면서 이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 있다.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수없이 강조해 왔다고 강변했지만 안보를 정치 수단으로 삼은 것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반대 등 자신과 반대되는 목소리에 대해선 불순’, ‘내부분열로 몰아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에 따라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이에 야당들이 박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을 안보 공세라고 했고 언론들은 최근의 정국을 안보정국이라고 부른다.

지난 9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사드 배치, 남북 대화 등의 문제에서 자신의 주장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에게 강요하자 회담 도중 추 대표가 안보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이게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느냐고 발끈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안보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배경은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비롯되는 뿌리 깊인 반북 정치지형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수 국민이 한반도 긴장이 조성되면 집권세력을 비판하다가도 즉각 힘을 실어주는 한국정치의 특수성에 기대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대북 관리 및 외교안보의 실패조차도 가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 9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할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지방 방문 일정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두 시간이나 지연돼 열렸음에도 별 탈 없이 넘어간 것도 이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러한 안보 정국 조성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 등 당면한 정치현안을 덮는데도 활용되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함께 우 수석에 대한 국민들의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추석 명절을 그치면서 야당들의 우 수석 사퇴 요구로 잠잠해졌다. 안보정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우 수석 논란으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기준으로 91주차에 취임후 최저치(31.0%)를 기록했으나 북한의 5차 핵실험이 민심에 영향을 미친 추석 직전인 12일과 13일에 실시된 92주차 조사에서는 34.0%로 반등했고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조사에서는 34.9%까지 올랐다. 이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따른 국민의 안보 불안감 상승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추석 연휴 이후 처음 주재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강경한 안보발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이른바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의혹 때문이란 분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회의에서 강한 톤으로 안보 발언과 함께 박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 비선실세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

반북 안보정국 조성을 통해 정부의 외교안보 참사를 가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국내 정치현안까지도 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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