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논란 증폭 유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좌)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우)<사진=연합뉴스></div>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좌)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우)<사진=연합뉴스>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싼 공방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 전 장관, 새누리당, 문재인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이 벌이고 있는 진실 공방전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까지 이 문제가 쟁점으로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전개 과정이 무척 유감스럽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물론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했다는 증언에 따라 여러 정치적 비판을 할 수 있다. 당시 정부의 기권 결정을 비판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실제로 물었는지를 추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관계를 가리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한다. 일단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가리고, 만약 필요할 경우 관련 당사자들에게 책임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사안을 정쟁화 하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를 향해 ‘내통’, ‘대북결재’ 운운하며 마치 간첩죄라도 저지른 범죄자 다루듯 하고 있다. 아직 송 전 장관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된 단계도 아니고, 그와 반대되는 증언들도 이어지고 있는 마당에 새누리당은 이미 단정을 하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진정성은 전해지지 않고 오직 문재인이라는 유력 대선후보에게 타격을 입히고, 이 문제로 정권 관련 각종 의혹들을 덮어버리는 국면전환을 이루겠다는 속내가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남북관계가 풀려가던 2007년 당시의 상황 속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을 하고, 그 문제를 갖고 남북간 채널에서 얘기가 오고 가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정책이라는 것은 그 시점의 상황 속에서 평가를 해야지, 지금처럼 남북대치 상황에서의 잣대로 당시의 정책을 단죄하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노무현 정부가 결정을 하는데 사전에 북한의 의견을 들어서 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부적절한 측면이 있기에 그 진위를 가릴 필요가 대두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때만 되면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악습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정쟁화 하면서 색깔 공격에 매달리는 모습을 버리고 차분하게 사실관계 확인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데는 문재인 전 대표의 모호한 대응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원론적인 반박을 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처음에는 다소 엇갈리는 얘기들을 하다가 나중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다. 아마도 NLL 회의록 논란 당시 직접 나섰다가 오히려 여당의 의도에 말려들어 상처 입은 경험을 떠올린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서 결정한 것이냐, 아니면 결정을 통보한 것이냐가 뜨거운 쟁점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이같은 대응 방식은 대단히 무책임하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사실관계의 확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가장 앞선 문재인이 두려워 일어난 일"이라는 식의 선문답과도 같은 대응은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자신이 집권하겠다는 정치지도자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넘길 일이 아니라, 당시 자신이 취했던 입장이 무엇이었고 어떠한 생각에서 그랬는지를 국민에게 당당히 밝힐 필요가 있다.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을 설득할 것이 있으면 하고, 혹여라도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면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면 된다. 6자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도 이루어지고 남북관계가 긴밀했던 당시의 정책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의 대응은 논란이 제풀에 꺾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증폭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NLL 회의록 논란 때는 상황 파악 없이 혼자 덜컥 나서서 문제가 되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너무 무책임하게 숨어버려서 문제가 되고 있는 악순환이다. 더구나 송민순 전 장관은 “진실은 도망가지 않는다”며 자신이 밝힌 내용이 사실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 전 대표의 거리두기가 국민을 얼마나 이해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지도자는 결국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이번 논란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대응방식 선택과 그 결과도 자신의 몫이다. 다만 소모적인 논란이 길어질수록 정권 관련 각종 의혹들이 파묻힐 것이 우려된다. 또한 내년 대선의 기류에도 엉뚱한 방향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이 워낙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니까 이성적으로 매듭짓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은 최대한 국민을 이해시키는 정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새누리당 욕하고 송민순 전 장관을 거짓말쟁이라 비난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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