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한 시국, 개인 김병준이 책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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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새 총리로 내정된 김병준 교수는 국정공백을 우려해서 총리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권력욕이라고 비판한다. 사람 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으니, 어느 쪽인가를 내가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두 가지 다 일 수도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김 교수의 선택이 바람직하며, 그의 바람이 현실 가능한 것인가를 함께 판단하는 일이다.

김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이 규정한 총리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헌법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이라는 것이 지금의 시국에서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헌법 제86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일, 헌법 제87조에 따라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고 국정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것이 헌법이 규정한 총리 권한의 100%이다. 대통령 하야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김 교수가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치는 것이 시국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김 교수가 상정하고 있는 총리의 역할은 지금 국민과 야당들이 요구하고 있는 그것과는 큰 괴리가 있다. 국민의 뜻을 대변하여 야당들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부 거국내각’은 무엇인가. 대전제는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국회나 여야가 추천하는 새 총리에게 이양하고, 그 총리로 하여금 조각을 하도록 하자는 얘기이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물론이고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전반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김 교수의 그림과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청와대 측은 대통령은 외치만 하고, 총리는 내치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외교-안보 분야의 권한은 물론이고 내치에 관해서도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이미 식물이 된 대통령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박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가. 지금은 도리없이 고개 숙이고 있지만, 이 고비를 지나고 나면 어떻게든 자신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할 사람이다. 그때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외교와 안보이다. 이미 합리적인 사고 능력에 대한 불신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에, 국가안위를 좌우할 어떤 위험한 행동을 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로 몇 주 전까지 최순실을 모른다고,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라고 태연하게 새빨간 거짓말을 해왔던 것이 그 사람들이다. 이성과 상식의 잣대로 박 대통령의 행보를 예상하면 안 된다는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깨달은 교훈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조차 확인받지 못한 김 교수가 책임질 수 있는 앞길이 아니다. 김 교수 개인이야 속을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나라가 거기에 휘말려서는 안될 일이다.

김 교수에게도 나름의 진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책임질 수 없는 진심’일 뿐이다. 이 위중한 시국은 결과에 대해 아무 것도 책임질 수 없는 개인이 나서서 나를 믿어달라는 식으로 풀어갈 때가 아니다. 박 대통령과 야당들이 힘의 대결을 하든 담판을 짓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있는 정치 주체들이 그렇게 직접 결론을 내려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이 야당들이 요구하는 조건부 거국내각을 수용하든지, 아니면 국민과 야당들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고 그 길로 내몰리든지. 그것은 김병준이라는 개인이 끼어들 곳이 아니다. 그가 해결사를 자처하며 끼어드는 것은 권한 행사를 계속하려는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결과가 될 뿐이다. 그래서 말한다. 김병준 교수는 빠지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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