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분담금, 한미FTA, 북미관계 등 변화 예상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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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김희원 기자]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 결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선거 기간 각종 막말과 성 스캔들 등의 논란에 휩싸이면서 해외 언론은 물론이고 국내 언론들까지 대부분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 정치와 전혀 무관한 길을 걸었던 억만장자이자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가 당선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면서 국내 분위기도 술렁거리고 있다. 트럼프의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해봤을 때 한미동맹, 대북정책, 북핵 해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와 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들은 그의 당선으로 한국 외교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외교·안보구상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한 ‘신(新)고립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 그의 구상은 미국도 재정 여력이 없으므로 이제는 철저하게 미국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한미방위비분담금‧미군철수 문제

트럼프는 선거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동맹의 미국 착취론’을 주장해왔다.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는 지난 2월 공화당 10차 대선토론에서 “우리는 보잘 것 없는 비용으로 이들(일본, 중국, 한국) 국가를 보호하고 있는데 군사지원에 대해 비용 보전을 받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나도 계속 (동맹국을 방어)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엄청나게 부유한 대국들을 보호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합리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면…이들 나라에 ‘축하해, 앞으로 스스로 지키게 될 거야’라고 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는 한미간 방위비 분담 증액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된다면 미군 철수까지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으며 한국과 일본 등이 스스로 핵무장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즐겁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 우리는 수십억 달러를 손해 볼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주장’에 대해 “미국이 지금처럼 계속 약해지는 길로 나아간다면 그들은 내가 그것을 언급하든 하지 않든 그것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와 확장 억제 정책 등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전략무기 상시배치와 같은 조치는 현실성이 없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내년 상반기 배치를 희망하는 사드 배치 문제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드 배치 시기가 늦춰지거나 한국에 배치 비용 분담을 새롭게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선 결과 관련 긴급 고위전략회의 결과와 관련 “미국은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국가이기 때문에, 너무 상황을 안일하게 봐서는 안되겠지만 또 너무 급변할 거란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회의에서 나왔다”며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가 한미 방위비 분담 문제인데 우리 국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현명하게 대비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는 후보 시절했던 발언을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그대로 100%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공화당 소속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서 3선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77)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공화당 정책과 민주당 정책을 비교해 보라. 공화당 소속 대통령 치고 미군 철수하자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며 “한미관계가 금이 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통령으로서의 발언인지, 입후보자로서의 발언인지를 봐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입후보자가 했던 이야기를 100% 실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은...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각종 무역협정을 폐기 또는 재협상하겠다고 일관되게 공언해왔다는 점에서 재임 기간 실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실행을 추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는 지난해 8월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미 교역으로 큰 돈을 벌지만 미국은 얻는 것이 거의 없는 바 이는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공식석상에서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쓰며 ‘역사상 최악의 협정’으로 규정한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함께 한미FTA를 재협상의 대상으로 공언한 바 있다.

산업부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무역장벽과 수입규제 강화 등에 대비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북미관계에는 어떤 변화 있을까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북미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면서 북미간의 본격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의 핵역량은 더욱 고도화했다.

트럼프 정권 하에서의 북미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까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어 보인다.

트럼프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북미 양자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북한도 관영 매체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후보보다 트럼프에 대한 선호를 드러냈던 만큼 양측의 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지난 5∼6월 인터뷰와 유세를 통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 그와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북한과 절대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지난 9월 26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북핵 위협은 중국이 다뤄야 한다”며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북한 핵위협을 사실상 방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열린 미국 대선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새로 구성될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되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외교·국방·경제 등 전반적인 분야에 긴밀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정부는 대북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 경제의 안정과 한미 양국간 협력 확대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폭넓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국학과 교수는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아무래도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니까 경제적으로 힘겨워질 것이고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므로 한미방위비분담금이라든지 여러 형태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한미관계에 일정한 갈등 요소가 커질 것”이라며 “또 한반도 평화 부분도 예측이 힘들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안 교수는 “우리 정부는 트럼프 사단이 어떻게 형성될지 누구를 국무위원으로 뽑을지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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