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장기전 상황에서 전략을 바꿔야 하는 이유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div>
▲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례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재개 행보를 보이면서 장기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청와대와 친박들은 잠시 고개 숙였던 모습을 집어던지고 이 고비만 넘기면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는 얘기들을 쏟아낸다. “목숨 내놓더라도 헌법 지키겠다는 입장”이라는 말에서는 끝까지 국민에게 맞서겠다는 결기가 전해진다.

소통이 불가능한 후안무치의 대통령을 퇴진시키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야당의 전략 또한 정세의 변화에 맞게 수정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기대하기가 불가능해진 지금, 이제는 국민여론으로 그를 포위.고립시켜 항복을 받아내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그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여기서 새롭게 대두되는 것이 황교안 총리 교체의 시급성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자진 하야시 혹은 탄핵소추에 따른 직무대행체제를 염두에 두고 황 총리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은 많았다. 이제는 그에 더해, 박 대통령의 국정재개 상황 속에서 그의 위험천만한 일방 통치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앞으로 수개월을 끌지 아니면 최악의 경우 임기 끝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한 박 대통령이 나라를 어느 지경으로 몰고 갈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밀어붙이고 사드배치에 오히려 속도를 내는 기막힌 장면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은 검찰 조사에 불응하면서 엘시티 수사에 정략적으로 개입하는 코미디 같은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앞으로 말도 안되는 이슈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싸움을 붙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것이다. 당연히 나라는 위험천만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막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황교안 총리부터 교체하고 새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하여 새로운 내각의 구성을 주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일단 국회에 새 총리 추천을 요청한 상태이다. 물론 야당들은 국면전환의 의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하여 대통령이 먼저 2선 퇴진 선언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조기에 실현될 가능성은 없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2선 퇴진 혹은 탈당 요구를 접어두고라도 일단 새 총리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요청한대로 국회가 추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혹시 국회가 추천하더라도 인물에 따라서는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위험이 새롭게 대두되는 분위기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말하는 영수회담을 통한 합의도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다. 대통령까지 있는 자리에서 한 번에 얘기를 끝내버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런 영수회담은 논란이 되었던 박근혜-추미애 영수회담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는 새 총리를 결정하는 회담이고, 이 회담과는 별개로 퇴진 요구는 당연히 계속 가는 것이다. 영수회담에서는 다른 얘기는 필요없고, 퇴진의 결단을 촉구하고 새 총리를 제안하여 합의를 보면 되는 것이다. 물론 국회에서의 여야합의가 가능하고, 박 대통령이 그 결과를 거부할 위험이 없다면 그냥 국회 차원에서 추천해버리면 되는 일이기도 하니, 구체적인 방법은 야3당이 더 의논하면 될 것이다. 다만 서둘러야 할 상황인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야권은 이제 장기전에 대비하며 투트랙, 아니 쓰리 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 광장의 촛불민심과 함께 하며 퇴진 요구를 계속해 나가고, 환경이 무르익는 시점에 탄핵 절차를 밟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도 먼저 황교안 내각을 새 총리가 이끄는 거국내각으로 바꾸어 놓아야 할 때가 지금이다. 그래야 행정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시킴으로써 그를 고립.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2선 퇴진이 전제되지 않은 거국내각이기에 갈등이 생겨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 할 것이고 새 총리와의 갈등이 생겨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면 자체도 퇴진 여론을 굳혀가는데 일조를 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마음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야당에게 요청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할 수 없이 황교안 총리와 계속 가겠다고 할지 모른다. 지금 가능한 것들을 우선 확보해 놓고 그 다음에 퇴진과 탄핵 얘기를 하면 된다.

어제 야3당 대표회담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이 새 총리 합의를 위한 영수회담 얘기를 꺼냈지만 다른 야당들의 이견으로 야3당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상황의 변화에 맞는 전략적 사고와 판단들이 나오지 못하는 것 같아 크게 아쉽다. 한 때는 2자 영수회담을 하려다가 혼선을 일으킨 민주당이 이번에는 오히려 현시점에서 총리교체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꼭 영수회담의 방식은 아니어도 좋지만, 가능한 최선의 방식을 찾아 황교안 내각부터 갈아치워야 한다. 야3당은 아직 대통령이 자기가 꺼낸 말을 기억하고 있을 때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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