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소 29인 찬성표 필요, 헌재 소장·재판관 1인 교체는 변수

[폴리뉴스 김동용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촉발된 난국 속에서 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만약 퇴진할 경우 절차와 방법을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지난 12일 촛불집회 후 잠시 몸을 낮췄던 청와대가 며칠 사이 강경모드로 전환, 박 대통령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정치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 후 책임총리 임명·거국중립내각 구성보다는 ‘탄핵’과 ‘하야’에 더 초점이 모아지는 모양새다. 탄핵과 하야는 모두 고위공직자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뜻은 같지만,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나는 하야와 위법행위를 한 공직자가 법적 절차를 거쳐 ‘파면’되는 탄핵은 차이가 있다.

최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을 주축으로 한 야당이 역풍을 우려해 탄핵을 섣불리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 역풍을 맞았던 학습효과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참여했으며, 역풍을 생생하게 지켜봤던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현재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은 이 같은 의견을 뒷받침한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출정식'에서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출정식'에서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누리당 비박계가 ‘하야’가 아닌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헌법에 부합한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는 내년 대선까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새누리당과 동일시하는 국민이 적지 않아,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도 이에 힘을 보탰다. 한 매체는 지난 17일 칼럼을 통해 “우리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보장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통령도 우리나라의 첫 번째 공무원으로서 그 대통령이라는 신분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서 보장되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 형사적인 유죄의 판결을 받을만한 일을 했는지는 수사기관에서 엄밀하게 조사해야 하며, 만약 그렇다면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대통령의 “그 사람 아직도 있어요?” 한 마디에 신속하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명예퇴직을 했다고 알려진 국·과장급 공무원 2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었다.

청와대, 피할 수 없다면 ‘하야’보다는 ‘탄핵’
탄핵 절차 감안할 때, 최소 8개월, 최장 1년 소요

이처럼 탄핵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자, 탄핵의 절차와 방법·가능성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탄핵소추는 의회가,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그 권한을 지니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300명 중 과반인 151명 이상이 발의해 재적 의원 2/3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결된다. 청구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피청구인은 탄핵소추자가 된다.

탄핵소추안은 발의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투표를 거쳐야 하며, 투표를 하지 못할 경우 해당 탄핵안은 자동 폐기된다. 발의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해당 공무원에게 그 사실이 통보되며, 그 시점부터 해당 공무원은 해당 직에 의한 모든 권한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있기 전까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의 참석으로 6명 이상이 찬성한 경우 파면이 결정된다. 다만 탄핵 결정 전 해당 공무원이 파면 당하면 기각처리 된다. 탄핵으로 달성하려고 했던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하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은 경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100만 촛불민심'이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에서 표출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탄핵 여론이 거세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5일 저녁 적막한 청와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100만 촛불민심'이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에서 표출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탄핵 여론이 거세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5일 저녁 적막한 청와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만약 퇴진을 피할 수 없다면 ‘하야’보다는 ‘탄핵’을 원하는 눈치다.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탄핵 절차를 감안할 때, 최소 8개월, 최장 1년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은 예정된 퇴임과 탄핵심판 결정이 이뤄지는 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대선 정국이 한창인 가운데, 탄핵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본회의 의결 위해 200인 찬성 필요, 野3당·무소속 합쳐도 171인
헌재 박한철 소장 내년 1월·이정미 재판관 3월 임기만료

탄핵소추안이 가결될지도 미지수다. 대통령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하기 위해서는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야3당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쳐도 171명이다.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질지도 불투명한 가운데,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 한들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29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또 탄핵심판을 맡게되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관 중 박한철 소장은 내년 1월, 이정미 재판관은 3월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점도 변수다. 탄핵 심판 도중 재판관이 바뀐다면 그만큼 심리 지연이 불가피하다. 만약 인사에 파행이 생긴다면 7명의 재판관만으로 심리가 진행되는데, 그 중 6명이 인용의견을 내야 하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6/7이라면 절대 박 대통령에게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

이런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일각에서는 ‘왜 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탄핵소추와 심판을 동시에 해결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는 탄핵소추권은 의회에서,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담당한다는 헌법 제65조에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 탄핵소추는 하원의회가, 탄핵심판은 상원의회에서 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본질은 다르다.

미국의 탄핵재판에서 상원의원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과 달리 법률문제와 사실문제에 대해 심리하고 판단하는 법관이라고 할 수 있다. 탄핵재판의 경우 소수의 배심원에게 판단의 책임을 맡기는 것보다 권위있고 재량권을 자긴 탄핵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려는 것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회 재적의원 1/10 이상의 동의, 또는 상원 재적의원 1/10 이상의 동의로 소추가 발의된 후 양원에서 모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 의결이 이뤄진다. 탄핵심판은 현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고등탄핵재판소가 맡는다. 다만 예심위원회가 고등탄핵재판소에 대한 제소권자가 되는데, 예심위원회는 5명의 정위원과 2명의 보조위원으로 구성되며, 매년 대법관들 가운데서 대법원 사무국에 의해 임명된다.

예심위원회는 탄핵소추과정상 절차적인 문제점이 없었는지 조사하며, 특히 의회에 의해 탄핵소추된 사실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평가한 뒤, 고등탄핵재판소에 제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탄핵 절차에 사법기관 구성원이 참여한다는 점은 우리나라와 유사하지만, 예심위원회는 탄핵소추의 정당성만을 판단한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지난 50여년의 대한민국 탄핵제도의 변천사를 돌이켜보면 우리 헌법은 점차 탄핵소추가 어렵게 되는 방향으로 변천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차례의 헌법 개정을 거치면서 탄핵의 대상, 소추기관 및 심판기관이 변천을 겪게 되었지만 탄핵의 사유는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 헌법에서 탄핵제도가 일정부분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의 목적과 배경이 행정부와 사법부 공직자의 권력남용에 대한 통제라는 본래의 제도적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정치적 보복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의회로부터의 독립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탄핵이 정치적 당파심에 의해 대통령을 비교적 용이하게 파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게 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를 거치는 이유 중 하나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변호사 모임'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변호사 모임'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2번의 대통령 탄핵 ‘재정회계법’ 위반 ‘부정축재’ 논란
미국, 총 3번의 탄핵소추 ‘워터게이트’ 닉슨은 탄핵소추 중 사임

외국의 대통령 탄핵 사례를 살펴보면 가장 최근 사례는 2016년 8월 31일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재정회계법’ 위반으로 인한 탄핵이다. 앞서 지난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 전 브라질 대통령도 부정축재 논란으로 탄핵됐다.

미국은 아직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없지만, 총 3명의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받았다. ‘앤드류 존슨’ 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무원 임기법’ 위반으로 탄핵 소추를 받았으며,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에 1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추문’에 휩싸여 탄핵 소추를 받았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37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지난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소추를 받았다. 당초 사건을 부인했던 닉슨 전 대통령은 속속 정황이 드러나면서 하원에서 탄핵 표결 직전 사임했다.

또 인도네시아 ‘안부라만 와힛’ 대통령은 지난 2001년 7월, 페루의 ‘알베트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0년 11월,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모두 부패 혐의로 탄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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