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을 한시도 더는 늦출 수 없을 것 

오늘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면 국회에서 탄핵을 한시도 더 늦출 수 없는 명백한 이유들이 잘 나타나 있다. 수백만의 국민들이 한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여에 걸쳐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은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오늘 이 순간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노력했고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다고 계속 강변하고 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도 공적 사업이라 믿고 추진했고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 말하면서 모든 것을 주변 탓으로만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혐의들만으로도 단 하루도 대통령직을 유지해서는 안 될 만큼 무거운데도 저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은 지금도 자신이 여전히 공주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거나 중증의 정신적 장애 증상이라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길 것이고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라 밝혔다. 자신이 지금이라도 퇴진을 결심하면 될 일을 국회에 떠넘기는 것은 탄핵 압박을 늦추고 촛불 민심과 국회를 분리하겠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울러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진영이 탄핵에 찬성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친박진영에서 거론했던 질서 있는 퇴진’ ‘명예로운 퇴진의 내용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면 이는 다시한번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소한 1차나 2차 담화를 발표했던 시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면 그 시점부터 국회에서 이를 검토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자신이 받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던 검찰수사에도 응하지 않고 막무내식의 버티기로 일관하다가 탄핵안 발의에 대해 야3당이 이미 합의하고 문안 검토까지 마쳤고, 새누리당에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의원 수가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을 만큼 확보된 이 시점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바로 눈앞에 닥친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새로운 혼돈으로 가서는 결코 안 될 것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친박을 중심으로 탄핵안 발의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또한 친박계 내에서는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새헌법을 통과시켜서 명예롭게 퇴진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민심과 거리가 먼 이 같은 일련의 모색들 모두가 새로운 혼돈의 시작일 뿐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사퇴를 전제로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시작이 되면 광장에 결집했던 촛불 민심은 다시 구경꾼이나 제3자로 전락하게 되고

말 것이다. 새누리당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고 국회 또는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 되면 야권 또한 공조를 지속할 수 없고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개헌의 방향 또한 광장에서 제기된 민심을 반영하기 보다는 눈앞의 선거만을 의식한 권력구조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국장농단에 무한책임을 함께 져야할 새누리당이 개헌논의의 주체로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야권이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계산을 하거나, 새누리당과 탄핵 이외의 방안을 찾기 위해 협상을 벌이려 한다면 이는 벌써 대통령이 쳐놓은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새누리당 비박진영이 오늘 대통령 담화의 영향으로 탄핵대오에서 이탈한다면 이는 그들 스스로 친박진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야당이 탄핵안을 표결에 붙였는데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촛불 민심은 당연히 국회의 새누리당으로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더 큰 분노로 타오를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은 자신의 입으로 한 말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를 않았지만 여야 정치권이 만든 법과 일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말까지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야당은 새누리당 비박진영을 믿을 것이 아니라 촛불민심을 믿고 탄핵에 매진한 다음, 새누리당이 끝까지 이를 거부하고 대통령과 공멸하는 길을 택할 것인지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온 나라를 뒤덮었던 혼용무도의 어둠을 뚫고 국민주권의 새 시대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범죄행위의 피의자 신분이면서도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허울뿐인 대통령이 방해하고 교란한다고 해서 야권이 정도를 향해 나아가지 못한다면 야권이 앞으로 열어야 할 국민 주권의 새 시대를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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