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통령은 부끄럽지만 국민은 자랑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적극적으로 외치며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해 시민들과 호흡했다.

박 시장은 최근에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의 전원 사퇴를 주장했고 지난 26일에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 ‘중소상인 저잣거리 만민공동회’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들어가 면전에서 즉각 사임하라고 외치겠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저승사자가 되겠다”고 말하며 민심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지난 28일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 가진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느낀 촛불 민심에 대해 “하나는 분노의 목소리고 또 하나는 갈망의 목소리다. 즉 이 헌정유린,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있다”며 “또 하나는 그 이면에 있는 우리사회의 부패하고 낡은 정치체제,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자. 정말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갈망의 목소리가 함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대통령은 부끄럽지만 국민은 자랑스럽다’ 이런 결론이다”며 “지난 주말 서울에 약150만명이 모였는데 한 건에 사고나 폭력 없이 집회가 진행됐다는 것은 시민혁명, 명예혁명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터뷰 가운데 일부다.

-지난 11월 26일에도 눈과 비가 오는 날씨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모였다. 세계에서는 대통령이 국격을 떨어뜨렸지만 국민들이 국격을 다시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민혁명인 촛불 민심을 어떻게 봤나.
저도 그 말씀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대통령은 부끄럽지만 국민은 자랑스럽다’ 이런 결론이다. 서울에 약150만명이 모였는데 한 건에 사고나 폭력 없이 집회가 진행됐다는 것은 시민혁명, 명예혁명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저는 광장에서의 시민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분노의 목소리고 또 하나는 갈망의 목소리다. 즉 이 헌정유린,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있다. 또 하나는 그 이면에 있는 우리사회의 여러 부패하고 낡은 정치체제, 사회 시스템을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바꾸자. 정말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는 갈망의 목소리가 함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향후 과제는 정치권이 이런 국민의 목소리를 받아안아서 총체적인 국정개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 단순히 분노 표출로 끝나선 안돼”
“사회 전체에 대한 새로운 구상 시기돼야”

-세계적으로 정말 경제가 어렵다. 저성장 속에서 우리나라도 불안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이제 제시돼야 할 때라고 보는데.
기본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방금 저성장을 말씀하셨는데, 과거 우리가 고도성장을 누렸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국도 고도성장을 누리다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그것은 이른바 뉴노멀이라고 하는 시대로 상징되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되 옛날처럼 고도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리가 저성장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안,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대안이 무엇일까의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과거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고 외국의 사례도 필요하고 미래도 전망해보는 시대가 돼야 한다. 저는 갑자기 구세주가 나타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이 촛불 정국, 촛불 시위가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박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이었는지에 대한 정당, 또 우리나라 사회 전체에 대한 성찰과 전망을 해볼 수 있는 학습과 새로운 구상의 시기여야 한다고 본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이번 촛불 혁명이 대의민주주의 한계 속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다.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 시민과의 직접적인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실천한 부분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가 근대 역사 속에서 발전돼왔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있었다. 또 대의민주주의가 때로는 국민들의 불만, 요구들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혁명과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저는 서울시정을 운영하면서 현대적인 여러 기술과 수단을 통해서 얼마든지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시민이 시장입니다’ 이런 구호 아래에서 시민들의 참여와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왔다. 어제 했던 서울협치대회에서는 이제는 ‘참여에서 권한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이제는 시민들이 시정의 여러 가지 정책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결정된 이후에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인으로서 등장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권한이다, 이런 이야기다. 그리고 또 어떻게 서울 도시 전부를 그야말로 오픈된 플랫폼 정부로 만들 것이냐가 지난 5년의 실험이었고 또 앞으로도 더 그걸 할 것이다. 참여예산도 앞으로 그렇게 바꾸고 있다. 이게 세계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마드리드 같은 경우 디사이드(Decide) 마드리드라고 하는 과거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정치, 정부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는 그런 혁명은 없었지만 어찌보면 제가 당선된 게 혁명 아닌가.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로 크게 보면 소통의 문제, 참여의 문제, 권한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제가 늘 ‘국민 권력 시대’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도 결국 국민들한테 권력을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집단지성의 시대, 위키피디아(Wikipedia)식의 행정, 이런 것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적인 참여로 본다면 참여 권한이 제도적으로 가능할까.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울시도 웬만한 나라보다 큰 지방정부다. 여기서 했던 경험들이 저는 얼마든지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참여예산제도라든지 또는 국민들의 참여가 사실 막혀있는 거 아니냐. 청와대 사이트가 있지만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들이 있다. 우리 시가 어젠다를 내놓을 수도 있지만 저희 서울시는 ‘엠보팅’이라고 해서 온라인으로 시민들이 스스로 수천 건에 대해서 토론하고 싶다고 하면 시민들이 스스로 어젠다를 만들어서 투표하게 만들어놨다. 이런 것들을 얼마든지 설치, 시행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국가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있고 그동안 작동돼왔던 관료적 시스템도 완전히 정지돼 있었다고 본다. 그러니까 최순실이라는 비선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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