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QD비전 인수로 박빙의 싸움 점화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차세대 TV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양자점(퀀텀닷) 디스플레이 기술과 LG전자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기술 간의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퀀텀닷 기술 분야 핵심 기업을 인수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LG전자는 중국 스카이워스, 네덜란드 필립스 등에 이어 일본 최대 TV 업체인 소니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OLED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재 OLED TV 판매량은 퀀텀닷 TV의 4분의 1 정도다. 

퀀텀닷 진영에는 세계 TV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국 TCL(3위), 하이센스(4위) 등이 가세해 있다. OLED TV는 아직까지는 규모가 작지만 시장 확대로 인해 앞으로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여 양측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예측되는 가운데서 양측은 서로 앞선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1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퀀텀닷 SUHD TV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1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 퀀텀닷 SUHD TV를 체험해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측은 “퀀텀닷 TV의 장점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색 재현율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퀀텀닷은 전류가 흐를 때 스스로 빛을 내는 나노미터(nm)의 반도체 결정을 말한다. 크기에 따라 다른 길이의 빛 파장을 발생해 다양한 색을 내는 방식이다. 이를 패널에 덧입히거나 패널의 백라이트 자체에 적용한 TV를 퀀텀닷 TV라고 한다. 

삼성전자 측은 또 “퀀텀닷 TV의 초미세 나노 입자는 기존 TV의 64배에 달하는 10억 개 이상의 세밀한 색상을 표현한다”며 “대략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보다 색 재현율이 20~30%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라이트 유닛을 쓰기 때문에 두께를 더 줄이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2세대 퀀텀닷 TV는 3mm 두께까지 구현했으나 일반 제품은 7~8mm 수준이다. 또 이런 이유로 디스플레이를 휘거나 구부리는 등의 변형 가공도 쉽지 않다. 

반면 LG전자 TV를 대표하는 기술 OLED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 발광물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소자가 자체 발광하기에 백라이트 유닛이 필요 없으며 그만큼 구조가 단순해 두께도 얇다. 디스플레이 변형도 가능해 휘는 형태 구현이 상대적으로 쉽다. 

LG전자 측은 OLED 기술의 장점에 대해 “명암비가 무한대에 가까워 뛰어난 표현이 가능하다”며 “퀀텀닷 TV의 명암비 5000대 1 수준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응답속도도 빨라 잔상이 없으며 시야각이 넓다”고 덧붙였다. 

단점으로는 비싼 가격에 수명이나 열화 현상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초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 LG 시그니처 OLED TV 체험존을 마련했다. LG전자는 “OLED TV가 백라이트 없이 화소 하나 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현존하는 TV 중 자연색에 가장 가까운 색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사진=LG전자 제공>
▲ LG전자는 이달 초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 LG 시그니처 OLED TV 체험존을 마련했다. LG전자는 “OLED TV가 백라이트 없이 화소 하나 하나가 빛을 내기 때문에 현존하는 TV 중 자연색에 가장 가까운 색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사진=LG전자 제공>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업계 전문가들은 퀀텀닷 TV보다는 일단 OLED TV가 기술적으로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블랙 색상 구현, 응답속도, 명암비, 시야각 기능 등에서도 OLED가 대체로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에 역점을 두는 이유는 차세대 TV기술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주력 제품인 퀀텀닷 TV 이후 OLED TV를 건너뛰고 퀀텀닷 소재 자체를 발광소자로 쓰는 QLED TV를 개발하고 있다. 

QLED는 퀀텀닷 자체가 형광성 유기화합물보다 높은 발광효율과 진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 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선명도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계획 속에서 퀀텀닷 기술의 우위 확보와 경쟁상대인 OLED 기술을 제압하겠다는 삼성전자의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 23일 정칠희 삼성전자 사장이 기자들에게 “QD비전의 자산을 인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여기서 자산을 특허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QD비전의 퀀텀닷 원천 특허를 활용해 향후 잠재적 특허소송에 선제적인 대응하고 후발주자에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연구자가 설립한 QD비전은 퀀텀닷 분야 핵심 기술과 원천 특허를 다수 보유해 미국 나노시스와 함께 이 분야의 양대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010년 나노시스에 15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투자해 기술 협력을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에 매진하는 반면에 OLED 기술도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다.

OLED 기술을 주력으로 삼는 LG전자를 비롯해 소니가 OLED TV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OLED TV를 판매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와 TV용 OLED 패널을 공급받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의 스카이워스·창훙·콩카를 비롯해 일본 파나소닉이 OLED TV를 이미 출시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 2016’에서 OLED TV를 선보인 네덜란드의 필립스, 터키의 베스텔, 독일의 메츠·뢰베 등 유럽 제조사들도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QLED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OLED도 기술개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추후 양측의 기술이 어디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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