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줄이고 ‘R&D’집중…그랜저IG 택시로 출격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판매 확대를 목표로 출시한 그랜저IG 택시<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판매 확대를 목표로 출시한 그랜저IG 택시<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현대자동차가 3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서 위기경영을 내세웠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국제회계기준 적용을 의무화한 2010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외 판매 환경이 악화한 데다가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3분기 경영실적이 매출액 22조837억 원, 영업이익 1조6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 2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런 부실한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차는 7년 만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가 위기경영을 내세우면서 단행한 조치는 먼저 비용절감이다.

지난달부터 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전체 임원 1000여 명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금 삭감은 임원급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지난해 대비 판매 감소와 내부비용 절감 필요성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한 경상비용을 20% 이상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일반경비 부문에서는 해외출장 시 단거리 노선에 대해 이코노미석을 의무 사용하도록 하고 업무용 차량을 대폭 축소하는 등 배차 기준도 강화했다. 업무시간 중 셔틀버스 운행 중지, 파손을 제외하고는 사무비품 교체 중단 등의 방침도 내세웠다.  

이 밖에 전기료 등 에너지비용 20% 이상 절감과 불필요한 외부 용역 컨설팅 대폭 축소, 연월차 50% 이상 의무사용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이다.

현대차는 당초 연말로 예정됐던 해외 주재원교육을 별도로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의 상황이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고 부진한 해외 판매 회복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올해 주재원교육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연말이 되면 해외 주재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현대차는 비용절감과 함께 판매 확대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내수 판매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이광국 워싱턴 사무소장(전무)을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에 임명했다.

또 지난달 출시한 신형 그랜저IG를 택시로 조기 등판시켰다. 신차 출시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부터 택시로 판매했던 과거와 달랐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그랜저가 고급 이미지를 앞세웠다면 신형 그랜저IG는 30~40대 젊은 층이 주 고객이기 때문에 대중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택시로 판매하면 실적을 높이고 많은 이들이 접할 수 있어 홍보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그랜저IG 택시를 조기 등판시킨 이유로 연말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랜저IG 택시 모델을 출시하면서 일반 모델과 달리 구형 에어백을 장착하고 에어백 개수도 6개나 줄인 것으로 나타나 지나치게 원가절감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현대차가 이렇게 비용절감, 판매 확대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지출을 늘린 부분이 있다.

현대차는 1조5245억 원을 연구·개발비(R&D)로 투자해 지난해보다 1495억 원 늘렸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증가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였으나 올 3분기에는 2.2%로 0.2%포인트(p) 늘었다. 

현대차의 연구·개발비는 매년 증가해왔다. 2013년 연구개발비 총액은 1조8490억 원으로 전년 1조6318억 원 대비 2000억 원 넘게 늘었으며 2014년에는 2조128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조1724억 원을 사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에 IT기기 및 전장 부품의 탑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개발 등과 관련된 특허 확보에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자율주행차, 그리고 커넥티드카 관련 신기술 개발에 비용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전기차 등과 같은 친환경 차량에서도 경쟁력 갖기 위해 특허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위기 속에서 비용절감, 판매 확대를 펼치는 가운데서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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