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부족…국산 전기차 살 만한 모델 부족 ‘2중고’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스라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현대자동차 제공>
▲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스라의 국내 진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자국의 지원 속에 기술력이 크게 향상돼 국내 자동차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 경쟁력 강화와 이를 뒷받침해줄 정부 정책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의 자동차들은 지난 5~6년 전만해도 카피(copy) 제품으로 글로벌 웃음거리였던 시대를 벗어나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자동차업계는 2020년 수출 목표를 300만 대로 설정해 글로벌 강자로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의 비야디(BYD)가 지난달 한국 법인인 ‘비와이디코리아 유한회사’의 설립 등기를 마치고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BYD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이지웰페어와 계약을 맺고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썬코어도 지난 2월 앞으로 2년간 BYD가 개발한 K9전기버스 1000대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BYD는 지난해 총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미국 테슬라(5만557대)와 일본 닛산(5만대), 독일 BMW(3만대)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올라서 중국이 전기차 분야에 강자임을 알렸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BYD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삼성전자도 최근 지분 2%를 5000억 원에 사들였다. 

또 지난 4월 중국 베이징 국제 전람센터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확인시켜줬다.

상하이차, 디이차, 둥펑차 등 중국 3대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70여 개 로컬 브랜드가 참석한 모터쇼에서 친환경 기술과 첨단 자율주행 기술력이 상당부분 드러났다.

창안차가 자체 개발한 반자율주행차 ‘루이청’은 모터쇼가 열리는 베이징까지 약 2000㎞를 무인 기술로 달려와 화제가 됐고 BYD도 수십 종의 차량을 출품했다. 

모터쇼 현장을 살펴본 한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과거 ‘카피캣(copycat·모방품)’이라 눈총 받던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큰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은 “BYD 등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전기차 분야 기술력이 놀라울 정도”라며 “합작회사 중심이었던 중국의 자동차 산업 정책이 중국 토종 기업 지원으로 바뀌면서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 분야에 있어서 급속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국 사업에 대한 철저한 보호정책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과 자국 브랜드 점유율 제고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에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육성하고 있다. 

지리차 디하오EV의 경우 출시가격은 24만4800위안(약 4300만 원)이지만, 정부 보조금 5만5000위안(약 1000만 원)과 각 지자체의 세금 혜택을 받으면 17만 위안(약 3000만 원) 아래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지원금도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베이징, 상하이 같은 중국 대도시에서는 일반 자동차를 구입해도 바로 탈 수 없다. 번호판이 있어야 하는데 추첨에서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신청과 동시에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혜택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은 앞 다투어 전기차를 구입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처럼 최근 들어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의 전기 자동차업체들이 한국 진출은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개발과 정부의 시장 확대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자동차의 ‘쏘울EV’ 외에도 르노삼성 ‘SM3 Z.E’,  한국지엠 ‘스파크EV’, 기아차 ‘레이EV’ 등이 경쟁하고 있다. 각 업체들이 거의 형식적으로 한 종씩 시장에 선을 보인 정도다.

이 중에 국내 최장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4.1%에 달한다. 

하지만 베이징 모터쇼에서 지리차가 선보인 전기차 ‘디하오EV’는 한번 충전에 253㎞를 주행할 수 있는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은 한번 충전으로 180㎞를 달릴 수 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고려 요소로 주행거리가 가장 큰 부분임을 고려한다면 국내 제조사들이 경쟁력이 약하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부족한 것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자동차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내수를 바탕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다양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 업계가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부여해야 시장이 성장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후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지난해 1500만 원 지급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올해 300만 원 삭감해 1200만 원까지 줄였다가 다시 7월에 1400만 원까지 회복시켰다. 또 완속충전기 지원금도 600만 원에서 400만 원을 줄여 200만 원이 됐다. 

전기차 급속충전소 유료화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전기차 급속충전소 유료화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전기차 보급 확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1kWh당 313.1원으로 책정한 가격도 전기차 소유자에게는 부담이다. 

이런 분석들이 잇따르자 정부도 전기차 관련 예산을 증가시켰다. 5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올해 1050억여 원에서 2060억여 원으로 증가했다. 충전인프라 예산은 420억여 원에서 550억여 원으로 늘어났다. 

미국의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한국 진출과 세계 1위의 중국 전기차 업체의 진출에 정부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실함을 깨닫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부예산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나 좀 더 과감한 지원이 따라야 전기차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미국이나 중국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가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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