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0%만 동의하는 정부 만들어서는 안된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선거에서의 결선투표제 도입 얘기가 다시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다당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제안하고 나섰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그동안 대선 때마다 현재의 야권에서 주로 제기되어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여당 세력의 반대 속에 제대로 거론조차 되어오지 못했다.

다시 결선투표제 없이 지금대로 19대 대선이 치러졌을 때의 상황에 대한 우려는 크다. 비박계 보수신당의 등장을 감안하면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보수신당, 정의당이 각자 대선 후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당선이 되든, 35%의 득표율을 넘어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이고, 투표율까지 감안하면 30% 이하의 국민만 동의하는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이다. 국민의 70퍼센트 이상이 지지하지 않은 새 정부는 그 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고, 조기 레임덕에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다자 구도 아래에서는 무원칙한 이합집산의 시나리오들이 선거판을 오염시킨다. 선두 후보를 이기기 위한 나머지 후보 세력들 간의 연대,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한 선두 후보의 현상유지적 대응은 대선이 가져야 할 역동성을 차단하는 질곡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박근혜정부의 적폐 청산이 중요하게 부각되어야 할 이번 대선에서 그것이 희석되고 말 우려가 크다. 이미 비박계 보수신당의 예고와 함께 난무하고 있는 각종 연대의 시나리오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의제와 정책을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는 세력이 집권하는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키운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피곤한 것은 연대 혹은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공방이 어김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특히 정권교체를 다짐하고 있는 야권에서 심각할 것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통합이나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세력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다자구도가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연대 혹은 단일화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또 한번 피곤하게 지켜봐야 한다. 그러는 사이에 정작 대선 과정에서 들여다 봐야할 본질적 내용들은 사라지게 된다.

무엇보다 결선투표제가 필요한 것은, 현재의 대통령 선출방식이 다당제를 억압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시대는 분명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반영된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때만 되면 후보단일화를 위해 거대 정당 이외의 후보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는 다당제가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편과 함께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절호의 시기이다. 그동안 결선투표제는 주로 야권에서 요구해왔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현실적인 일이 되지 못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수정당들도 복수의 후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비박 보수신당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나 문재인 전 대표도 이미 대선과 대표경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대선 선두 주자로서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마음이 어떤 변화의 가능성도 차단하려는 자세를 낳을 수는 있겠지만, 이는 명분이 없는 일이다. 국민의당도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를 못하니까 호남 중진 의원들이 자꾸 개헌을 통한 이합집산에 기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무원칙한 연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집권의 시도를 하는 것이 정도이다.

당장 치러질 대선에서 결선투표제가 없는데 따른 문제들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굳이 19대 대선 이후로 미룰 이유는 없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지금 당장이라도 민주당-국민의당-비박 신당- 정의당 간의 합의만 이루어지면 가능한 일이다. 정의당도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적극적 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헌법 어디에도 결선투표제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각 세력은 대선을 앞둔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타산을 넘어, 나라를 위해 결선투표제 도입 당론을 정하고 신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결선투표제는 19대 대선에서 우려되는 여러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한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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