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차원의 인재풀 구성하고 ‘플럼북’제도 도입해야”

  김용석 국가운영전략연구센터 이사장(노무현 참여정부 인사비서관 역임) [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김용석 국가운영전략연구센터 이사장(노무현 참여정부 인사비서관 역임) [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청와대 인사비서관을 역임했던 김용석 국가운영전략연구센타 이사장을 모시고 인터뷰를 가졌다. 김용석 이사장은 차기 정권은 인수위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국가운영에 착수하고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 정무직 인사를 단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 촛불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지만 동시에 새 정부가 성공적으로 국가를 운영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라고 명령하고 있다면서 그 만큼 새 정부의 책임은 막중하다고 밝혔다. 과거 참여정부의 경우 인사수석실을 두고 시스템 인사를 시도했지만 협소한 인재풀로 인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험을 토로했다. 김 이사장은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정당 차원에서 인재풀을 구성하고 미국에서 시행하는 ‘플럼북’ 제도를 도입하여 정무직 인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차기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정책과 준비된 사람들이 국가운영에 나서야 하겠지만 행정관료들을 적절히 통제하고 재벌의 로비를 차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 오늘은 국가운영전략연구센터를 운영하고 계시는 김용석 이사장을 모시고 인터뷰를 갖게 되었다. 김 이사장께서는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인사비서관으로 역할하신 경험을 가지고 계신다. 그동안 민주진영의 국가운영전략, 그 중에서도 특히 국정운영 시스템과 국가 인재 관리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오셨다. 최근 촛불정국 이후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신지? 

민주정치에는 3가지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거리정치, 광장의 정치라고 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의 영역이 있고, 다음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의회정치의 영역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국가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한 한 부분인데 민주진영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나 자료축적이 너무 취약하다. 개인적으로 지난 2003년 노무현 참여정부 초기에 인사비서관으로 재직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참여정부는 인사수석실을 만들어서 시스템 인사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3,0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국가운영의 핵심은 인사이고 '인사가 만사'라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인사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발탁해서 어떤 기관에 권한과 책임을 주고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보내서 잘 역할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주어진 여러 과제들 중에서도 핵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당들이 평상시에 정부에 어떤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조사하여 파악하는 한편 자기 당이 지닌 인재 풀을 확충하는 것이 국가운영을 책임있게 대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로 넘어간 상태에서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인데 김 이사장께서는 평소 정권교체와 국정운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고 같이 준비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계셨는데?

정당은 기본적으로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비판, 견제하고, 여당은 국가운영을 맡아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국가운영을 잘 할 수 있는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운영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생각되는 것은 지난 1997년이나 2002년의 대통령 선거 당시 야당이 정권을 교체하거나 계속 집권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정권교체나 대선 승리가 지나치게 강조가 되었다. 그 당시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라는 주장이 있었을 만큼 강조되다 보니 국가운영에 대해 말하면 그것은 정권을 잡은 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대선은 촛불민심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성공적인 국가운영에 대한 책임도 국민들이 물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정권교체와 국가운영에 대한 준비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 야당 내부에서도 그동안 이런 문제를 제기할 경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치국 부터 마신다’는 등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 공론화도 못해온 측면이 있다. 이 시점에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인사문제는 사실 국가운영의 핵심적인 요소이고 매우 중요한 틀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권이라 생각하고 또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가 있다. 물론 이권이란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인사는 국가운영의 중요한 과제인데 이것이 공론화되고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어서 대통령 인사가 객관적이고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시다시피 다음 대선은 조기에 치러지게 되면서 인수위 기간이 없이 당선이 되면 바로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무직 인사를 단행해야 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고, 만약 대선이 끝나고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고나면 그때는 왜 준비를 하지 않았느냐고 국민들이 질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시급히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그동안 우리 정치현실을 보면 특히 야당의 경우 가까운 인사들에 대해 집권하면 함께할 사람으로 정리를 해 두면 자칫 반대 정권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문화계 블랙리스트 같은 것이 그런 내용들이라 볼 수도 있는데? 

인재 풀의 기본 개념은 정당이 정치주체로서 자신들이 판단하는 인재들에 대한 명단을 가지고 있자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인재로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는 것이고 그분들에게 불이익이 갈 이유도 하등 없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는 누구누구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해서 거기에 지명된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나 독단적인 인사 등의 경우를 보더라도 인사 시스템을 청와대도 당연히  만들어야 하지만 정당에서도 인재풀을 평상시에 관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 김 이사장께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 비서관을 하셨고 그동안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반성을 전제로 문제제기를 하고 계신데 사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나마도 지켜지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같은 문제가 바로 국정운영 시스템 파탄, 인사관리 실패 등과 직결된 것 같은데? 

김대중 정권는 DJP 연합정권이었고 주로 경제분야의 40% 지분을 자민련이 차지를 했고 또 소위 동교동계가 가진 약간의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인사가 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참여정부는 인사 수석실을 설치를 해서 인재풀을 가지고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인재풀 자체가 너무 빈약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기업인사의 성격이 강했다. 기업친화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인사를 했고 시스템은 없었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유신인사라 할 수 있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기준은 과거의 낡고 폐쇄적인 유신 이념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했고 더구나 수첩인사였기 때문에 시스템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앞으로 새로운 정부의 인사는 참여정부의 시스템을 가지고 인재풀이라든지 더 플라스적인 인사기법을 활용해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 지금까지 야당이 해 온 것을 보면 집권을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나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더구나 내년은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 야권 예비주자들이 김 이사장의 문제제기를 얼마나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난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에 점차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대선주자들이나 당에서 일방적으로 마스트 플랜을 제시하기 보다는 과거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당시의 경험을 학습을 하기를 권하고 싶다.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과거 민주정부들의 경험에 대한 학습 없이 일방적인 마스트 플랜을 제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정책과 더불어 사람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인 측면은 그동안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국가운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분들의 경험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 김 이사장께서는 대통령 인사권은 대통령 혼자서 독단으로 하라는 의미의 ‘고유’권한이 아니고 그 과정에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위해 사전에 국가 인재 풀을 만들고 ‘플럼북’ 제도를 도입해서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고유’권한이란 표현은 법적인 권한과 책임소재를 말하는 것이지 자기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우리가 촛불에서 주장하듯이 대통령 인사권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당이 분야별로 인재풀을 준비하고 또 플럼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플럼북 제도라는 것은 현재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위 정무직위 명단이다. 미국은 인재풀이 플럼북에 따라서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 내용을 받아서 자신의 의중을 반영해서 인사를 하게 되면 이미 많이 검증된 인물들로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플럼북 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고위 정무직위 명단뿐 아니라 정권교체가 대통령 한 사람을 새로 뽑는 것만이 아니라 세력교체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일순간에 이렇게 하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미국은 정권이 바뀌면 정무직은 일제히 바꿔서 일을 한다. 플럼북 제도는 소위 코드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책임정치의 기본이라고 본다. 물론 토론이 필요하고 검토도 요구되겠지만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정무직 인사들은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각료들은 당연히 그만두어야 하지만 정무직으로 나간 공공기관장들도 잔여 임기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책임정치의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정무직은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검토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바뀔 때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되어 임기가 남아 있던 정무직 인사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비판도 제기된 바 있었다. 만약 이번에 그런 문제가 생기면 똑 같은 논란이 재연될 소지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당연히 논란이 제기될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럼 북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야간의 합의를 해서 어느 시점부터 적용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어쨌든 정상적인 정권교체 과정이다. 여야 간에 정상적인 과정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임기 문제와 대통령의 정치철학의 문제가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경우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번 경우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을 무사히 마치고 정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아니고 탄핵 소추가 확실시 되고 수사 소추까지 거론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무직 인사들은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도우 케비넷’을 말씀하시고 정당에 기반한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우선 김 이사장이 강조해 오신 내용과 유사점이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또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정당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보시는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사관련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선진적이라 평가한다. 어제 어느 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나 손학규 전 고문도 이 문제를 언급을 해서 앞으로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질 것이라 기대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 인사와 관련해서 3 가지 이야기를 했다. 첫째는 당과 협의하겠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인재풀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세도우 캐비넷 이야기를 했다. 플럼 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당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인사문제에서 대단히 진일보한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만약에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를 하면서 새누리당과 협의를 했다면 최소한 최순실 비선 인사개입 같은 것은 방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당정치의 골간이 정당이고 또 대통령 후보를 공천하는 것도 정당이기 때문에 당과 협의하겠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타당한데 그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먼저 이야기 했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를 한다. 인재풀이라는 컨셉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조금은 생소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2003년도에 청와대에서 인사비서관으로 일을 하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현실적으로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를 고민한 것이 인재풀이다. 인재풀은 다섯 가지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국민들에게 정책 뿐 아니라  사람을 보고 지지 반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통령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검토를 많이 했지만 누구와 더불어서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별로 없다. 그래서 이것이 획기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명단이 공개됨으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지지반대 여부를 결정하게 할 뿐 아니라 검증과 사전 평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과정 속에서 국가운영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서 안정적인 인사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이 문제도 정당운영과 관련해서 중요한 측면인데 인재풀 속에 각 대선캠프의 인재들이 녹아들면 대통령의 인사가 정당에서의 계파적인 인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적절한 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참여정부 인사수석실에서 일하다보니까 과거 김근태계가 홀대를 받는 것을 보았다. 상당히 역량이 있는 분들이 많은데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운영에서 배제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해소하는 길은 김근태계든, 노무현계든 경선 이후에는 같은 민주당의 인재풀에 녹아들어서 적재적소에 역량 있는 분들을 쓰는 것이 계파적 인사를 극복하는데 바람직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이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데 국가운영을 하는 과정에서 행정관료들과 재벌들의 로비가 장난이 아니다. 인재풀은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개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인재풀 이야기가 처음 논의가 되는 시점이고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말씀을 드리려 한다. 통일외교 분야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이 이미 1971년 시작이 되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민간 연구기관에서 연구도 대단히 활발하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역대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분들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호의적이다. 이것은 이미 통일외교 분야에는 3∼40명 수준의 인재풀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확하게 개념화되거나 조직화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서 누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더라도 통일외교 분야의 인재풀에 자발적으로 통일부 장관을 추천하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의사와 크게 배치되지 않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분야는 민주정부를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회균등의 문제를 다루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경제 민주화를 주창했던 분들 스스로가 밀려났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경제를 담당했던 모든 주역들은 대부분 관료출신들이었다. 1945년 이후 우리나라에 민주정부는 있었지만 경제민주화 정책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분야들도 준비가 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경제민주화 관련해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니 이들을 3∼50명 드림팀을 구성해서 새로운 정부에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지내셨던 이동걸 교수께서는 “혼자 들어가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20명∼30명 정도가 같이 가야 그나마 일을 할 수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경제민주화 인재풀을 잘 구성해야 하는데 그것을 정당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도우 케비넷에 관한 문제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문제이다. 그렇지만 예비내각을 우리나라 풍토에서 그대로 적용할 경우 내부 단결력을 저하시키거나 선임과정이나 검증과정에 어려움이 많고 부작용이 클 것이라 예상한다. 그래서 이 새도우 캐비넷 개념도 5인 내지 10인의 예비후보군을 정당에서 관리하면 선임과정에서 내부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대통령의 인사권에 국민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도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인데 대통령이 예비후보군 중에서 자신과 함께 일을 할 사람을 고를 권한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새도우 캐비넷을 한명으로 지명하기 보다는 예비후보군을 통해서 평가와 검증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여서 말씀을 드린다면 처음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과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지금 우리 정당들이 이런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갖추었고 성숙했다고 보시는지?  

그 문제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는데 어차피 정당정치가 발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다소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일단 시행을 해가면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새롭고 좋은 제도가 시행되는 과정에서는 국민들이 넓은 아량을 가지고 보는 것이 필요하고 마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접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제도를 반대하는 쪽으로부터 공격이나 비판이 있을 것인데 제도의 정착과 시행착오의 문제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 

- 참여정부에서 인사비서관으로 재직하시면서 정무직 인사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신 것으로 안다. 특히 참여정부는 인재풀의 한계로 인해 시스템은 도입을 했지만 부족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다양한 시민사회 등에 산재한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서 적재적소에 모시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중요한 지적이라 본다.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많은 분들은 기본적으로 공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전문성들도 상당히 높아져 있다. 그리고 헌신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새로운 민주정부의 국가운영에 시민사회의 인적 역량이 많이 참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국가운영에 있어서 대통령 인사가 대통령만 해야 되는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이 있어서 활발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민사회의 유력한 분들에게 제가 그런 필요성에 대해서 많이 강조를 했지만 지금은 시민사회가 촛불민심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소화하기도 벅찬 상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앞으로 시민사회도 인력풀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제도에 의해서 진행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음주운전 이력이 있으면 일반인으로 역할하는 데는 아무 제약이 없지만 공직자로 일하는 것에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들도 갖추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 김 이사장께서는 행정개혁을 위해 감사원의 위상정립과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계신데 지난 정부들에서 이를 잘 해내지 못했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어떤 문제의식인가?

아까 말씀드린 이동걸 교수도 행정을 극복하는 문제가 대단히 어렵다는 경험담을 말씀하고 계신다. 대통령이 행정수반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한데 행정은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다가 결과감사, 회계감사 중심으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변화가 진행되는 현대사회에서 창의적인 부분들이 관철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시민운동 특히 경실련을 중심으로 결과감사가 아니라 정책감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십 년 전부터 강조를 해 왔던 부분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난 참여정부 초기에 고려대 윤성식 교수를 감사원장으로 모시려 했지만 국회 청문회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감사는 회계장부를 보는 것이지 무슨 다른 감사를 하느냐고 했다. 물론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낙마를 했다. 그래서 참여정부도 감사원 혁신은 손도 대지를 못하고 말았다. 지금 제기되고 감사원의 국회로의 이전은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만 이것은 개헌사항이다. 교육청은 이제 직선을 해서 지방 교육청들이 자리를 잡았는데 앞으로 검찰청도 지방 검찰청을 직선을 해서 선출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서 감사관을 역임했던 송병춘 전 감사관의 경우는 지방 감사원을 두고 직선을 해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도 활발한 토론과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회계감사를 해야 하지만 부분적으로 CSA(내부통제자체평가)라는 정책감사도 도입해서 다각도로 감사원을 혁신하는 노력이 집중적 과제로 토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 CSA의 경우 일반 기업에서는 대부분 도입되어 시행을 하고 있는 제도로 아는데 아직 정부 차원에서는 시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일부 자치단체나 공기업에서 시행을 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는 모든 주와 대학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감사원에 현재 계신 분 중에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신 분들이 계신다. 이제는 에피소드가 되고 말았지만 사실 그분들이 참여정부 당시 윤성식 교수가 감사원장으로 내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2003년 당시에 TF 팀을 꾸렸다. 왜냐하면 윤성식 감사원장을 보필하기 위해 준비를 했던 것인데 나중에 그분들로부터 참여정부가 인사를 어떻게 하기에 감사원장도 제대로 뽑지를 못하느냐고 힐난을 들었다. 물론 그것은 국회가 잘못한 것이지만 그분들은 지금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감사원이 국회로 가든 지금처럼 자리매김이 되든 CSA를 도입해서 정책감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국정운영의 주요과제 중의 하나로 지방자치제의 확립을 꼽았다.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헌법을 개정할 때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지방자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인지? 

최근 경기도 의회가 자치 분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용역을 주어서 그 결과물이 나왔다. 저도 그 내용을 받았는데 대단히 방대하서 전문 분야가 따로 있다고 생각이 들고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접근들이 되어 있었다. 개헌을 통해서 자치분권이 강화가 되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자치단체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현행 제도로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또 아시다시피 서울시나 성남시처럼 중앙정부와 대립하는 양상으로까지 치닫는 일도 벌어졌다. 자치분권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를 더 강화하고 분권을 강화하는 것이 국민의 정치참여를 넓히는데 필수적이고 중앙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데 구체적인 접근방법은 개헌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라 본다.     

- 헌재가 언제 탄핵에 대한 판결을 할지 모르겠지만 조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지금 가지신 문제의식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 정당이 이를 받아서 추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추진하실 계획인지?

새로운 제도나 어떤 방안이 나오면 많은 설명과 토론의 기회가 필요하다. 지금 촛불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새로운 정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가 되어 있고, 시기적으로도 조기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또 인수위가 없는 상태로 국가운영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급속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어제 한 정당의 사무총장과 만나서 논의를 했는데 인재 DB를 나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말씀드린 인재풀과는 개념이 다른 것이지만 정당에서 준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여러 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 문제는 친박이든 비박이든 새누리당도 이런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기들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정체성은 결국 정책과 사람인데 정책은 서로 가져다 쓰기도 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을 가져갔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결국 사람도 같이 보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알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언론의 역할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언론에 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촛불혁명의 열기가 뜨거웠다. 그 속에서 우리 사회의 적폐해소와 인적청산 등의 문제도 같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교체를 하고도 다시 과거 전철을 반복하고 재벌이나 행정관료 들에게 놀아나게 된다면 국민들의 배심감이 클 것 같은데?

그렇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잘한 것도 많지만 어쨌든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는 정권을 맡겼지만 잘못한 것 아니냐는 실망감 때문에 다시 반동의 시대로 들어서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쌓여서 나라가 이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지금 촛불민심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혁명적 상황이다. 이러한 혁명적 촛불민심을 받아서 새로운 정부를 운영하는 부분에서는 국가운영을 정말 잘 해야 하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대선에 나서고자 하는 예비후보들도 이러한 역사적 과제나 소명에 기초해서 소탐대실 하지 말고 대의에 입각해서 활동을 해 줄 것을 당부 드리고 싶다. 그리고 행정부분은 감사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사원 개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말씀을 드린 것이다. 또 정당이 인재풀을 만들고 정무직 인사를 추천을 하게 되면 정당 차원에서 정무직 인사에 대한 감사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새로운 정부에 정무직으로 나가는 분들은 어느 때와 달리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본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놔두면 안 되고 모여서 토론도 하도록 하고 일정하게 보고서도 제출하게 한다든지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맡겨준 데 대해서 충분히 보답할 수 있는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정권을 맡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재풀을 통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운영에 중요하고 행정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대단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공기업의 중하위직 20%를 개방직으로 하는 것을 정당의 공약으로 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도 공기업 중하위직의 20%는 이사회의 의결을 통해서 자율적으로 개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공약으로 걸어서 하도록 하면 새로운 정부에서 공공기관들이 팀장 등 중하위직에 개방직을 20% 정도 쓰면 행정과 협조강화할 수 있도록 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재벌의 영향력을 어떻게 차단하느냐는 문제이다. 무엇을 상상하더라도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를 보면서도 삼성의 로비가 어떻게 치밀하게 진행되었는지 보셨을 것이다. 과거 내가 참여정부에 몸담고 있을 당시에도 삼성의 로비는 장난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는 않겠다. 우리의 정치세력들이 최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고 재벌개혁도 되어야 한다. 또 재벌들이 로비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단체에서 점검하고 체크해서 이것을 막는 노력도 병행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의 국가운영은 좋은 정책과 준비된 사람을 가지고 이뤄져야 하겠고 아울러서 재벌과 행정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잘 강구하면서 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겠다. 

- 끝으로 한 가지만 추가로 질문을 드리겠다. 앞으로 각 정당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런데 각 후보 진영에서 이런 인재풀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거꾸로 분파적인 요소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보는데? 

우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처음 이야기 할 때 민주정치가 거리정치와 국회정치 그리고 국가운영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3권분립 원칙과도 맞는 이야기이다. 거리정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거나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가 이뤄진다. 국회는 두 가지 기능을 하는데 하나는 입법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기능이다. 국가운영은 행정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거리정치에 주력하는 분들이나 국회정치를 주력하는 분들과 국가운영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 사이에 상호 한계와 역할 분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국가운영을 이야기하면 거리정치 입장에서 보면 주제넘다고 하면 국가운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된다. 국회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하지만 사실 국회가 대단히 중요하다. 결국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도 국회이다. 일부에서 국회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시민의회를 이야기 했지만 촛불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거리정치와 국회 그리고 국가운영을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울러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파, 대선후보, 언론, 시민운동 이런 부분들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면서 서로 견제도 하고 비판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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