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수사 특수통 강골,기업회계 수사의 달인...삼성 현대차 수사 '주목'

박영수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 대기업 비리 특수통으로 좌고우면 하지않는 강골로 소문나 있다.  사진=대전고검
▲ 박영수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 대기업 비리 특수통으로 좌고우면 하지않는 강골로 소문나 있다. 사진=대전고검

[폴리피플 조창용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28일 오전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이 21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수사에 착수한 이후 강제 수단으로 핵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특검팀에는 대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두사람이 있다. 윤석열(56·연수원 23기)수사팀장과 한동훈(43·사법연수원 27기)부장검사다. 윤 팀장은 1994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대검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세간에 알려진 그의 별명이 '저승사자', '독종'으로 불릴 정도로 윤 팀장의 수사는 독하기로 유명하다. 법조계에선 윤 팀장이 철저한 증거로 피의자가 스스로 포기하게 만드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은 1999년 경찰청 정보국장을 수뢰 혐의로 구속하면서 주목을 끌었으며 2005년과 2006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근무 당시 현대차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대검 중수부가 수사에 착수하게 했다. 윤 팀장도 중수부에 파견돼 수사에 참여했으며 박영수 특검과의 인연은 이 때 시작됐다.

윤 팀장은 2007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사건과 C&그룹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LIG그룹 기업어음(CP)에선 구자원 회장 등 일가 3부자를 모두 기소했다.특수수사에 잔뼈가 굵은 만큼 윤 팀장의 성격은 '강골(强骨)'이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구속 여부를 놓고 고심하자 윤 팀장은 윤대진 특수2부장과 함께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을 찾아가 "법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정 회장은 결국 구속됐다.

2012년 말 특수부 검사들이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 때는 선봉에 나서기도 했다.

윤 팀장의 강골 기질이 전 국민에게 알려진 건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외압을 폭로하면서부터다.

구속 수사를 주장했던 윤 팀장과는 달리 서울중앙지검장 등 지휘부와 법무부는 이를 막았다. 이에 윤 팀장은 상부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하고 자택 압수수색을 하는 등 항명 파동을 일으켰고, 직무에서 배제되는 수모까지 겪는다.

이 때 윤 팀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나는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윤 팀장은 이 사건으로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2014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으며, 올해 초 검찰 인사에서도 대전고검으로 발령 받아 근무하던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복귀했다.

윤 팀장이 이번 특검에서 수사 4팀의 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담당한 것도 이 같은 이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수 특검팀의 한동훈 부장검사. 대기업 회계비리와 조세비리및 공정거래법의 달인이다. 사진=KBS TV 뉴스화면 캡처
▲ 박영수 특검팀의 한동훈 부장검사. 대기업 회계비리와 조세비리및 공정거래법의 달인이다. 사진=KBS TV 뉴스화면 캡처

또 한동훈 부장검사도 '대기업 저승사자'라는 별명답게 최태원 SK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을 구속했다.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 때부터 대기업 총수 수사에 투입되며 '저승사자'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3년 '최태원 SK 주식 부당거래 사건'과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에도 참여했다. 한 부장검사는 당시 박 특검의 지휘 아래 정몽구 현대차 회장 수사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을 맡아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한 부장검사의 수사 스타일은 집요하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서 SK건설 담합사건을 수사하며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설득해 결국 박 지검장이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검찰의 첫 고발요청권 행사였다.

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비리 수사에선 법원이 장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한 부장검사는 직접 기각 사유서를 밤새 분석해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한 부장검사가 윤석열 수사팀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수사 투입된 것도 역시 혐의 입증의 핵심 연결고리에는 삼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부장 검사는 2015년 2월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을 맡아 조세는 물론 공정 거래 분야에서도 대기업 비리 수사를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부장 검사는 이때부터 '쌍칼' 별명을 얻었다. '공정 거래'와 '조세'라는 두 검으로 기업 비리를 수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로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을 구속시켰으며, 같은 해 5월에는 100억 원대 회사 돈을 빼돌려 해외 도박을 한 혐의로 2015년 5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외에도 한 부장검사는 작년 9월 일본 업체가 담합한 '국제카르텔' 사건을 한국 검찰 최초로 기소했으며, 대림산업·포스코건설·경남기업 등 5개 기업의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 사건 등을 수사해 기소했다.

한 부장검사의 이런 능력은 2003년 평검사 시절 참여한 '최태원 SK 주식 부당거래 사건'에서 이미 빛낸 바 있다. 당시 한 부장검사는 회계 비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주가를 조작한 모 경제연구소의 애널리스트를 구속시켰다. 애널리스트가 구속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한편 삼성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전날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복지부로부터 합병에 찬성하라는 취지의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도 특검의 체포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윤석열 한동훈 두 수사달인들의 특별한 조사기법의 성과다.

홍 전 본부장은 이틀째 이어진 특검 조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에 관한 요구를 받았다고 새롭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따라서 특검 수사는 '홍완선→복지부 간부→문 전 장관→김 비서관→안 전 수석'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단계적으로 밟고 올라 박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조만간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등 삼성그룹의 핵심 수뇌부를 잇달아 불러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출국금지 상태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 대책위원회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뇌물공여죄로 특검에 고발했다.

현대차의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신사옥 건립과 관련해 대가성 특혜 의혹 수사를 특검에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지난해 7월24일 정 회장을 단독 면담하고 재단 설립을 적극 지원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미르재단에 43억원,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재단법인 K스포츠에 85억원을 각각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 회장은 2014년 11월27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의 지원을 요청받아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10억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며 "올해 2월에는 플레이그라운드 지원을 요청받아 62억원 상당의 광고계약을 체결하는 등 박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 2014년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200억원 상당의 금전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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