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망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이 새로운 출발의 시작 

2016년 12월 31일까지 10차에 걸쳐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잔영 속에서 2017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두 달이 넘도록 온 나라 방방골골에서 천만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한 목소리로 외쳤던 것은 ‘박근혜 즉각퇴진’이었다. 이름도 알지 못했던 최순실이란 여성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민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을 자주 했는데 정부는 그 말에 담긴 뜻이 법과 원칙에 따른 국정운영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드러나고 있는 것은 이 정부가 비선과 몇몇 측근들에 의해 무법천지로 움직이고 있었고, 대통령 자신이 평일에도 집무실로 출근도 하지 않는 너무나 기이한 행태를 보여 왔다는 사실들이다. 그 뿐이 아니라 재벌기업 총수들과 만나 금품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민원을 들어준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유신독재 시절의 구태와 악습을 그대로 재현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을 현혹시켰던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전혀 지키지 않고도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았으며 끝없이 자신이 한 말을 뒤집으면서도 부끄러워하지를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게이트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4%대에 머물면서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들은 더 이상 박근혜를 단 하루라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이고, 이 나라를 이 지경까지 만든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조차 상당수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 것이 촛불의 힘이었고, 살아있는 권력 앞에 한없이 약했던 검찰로 하여금 박근혜대통령을 최순실게이트의 공범으로 명시하게 했으며, 사상 유래 없이 막강한 특검을 구성하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한 것 또한 촛불의 위력이었다. 이제 대통령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남기고 있으며 온 국민이 헌재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의 새로운 희망을 위하여 

2017년 나라 안팎의 사정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어떤 대외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지만 우리 외교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6년 하반기 이미 수출부진과 기간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위기의 전조를 드러냈던 경제문제 또한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위험이 높다. IMF 이후 최초로 2%대의 경제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이고 특히 가계부채의 누증 등으로 서민들이 느낄 생활상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의 중심을 잡아가야할 컨트롤 타워는 완전히 붕괴되고 말았고 정부의 각 부처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이다. 안팎으로 밀어닥치고 있는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붕괴된 국가 리더십의 복원이 절박한데 이를 위해서는 나라를 망친 사람들에게 먼저 그 책임을 분명히 물은 다음 선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농단의 책임을 나눠져야 할 위치에 있었던 자들이 적당한 세탁과정을 거쳐 다시 권력을 잡으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시해야 하고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바대로 헌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이 이른 봄에 이뤄지고 대통령 선거를 조기에 실시하게 된다면 2017년 상반기는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연말에 새누리당은 분당이 되어 친박당과 비박당으로 나뉜 상태이고 야권 또한 분열된 채로 남아 있다. 촛불민심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상과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촛불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국민들이 앞으로 전개될 국면들에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아울러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에 집착하여 대의를 저버리거나 이합집산 하는 행태를 보인다면 일시적으로는 핑계를 대고 속일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냉철한 국민들의 감시를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나라가 처한 작금의 상황과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의 퇴행을 생각한다면 나라가 제자리를 다시 찾고 희망으로 거듭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뜨거운 촛불민심을 정면으로 받아 안고 위기의 ‘대한민국호’를 바로잡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기간 없이 바로 직무에 착수해야 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잘못된 정책들을 바로 잡는 한편으로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과 경제문제에 대한 준비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인데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넓힐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요구들이 분출될 것이고 서로 충돌을 빚을 수도 있을 것인데 광장의 직접민주주의와 국회에서의 대의 민주주의, 그리고 행정부를 통한 국가운영 과정 등을 통해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고 충돌되는 이해관계들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이 주어져 있고 앞으로 또 새로운 도전들이 닥칠 것이지만 2017년의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비정상’을 떨치고 제자리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촛불을 통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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