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지난 12월 16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출입기자단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탄핵안에 대해 3월 경 ‘인용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대개의 예상을 전제로 쓰는 글이라는 점을 먼저 밝힌다. 

반기문 전 총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놓고 난분분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반 총장은 위협적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는 후보 자체가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금 “오차범위 내 양강 각축” 등의 여론조사나 보도는 가변성이 대단히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빗나간 예측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본격 검증과 구 여권의 추가 분화 및 보수진영 주자들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지지율 급락 가능성을 주목한다는 얘기다.  

근거는 이러하다. 
이번 대선은 철저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촛불집회 자장권’ 아래에서 치러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권 실정에 대한 공분과 촛불에너지가 상상을 뛰어넘기도 하려니와, 헌재 탄핵심리 종료 후 두 달 이내에 치러지는 대선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대단히 촉박하다. ‘우는 아이 젖 물릴 틈도 없이’ 촉박하게 진행될 게 확실하다. 이미 대선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기 때문에, 광장의 촛불에너지가 선거 국면까지 그대로 연장돼 관통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이번 대선의 결정적 상수(常數)다. 

반 총장은 대선후보가 마땅치 않았던 친박계에 의해서 억지춘향 격으로 호출됐다. 정치적 자생력이 전무에 가깝다. 친박계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무대로 나왔는데, 그를 호출한 친박계가 정치적 괴멸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그의 득표 기반이나 역량은 현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후보 검증결과에 따라서는 출마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본인 입으로 “이 한 몸 조국을 위해 불사르겠다”고 했으니 후보감이 마땅찮은 다른 정파의 등에 업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친박계가 버티고 있을 때의 반기문과 친박 괴멸상태의 반기문은 기본적으로 천양지차다. 그의 대선 무대 호출과정은 아무리 세탁하고 표백해도 근본적으로 ‘친박계의 호출’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우기 힘들다. 친박계는 이미 정치적으로 ‘폐족’이 됐고, 앞으로도 분화와 해체의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또, 반 총장은 촛불광장 이후 분출된 시대정신이나 시민들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 점이 있다. 그의 장점으로 꼽히는 게 유엔사무총장 경력과, ‘왠지 클린하고 젠틀할 것 같다’는 막연한 인상평적 이미지다. 본격 검증이 시작되고 ‘클린하거나 젠틀하지 않은 점’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치명타이다. 유일한 득점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지지율의 급전직하는 불 보듯 뻔하다. “그 시절에는 그런 게 관행이었고,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는 식의 해명은 촛불 이후에는 결코 통하지 않게 됐다. 그게 태블릿PC 보도 이전과 이후의 결정적 차이이자 촛불 이후의 시대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2016년 10월 24일 Jtbc 메인뉴스 보도는 역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시대구분’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파워엘리트나 경력 좋은 사람들 중 ‘클린과 젠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굳이 꼽자면 너댓도 안될 것이다. 그만큼 극소수라는 얘기다. 반 총장 같은 ‘갑중의 갑’ 외교공무원이 그 극소수에 들 수 있을까? 재외 공관들의 세금낭비가 까발려지는 순간 어마어마한 국민적 공분과 규탄에 직면할 것이다. 공관운영 및 외교관들의 행태와 세정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본격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없지만, 낭비와 비리, 권위주의가 심각하게 고착화된 곳이 외교가이다. 반 총장이 과연 수주 변영로 선생 같은 대꼬챙이였을지 궁금하다. 

그러므로 현 지지율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며, 반 총장이 벽에 선거포스터를 붙이는 일이 없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붙이더라도 쟁패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가 일시적 위축 상태인 보수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보수 본류와 이념적 지향점 및 공유점이 약하고, 자생적 정치기반이 없는 반면, 대선은 바로 코앞이다. 정치적 행동반경을 넓히고 말고 할 겨를이 별로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명도와 시대정신은 무관하다. 노무현이 지명도가 높아서 당선된 게 아니듯이. 고건 전 총리가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리다 하루아침에 퇴장했듯이. 반 총장의 경력-지명도와 2017대선의 역사성 사이에는 함수관계가 희박하다. 

이상이 ‘반기문, 출마도 힘들 수 있다’는 예측의 근거이다. 시간상으로나 인적 자원으로나 그럴 여유가 없을 거라고 보지만, 보수 진영은 다른 후보를 내세우려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소분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누가 나오든, 선거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든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집권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게 촛불의 에너지이자 2017년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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