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위 무산으로 좌초 위기, 다수 친박 인명진에 동조 반전 가능성도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폴리뉴스 정찬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이 친박 좌장인 서청원, 실질적 핵심 최경환 의원 2명을 당에서 쫓아내야 하는 관문을 남겨둔 상황에서 또 다시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6일 소집된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서, 최 의원 쪽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친박 인사들에 행한 6일 최후통첩 시한을 넘긴 만큼 인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공언한 대로 오는 8일 자신이 물러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전국위 소집을 통한 2차 돌파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일단 인 위원장은 "이 사태에 대해 깊이 숙고해 우리 당이 다시 한 번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겠다"고 해 서, 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반발에 정면돌파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대위원장 권한으로 상임전국위원 구성을 바꿔 다시 비대위 구성에 나설 가능성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점검하면 먼저 친박계 의원 대다수가 인 위원장의 결정에 순응한 상황이라 이러한 반발은 오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정갑윤 의원은 탈당했고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인 위원장과 호흡을 같이 했으며 원유철, 이주영, 김정훈 의원 등 40여 명에 달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거취를 당에 맡겼다.

전국위 무산 전까지 상황을 보면 대세는 어느 정도 정리된 분위기다. 서, 최 의원이 여전히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세를 형성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오히려 이 두 의원이 이같이 반발하면서 새누리당의 ‘친박 이미지 세탁’을 위한 ‘인당수 제물’이 될 가능성만 높였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사퇴해 새누리당이 깨진다해도 서, 최 의원은 청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분위기만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싸움은 인 비대위원장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비박계가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꾸리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새누리당으로선 비대위원장 사퇴 카드를 쥔 인 위원장의 당 수습방안에 따라야만 하는 게임이었다. 총선 전인 지난해 1월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수립하고 여기에 전권을 부여한 상황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마지막 카드로 데려온 인 위원장마저 사퇴하면 당내 중도층과 온건 친박계, 그리고 충청권 중심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옹립하려는 세력들의 탈당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박계는 인 위원장이 정하는 ‘인적 쇄신’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전국위 무산으로 인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은 일정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비대위원장직을 유지하며 재차 돌파를 시도한다 해도 비대위 쪽과 서청원, 최경환을 중심으로 한 친박 저항세력 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친박계가 인 위원장을 영입한 근본 배경에는 새누리당의 ‘친박 탈색’을 ‘최소한의 희생’으로 마무리하기 위한데 있다. ‘친박 탈색’은 해야 하지만 ‘나’는 빼야 한다는 정서다. 지난달 말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받지 않은 것은 그 희생자의 폭과 범위를 잴 수 없는 불안감에 있었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 위원장은 다수 친박계 의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가장 ‘경제적’으로 선택한 방안이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희생양으로 ‘제단’에 올리는 방법을 택했고 이를  정우택 원내대표 등 친박계 다수 의원들이 동조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 또한 국민의 주목을 끄는데도 성공했다. 수십 년 지기(知己)인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이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펼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를 두고 인 위원장을 데려오는데 큰 역할을 한 서 의원의 배신감이 묻어있다는 해석과 함께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냔 의심도 나왔다.

인 위원장과 서 의원 간의 이러한 노력(?) 덕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던 새누리당은 일단 숨고르기 할 수 있는 여유를 얻은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개혁보수신당으로 향하는 탈당 행렬을 주춤하게 했다.

탈당 행렬 주춤하게 만들어...반기문 영입 가능성은 낮아

보수신당은 전날(5일)에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지만 새누리당의 추가 탈당에 따른 세력확대에 실패했다. 보수신당 쪽은 설 명절 전 창당 때 새누리당 탈당 의원이 약 30여명 정도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선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보수신당 쪽은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창당준비회의에서 이를 두고 “원칙도 없고 밀약이 난무한다”면서 “위장 탈당쇼”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친박계 40여명이 인 위원장에게 자신의 거취를 맡긴 데 대해 “과연 이게 개혁인지”라려 “백지위임장을 인 위원장에게 제출하고 처분만 기다리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다.

또 친박 핵심 인사에 대한 징계 수준이 탈당 수준에 머무는데 대해서도 “위장탈당 아니냐. 새누리당은 국민을 두 번 세 번 속이는데,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며 “청산돼야할 대상자들이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하는 태도를 보면 같은 정치인으로서, 같은 당에서 정치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 징계에 대해서도 “탄핵된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어서 출당조치를 하지 않는 건지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박 대통령 출당 조치가 없는 ‘친박 탈색’은 ‘위장 쇼’란 점도 강조했다.

이처럼 보수신당이 애를 태우는 상황을 만든 것을 보면 인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연출은 일단 성공한 듯이 보인다. 이는 서청원-최경환을 정치적 희생물로 삼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정치세력으로 온존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갈망’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친박계는 새누리당이 깨지더라도 세력으로서 존재해 향후 정계개편 속에서도 다수를 차지해 보수주도권을 쥐겠다는 욕망이 강하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이러한 ‘친박 탈색 묘수’는 그야말로 과도기적인 술책에 가깝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서청원-최경환 희생양 만들기만으로 반기문 전 총장을 영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친박 보수지지층의 압박으로 지금까지 박 대통령 출당조치조차도 머뭇거리는 새누리당이 서청원, 최경환 2명을 내보낸다 해서 ‘친박 탈색’이 될 지도 의문이다. 특히 국민들이 이를 두고 친박 청산으로 바라볼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이러한 당에 반 전 총장이 몸을 담는 것은 그야말로 ‘독약’을 마시는 선택에 가깝다.

또 친박계는 영남지역, 그리고 60대 이상 연령층 등 보수 핵심기반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보수신당에 앞서고 있는 상황에 안주하며 향후 보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 인용 심판을 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 영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에 새누리당은 제대로 된 후보조차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하지만 대선국면에서 황 총리가 그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