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에 날 세운 ‘사냥매’ 안희정, 반기문 대권행보 최대 장애물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0일 대전에서 지방분권을 약속하는 충청선언을 하는 모습. 안 지사는 이러한 자신의 대권행보를 가속화하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0일 대전에서 지방분권을 약속하는 충청선언을 하는 모습. 안 지사는 이러한 자신의 대권행보를 가속화하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정찬 기자] 대권도전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있어 당장의 걸림돌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반 전 총장으로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세론을 뛰어넘기 위해 충청 민심의 한 축을 점하고 있는 안 지사를 떨쳐내야만 한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지표를 보면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세대구도를 뚜렷하게 양분하고 있지만 지역구도로 보면 두 후보 모두 확고한 지역기반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중심지인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더 큰 지지율을 얻는 반면 반 전 총장은 여권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을 뿐이다.

다자구도에서 문 전 대표는 2040세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기반해 전국적 지지율을 20%~30% 수준을 넘나들고 있는 반면 반 전 총장은 5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전국 지지율 20%대를 유지하는 형편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실시된 반 전 총장이 들어간 여러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지표들을 보면 세대구도1차적이고 지역구도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특히 충청권만 보면 반 전 총장 쪽이 은연중 내세우는 충청 대망론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형편이다. 13일 발표된 <한국갤럽>1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10~12)에서 반 전 총장의 충청권 지지율이 39%로 문 전 대표 27%에 비해 12%p가 높게 나왔지만 여기서 안희정 지사 지지율 12%을 감안하면 여야가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이 같이 조사한 문재인 대 반기문차기 대선주자 양자대결에서 충청권은 문재인 46% 대 반기문 49%’로 귀결된 것에서 재차 확인된다. 반 전 총장 쪽이 충청 대망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민심지표를 보면 온전하게 구현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갤럽>의 조사는 다른 여론조사기관에 비해 충청권 지지율이 그나마 높게 나오는 편이다. 지난 9일 발표된 <리얼미터>1주차(2~6)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충청권 지지율은 21.8%로 문 전 대표 23.8%와 경합을 벌였고 안 지사는 10.1%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반 전 총장을 무소속 후보로 상정한 정당후보 지지도 조사(4~5)에서의 충청권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 39.9% 대 반기문 무소속 후보 23.3%’였다. 반 전 총장의 충청 대망론은 다소 무색하다는 인상이다.

반 전 총장이 충청권 민심의 기대를 얻보 있다는 전제 하에 정치권에서 TK-충청 연대의 보수연합’, 또는 DJP연합 또는 3지대 연대등 여러 정치공학적인 얘기들이 나오곤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반 전 총장이 충청권 민심을 자기 쪽으로 결집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엔 지난 대선에서 보여온 충청권 특유의 캐스팅보트 정서가 작용한 면도 있지만 안희정 지사존재가 핵심이다. 반 전 총장이 충청권에선 과거의 리더십에 가깝지만 안 지사는 미래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이러한 안 지사가 조기대선 국면에서 충청권 민심이 반 전 총장으로 쏠리는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안 지사에 대한 충청민심은 <리얼미터>가 매월 조사해 발표하는 정례 시도지사 평가조사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해 12월에 충남도민의 안 지사에 대한 도정 지지도가 전국 시도지사 중 9개월 연속 1위를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반기문에 날 세운 안희정, 반기문 충청 대망론의 최대 장애물

안 지사에 대한 이러한 탄탄한 지지기반으로 인해 반 전 총장은 충청 대망론을 제대로 업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고 반대급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을 떠받히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 본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 된 것이다.

게다가 반 전 총장은 충청 대망론에도 현직 충남지사의 지지를 얻기는커녕 가장 강력한 공격을 받고 있다.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이 대권도전 의사를 피력하자마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바탕으로 반 전 총장을 기회주의자로 몰며 비토하는 형편이다. 최근의 안 지사의 모습은 반기문 저격수처럼 보일 정도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달 2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특파원과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르겠다며 대권도전 의지를 나타내자 신의 없는 사람”, “기회주의”, “수준 낮은 민주주의 인식등을 들며 반 총장,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며 대선출마 포기를 종용했다.

안 지사는 나아가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우리 국민과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감히 그리고 간곡히 드리는 저의 말을 고까와 말고 받아주기 바란다충청의 자부심까지 언급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 뿐 아니라 충청의 자부심은 내가 담당해야 할 몫이란 의미도 담은 것이다.

또 그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는 12일 사무총장 퇴임 후 각 국가에서 정치적 지위를 맡지 못하도록 한 유엔 협약을 근거로 이미 (대통령 선거에) 출마의 자격이 없다이 문제에 대해서 왜 우리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아무도 반 총장에게 얘기를 안 하나? 그리고 반 총장도 이 당연한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 전 총장을 몰아세웠다.

반 전 총장으로 도움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현직 충남지사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치적 경쟁자로 맞이한 것이다. 이는 반 전 총장이 안 지사와 먼저 충청 민심을 두고 진검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의미로 충청 민심의 한 축을 잡고 있는 안 지사의 정치력 영향력을 약화시켜야만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반 전 총장은 충청 대망론에도 불구하고 충청에서의 지지율이 문재인 전 대표와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쪽에서 보면 안 지사는 반 전 총장을 잡는 사냥매로서 매우 소중한 존재다. 게다가 안 지사는 전국적인 대선후보 지지도도 <한국갤럽> 기준 6%로 유의미한 수준인 5%를 넘어섰다. 안 지사는 민주당 당내에서도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에 이어 3위의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본격적인 당내경선에서 안 지사가 돌풍을 일으킬 기반은 충분하다. 또 안 지사는 지난달부터 광주, 강원, 충청,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자신의 대선공약을 제시하는 등 발 빠른 정책행보에도 여념이 없다. 안 지사의 이러한 거침없는 대권행보는 반 전 총장의 충청대망론을 제약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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