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부패방지법 적용…글로벌 사업 타격 예상

16일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6일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삼성의 경영권 승계, 해외 사업 등에서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경유착에서 벗어나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죄가 확정된다면 이 부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삼성 차원에서 국내외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AP, AFP,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내보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기소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가 위태롭게 됐다”고 보도했다.

재계에서는 이와 같은 경영 승계 어려움뿐만 아니라 삼성의 글로벌 사업에도 실질적으로 타격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FCPA란 기본적으로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해당 기업이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주더라도 미국 내 사업이 제한되고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2008년 독일 기업 지멘스가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미국 법원에 8억 달러의 벌금을 냈다.

최근에는 브라질의 건설업체 등 2곳이 세계 10여 개국에서 약 100건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7억8800만 달러의 뇌물을 공무원에게 제공했다가 미국에서 35억 달러(4조2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FCPA 법이 제정된 후 가장 큰 규모다.

일본의 JGC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에 참여했다가 나이지리아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사실이 밝혀져 컨소시엄 참여 기업 모두에 벌금이 부과됐다. 

국내 기업 중에는 아직 미국 FCPA에 의한 처벌 사례는 없지만 이 부회장이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된다면 FCPA 첫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면 보호무역주의가 강도가 높아져 FCPA 적용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FCPA에 적용받는 기업에게는 엄청난 과징금과 함께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서 퇴출당한다. 미국 내 기업과 인수합병(M&A)도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삼성이 인수하기로 한 미국의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Harman)도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삼성은 하만 인수로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연구개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경우 단숨에 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일 하만의 소액주주들이 디네시 팔리월 최고경영자(CEO)와 하만 이사진을 대상으로 헐값에 회사를 매각했다며 집단소송을 냈고, 아틀란틱인베스트먼트도 헐값 매각이라며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만약 특검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이 삼성 측 로비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낸다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문제로 확전될 수 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 정책 등에 피해를 봤을 경우 국제기구를 통해 중재를 받는 제도다.

이 경우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합병 건은 이미 마무리된 만큼 소급 적용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내부에서는 경영 공백에 대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아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들도 없다면 삼성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특검 조사 등 삼성 내부가 어수선한 가운데 인사 문제, 인수합병, 지주회사 전환 등 내부 현안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현재 그룹에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현안을 다룰 처지도 못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밝힌 미래전략실 해체 문제, 그룹 인사 문제 등은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삼성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 같은 삼성의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순실 씨 스캔들이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바꾸기 위한 개혁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내 일각에서 “삼성전자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이재용 부회장은 감시역할만 하는 게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해왔던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의 영장 청구에 대해 일제히 “당연한 결과”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만 이날 오전까지도 구속 촉구 성명을 냈던 참여연대는 아직 영장청구 단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며 입장 발표를 유보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오후 입장 발표에서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최순실 씨와 정유라 씨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잘 판단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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