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기조 속 SPA 의류는 성장세
패션가 불황타개 전략 ‘내실 다지기 vs 사업 다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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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폴리뉴스 서예온 기자] 경기불황과 소비 침체로 패션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 사태’에 따른 뒤숭숭한 분위기와 생필품 인상 등이 맞물려 소비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 패션 기업의 수익성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패션 기업은 올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거나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시장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소비자를 공략할 2017년 패션 키워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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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신용평가정보원 제공>

저성장 기조 속 올해 패션 키워드는 ‘비욘드 패션’

2017년도 국내 의류 시장은 정체된 성장세를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의류 시장은 내수 의존도가 높아 경제성장률과 소비 심리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앞서 2010년까지 1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던 의류 시장은 2011년부터 저성장 장기화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더욱이 올해 경제 성장률은 기존 성장률보다 하락한 2%대로 전망되는 만큼 수익성은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제조 직매형(SPA) 의류 시장은 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풀이된다. ‘패스트 패션’으로 불리는 제조 직매형 의류는 일반 의류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커 5년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전체 패션 시장 가운데 제조 직매형 의류 점유율은 2011년 약 5.6%에서 지난해 9.5%로 증가했다. 이 같은 제조 직매형 의류의 성장은 올해 일반 패션브랜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해 패션시장의 첫 번째 키워드로 ‘생존(Survival)’을 꼽았다. 국내 경제 전반에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수출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이슈까지 겹치면서 패션업계도 전반적으로 성장보다는 살아남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취향 소비를 인증하는 ‘소셜네크워크 서비스(SNS)’, 아재로 재해석된 중년 X세대의 부상, 대형 복합쇼핑몰과 골목상권 점포 부상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기반 유통, 스마트 온라인 사업 등을 패션 시장 키워드로 꼽았다.

또 경기불황에 따라 부상한 가성비 상품(Cost Effective Items), 한류 열풍에 따른 ‘K-스타일(K-Style), K-파워(K-Power)’, 나만의 휴식 공간을 추구하는 마인드풀 라이프(Mindful Life) 등을 지난해 이슈로 선정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 키워드로 ‘비욘드 패션(Beyond Fashion)’을 꼽았다.

연구소에 따르면 소비자는 앞으로 브랜드가 추구하고 제안하는 문화가 본인 취향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따질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브랜드의 가치를 결정짓는 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인디 브랜드와 동대문 기반의 편집숍이 등장하며 시장(마켓) 분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패션 디자인도 맥시멀리즘, 미니멀리즘이 공존하며 80~90년대 스트리트적 터치(길거리 감성), 애슬레저(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트렌드) 등이 가미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개인 맞춤형 정보 및 편의를 제공하는 ‘퍼스널 컨시어지’ 서비스가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모바일 쇼핑이 증가하면서 연령, 상황, 취향 등 소비자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진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희경 삼성패션연구소 차장은 “2017년은 소비자 니즈가 세분화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을 중심으로 한 테크놀로지가 기폭제가 돼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혁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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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한국신용평가정보원 제공>

침체기에 빠진 패션가 “내실 다지기 vs 사업 다각화” 엇갈린 행보

국내 패션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패션 기업이 각기 다른 경영 전략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계속된 소비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브랜드 재정비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거나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

이랜드월드 패션사업부는 2015년 매출 4조41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2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4% 감소했다. 지난해(1~3분기)에도 이랜드월드의 패션 사업 영업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2015년 매출 1조7383억 원과 8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140억 원의 영업 적자를 내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

실적 부진에 패션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경기불황 여파로 패션 시장 업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랜드는 그룹 주력 사업인 패션에서 ‘유통’으로 눈을 돌려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 패션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만큼 유통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지난해 팍슨 뉴코아몰을 2호점까지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중으로 3호점을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LF(옛 엘지패션)도 외도를 하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침체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앞서 LF푸드를 자회사로 설립한 LF는 2015년 동아TV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화장품 브랜드인 ‘그린랜드’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인 ‘불리1803’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인 인덜지의 지분 50%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덜지는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 ‘버니니(Bernini)’, 프리미엄 테킬라 ‘페트론(Patron)’, 세계적인 수제맥주 ‘브루독(Brew Dog)’ 등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주류 유통 전문회사다.

LF는 이번 주류회사 인수에 대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F는 지난해 매출이 낮은 ‘질바이질 스튜어트’와 ‘일꼬르소’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는 등 패션 사업성과가 저조한 만큼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견 패션기업인 패션그룹형지도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형지는 부산 사하구에 건립중인 쇼핑몰 ‘아트몰링(ART MALLING)’을 3월 개장한다

아트몰링은 ‘도시인의 감성 놀이공간’이란 의미로 패션(Fashion)을 비롯해 리빙(Living), F&B(Variety Food), 문화(New Culture) 등 다양한 영역의 상품군을 선보인다.

우선 패션 브랜드로는 원더플레이스, 스파오(SPAO) 등 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SPA)와 함께 젠틀몬스터, 엘리스마샤 등이 입점한다.

리빙 부문에서는 ‘한샘’ 대형 매장과 함께 DIY 매장인 ‘브라더소잉팩토리’와 ‘던에드워드페인트’가 들어선다.

식음료 매장(F&B)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매장 내 푸드몰링을 구성해 델리, 고메투어, 오리엔탈키친, 패밀리레스토랑, 다이닝라운지 등 맛집 40곳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아트몰링 문화관 건물 11개 층에는 CGV 멀티플렉스가 들어선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브랜드 ‘에피그램은 최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콘셉트를 바꿨다.

당초 에피그램은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의 두 번째 브랜드로 출시됐다. 하지만 최근 애슬레저 트렌드로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에피그램은 최근 주방용품, 생활가구 등 생활용품 판매를 시작으로 매장에서 커피 로스팅·꽃꽂이 강좌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도 사업 확대에 나섰다. 루이까또즈는 지난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매장에 모나미 협업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라이프 스타일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7월 남성복 엠비오, 잡화 브랜드 라베노바 등 실적이 저조한 브랜드를 접었다. 이어 조직을 개편하는 등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삼성물산 패션이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구설수에 올랐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달 네덜란드 정장복 ‘수트 서플라이’ 국내 판권을 따냈다. 기존 고가 위주 제품을 벗어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정장을 선보여 고객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수트서플라이는 주력 정장 가격이 50만~60만 원대로 정장계의 ‘이케아’로 불린다. 이탈리아 원단을 사용하지만 유통과정을 축소해 가격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 청담동에 수트서플라이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가성비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 지갑열기에 나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유년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패션 기업은 지금처럼 해오던 것을 이어받아 내실 다지기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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