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바른정당 or 국민의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31일 오후 서울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안병용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빅뱅’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한국 최초이자 40년 만의 아시아인 두 번째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경쟁력을 가진 초유의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에 반감이 심한 민심을 사로잡을 ‘묘책’을 갖고 올지 뉴욕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예고하고 돌아오는 반 전 총장의 행보에 정치권과 언론은 두 눈 부릅뜨고 그의 ‘화려한 귀환’을 지켜봤다.

반 전 총장의 데뷔전은 지난달 12일 귀국 행사부터였다. 정치권에 본격적인 대선 정국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보수 진영 대선 주자 가운데 단번에 지지율 1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 주자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기문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이나 팽목항 방문 등을 통해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정작 사회통합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진보적 보수주의자’라는 추상적 표현이나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고, 언론에 대한 불만 표출도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지율 격차는 그때그때 마다 변한다. 그분(문 전 대표)은 350m쯤 가 있고 저는 지금 10m도 못 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연 반 전 총장은 보수 세력의 대표 주자로 중심을 잡고 중도 진영까지 포섭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까.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왜 정치교체인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명수, 신상진 의원, 심재철 국회부의장, 반 전 총장, 새누리당 정진석, 나경원,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사진=연합뉴스></div>
▲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왜 정치교체인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의원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명수, 신상진 의원, 심재철 국회부의장, 반 전 총장, 새누리당 정진석, 나경원, 바른정당 이은재 의원.<사진=연합뉴스>

반기문 초반 움직임 ‘둔함’

반 전 총장은 귀국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위기설이 대두됐다. 그 배경에는 ‘구설수’가 있다. 그로인해 대선 완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구설에 오를만한 발언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그는 18일 광주에서 조선대 강연에서 “여러분이 해외 진출을 해서 일이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어려운 곳에 가서 해야 한다”면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하며 어려운 데 갔는데 한국 청년을 만날 때가 있었다. 여기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보니 자원봉사로 왔고, 생활은 원주민과 같이한다고 하더라. 참 존경스러웠다”면서 “제가 요즘 한옥체험을 한다. 좋은 호텔에서 살다가 요즘 화장실 하나밖에 없는 온돌방에서 직원들과 같이 자는데 세계 인류와 같이 한 번 고통을 나눠보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한 조선대 학생이 ‘현실적인 청년 주거 정책’을 묻는 데 대한 답변이었다. 즉각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의 한 식당에서 한국청년회의소 대구지구 임원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자리를 뜨며 이도운 대변인에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였다는 논란과 관련, 질문을 던진 기자들을 향해 “나쁜 X들”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사람들(기자들)이 와서 그것만 물어보니깐, 내가 마치 역사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그런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식사 자리에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앞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계속 따라다니면서 위안부 문제 얘기하지 마라. 그건 페어 싸움이 아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위안부 문제에 관해 제게 상당히 오해를 많이 하고 계신데 이런 오해는 불필요한 오해”라면서 “위안부에 관해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제가 참 환영한다. 오랫동안 걸렸던 위안부 문제가 드디어 일본 총리가 사과하고 정부 예산으로 한다”면서 “어느 만큼의 깊이는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이튿날에도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전 총장은 19일 오전 대전 카이스트에서 특강을 마친 후 한 기자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마지막으로 말씀을 해 달라”고 하자 질문을 못 들은 듯 걸어가다가 자리에 멈춰 섰다. 이후 해당 질문을 한 기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제(18일) 내가 길게 답변을 했으니까 그걸로(되지 않았느냐)”며 불쾌감을 나타낸 뒤 차에 올라타 자리를 떴다.

이뿐만이 아니다. 17일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반 전 총장은 세월호 현안을 숙지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다당제니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쉬워질 것 같다’는 박순자 새누리당 의원의 설명에 “어려울 것 같다고요?”라고 되물으며 “세월호 이거는 이견이 없잖아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모두 공감하는 그런거니까”라고 말했다.

또 한 여성 지지자가 아이와 함께 반 전 총장과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도운 대변인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가 “여기선 찍는 게 낫다. 여기서 이거 거절하면 이상해”라는 박 의원의 귓속말을 듣고 “아이구~오래 기다렸다”며 급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 야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19일 반 전 총장의 언행이 연일 구설에 오르는 데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분의 태도와 언행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반 전 총장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을 두고 ‘나쁜 ×들이에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과 관련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을 대신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물음에 신경질을 내고 막말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신”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일본과의 굴욕적인 합의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들과는 달리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며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찬양했다”면서 “국민들을 당혹하게 했던 분은 바로 반 전 총장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윤 수석대변인은 “그 책임을 기자와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것도 매우 잘못된 태도”라면서 “국정농단의 전말이 밝혀지는데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막말과 욕설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라”고 촉구했다.

한 때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당도 반 전 총장의 비판에 가세했다. 박지원 대표는 19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반 전 총장에 대해 “현재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고 하면 (대선 완주가) 상당히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반 전 총장이) ‘돈이 필요하니까 정당으로 가야겠다’(라고 했다)”라면서 “같은 말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도자는 말하고 싶은 것을 다 말하는가. 참을 때는 참아야 한다”면서 “대가를 치를 준비가 안 돼 있다면 대통령 후보를 생각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반 전 총장이 기자들을 ‘나쁜 ×들’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도 “위트로 넘길 수 있는 것인데 사사건건 기자들한테 ×를 붙인다든지 이런 것은 진짜 준비가 안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반 전 총장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준비 안 된 분이 서두르기까지 하니까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의 언행을 보더라도 우리는 (반 전 총장이)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하고 함께 하기엔, 특히 이념과 정체성 문제에서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완전히 문을 닫는다, 철벽을 쌓는다 이런 얘기보다는 우리는 우리의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그 분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융통성은 가지고 있다”고 여전히 반 전 총장과 함께할 여지는 남겨뒀다.

반 전 총장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보수진영에서도 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반 전 총장을 겨냥해 “지금 제대로 된 캠프로 보이지 않고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제각기 돕는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어쨌든 실수가 잦지 않느냐”면서 “잔매에 골병든다고, 반 전 총장의 장점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무게감인데, 자꾸 실수하다보면 웃음거리가 되고 무게감이 떨어지면 아주 결정적인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도움이 되나. 내가 반기문이라면 안 만나겠다”면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MB표가 있으면 당연히 반 전 총장한테 가는 거고, MB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럼 그 사람들을 또 실망시키는 것”이라면서 “만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고, MB맨들이 (반 전 총장 캠프에) 많이 가 있는 것은 5년 동안 소외돼 있다가 이제 메뚜기도 한철이니까, 대선 한철이 왔으니까 자가발전으로 줄을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우리나라는 명망가들을 쭉 세워놓고 무슨 캠프라 그러는데 사실 다 엉터리다. 그 사람들이 선거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역량으로 치르는 것”이라면서 “반 전 총장이 그걸 모른다. 지금 캠프가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선거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패착은 돈이 없어서 정당으로 가야한다고 한 것”이라면서 “스스로를 완전히 왜소화 시켰다. 갈 곳이라곤 바른정당밖에 없게 돼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정말 돈이 없어 정당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당에 들어가는 게 고위험, 고수익을 얻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를 꺾어서 안철수의 표까지 같이 들고 그야말로 정치교체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국민의당 못 가게 생겼다. 국민의당에서 누가 받아준다 그러나, 지금 벌써 문을 닫겠다고 그래버렸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식당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기문의 돌파 카드 ‘개헌’

잇따른 구설수로 지지율 하락의 쓴 맛을 본 반 전 총장은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31일 마포 대선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정당과 정치 세력을 아우르는 개헌추진협의회를 구성해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고 여야 정치권에 제안했다.
반 전 총장은 총선과 대선 시기를 맞추기 위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오는 2020년까지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하고, 정치교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아울러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개헌에 반대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진영에 몸담지 않고 그야말로 중립을 의미하는 ‘제3지대’에서 좌·우 진영을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재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기존 국민대통합 기조를 원론적으로 재확인한 것이지만, 현시점에서는 남다른 ‘정치적 맥락’을 담고 있다. 야권과의 연대에 있어 일종의 ‘가교’ 역할을 맡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보수 세력과 ‘관계 정리’를 하고 야권에 정체성을 두라고 주문한데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는 반 전 총장이 자신의 정체성은 여전히 ‘보수’에 있고 이를 정계개편 추진과정에서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야권에 읽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야권 주도 정계개편론’과는 확연히 결이 다르다고 느낄 손 전 대표와 박 대표가 반 전 총장이 내미는 연대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실제 ‘제3지대’의 한 축인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 중심의 빅텐트론에 대해, 텐트의 종류도 다르고, 지금으로선 연대가 불가능하다고 견제했다. 손 전 대표도 정체성이 모호하다, 진정성이 우려스럽다고 반응했다. 국민의당은 대신 정운찬 전 총리, 손 전 대표와 ‘스몰 텐트’를 모색하면서, 당명 변경과 완전국민경선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에 이어 손 전 대표를 잇따라 만나 대선 전 개헌을 강조했지만 손 전 대표 등이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제3지대 빅텐트 구축 연대 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반 전 총장 측은 “제3지대 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리면 연대 대상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제3지대 구심점의 입지는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친박·친문을 제외한 세력이 개헌을 고리로 빅텐트를 꾸리자는 했던 반 전 총장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여야를 아우르는 원로와 현역 정치인들 간의 만남을 통해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에 무게를 두고 논의를 이끌어왔다. 특히 대선 전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에 여권 개헌론자인 정의화·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과는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3지대 논의를 야권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어 첫 관문 격인 손 전 대표에서부터 순조롭지 않은 흐름이 연출되면서 설 연휴를 기점으로 본격화가 예상됐던 제3지대 세력화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박 대표와 손 전 대표의 부정적인 반응은 정계개편 논의에서 반 전 총장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일종의 기 싸움 성격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도 제3지대 정계개편을 둘러싼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부동의 1위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대세론을 형성하는 판세가 굳어질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한 거대 정치연대가 어떤 식으로든 모색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이 이날 ‘보수냐, 진보냐’며 정체성을 묻는 말에 “글세…”라며 답변을 흐린 것도 ‘정치적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별도로 반 전 총장은 이날 또 다시 구설을 자초하기도 했다. 촛불집회에 대해 취지가 변질됐다고 비판한 것. 그는 “광장의 민심이 초기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 면은 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V로 보니 촛불집회가 달라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보수층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대체론이 거론되자 촛불에 부정적인 일부 보수층을 노리고 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인 14일 촛불집회에 대해 “기회가 되면 참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반기문 전 총장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반기문 전 총장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기문의 대선 시나리오는?

반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독자세력화를 추진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은 그를 도우려는 새누리당 탈당파가 유력하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머물며 세력을 규합하고 있는 이들은 10여 명이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덕흠 의원 등이다. 또 수도권 지역에서도 나경원‧홍철우 의원 등이 거론되는 등 반기문 캠프 측에서는 최소 10여 명이 뜻을 같이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는 상황이다.

기성 정당에 입당할 경우에는 일단 바른정당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공식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경선을 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중요한 포인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여부다. 오 전 시장의 경우 반 전 총장을 돕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바른정당의 최고위원을 맡고 있기 때문에 바른정당에 들어와서 경선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반 전 총장을 설득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 같은 설득이 주효한다면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당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반 전 총장과 국민의당이 충청과 호남의 결합인 ‘뉴 DJP 연대’에 전격 합의한다면 반 전 총장의 국민의당 입당도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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