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과 중도의 결합’ 모색, 정부역할 증대에 반대 ‘시장 친화 해법’ 모색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폴리뉴스 정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주창하는 최고의 가치 덕목은 ‘공정’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하면서 내건 ‘새정치’ 속에 담겨 있는 핵심 골간도 여기에 있었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도 ‘공정’이다.

안 전 대표는 2월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를 화두로 꺼내며 한국의 일반적인 청년과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비교하며 ‘한국의 절망’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대한민국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나라로 바꾸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너진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를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나라 곳곳에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가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구체제를 청산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안 전 대표가 제시한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이 ‘공정’을 구현하는 기본틀임을 밝힌 것으로서 ‘평등’이란 정치적 가치와는 구분하려는데 사용한 개념이다. ‘결과의 공정’이 아닌 ‘기회의 공정’이 핵심이란 의미로 ‘경쟁’을 기본으로 바탕으로 했다.

‘책임’은 책임지지 않는 불공정의 대명사 대한민국 기득권 집단을 향한 공격이다. 즉 안철수의 핵심가치는 ‘공정’이며 이를 토대로 자신의 정책과 공약, 그리고 정치적 행보를 결정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권주의 청산’을 정치적 지표로 삼은 안철수의 새정치

그러나 안 전 대표의 ‘공정’은 ‘역사성’을 담아내는 틀은 아니다. 5년 전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상당히 곤혹을 치렀고 이후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그리고 2016년 초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도 문제를 야기했다. ‘역사성’은 항상 그에게 따라붙는 시빗거리임에도 안 전 대표는 아직 이 문제를 극복해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는 ‘정책’과 ‘비전’ 이전에 ‘세력’이다. 세력은 ‘역사’란 시간적 배경을 바탕으로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다. ‘역사성’에 기반한 정치적 가치 제시는 바로 자신이 정치적으로 기반하는 세력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이나 정당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산업화’, ‘민주화’, ‘박정희 정신’, ‘김대중 정신’, ‘독재’, ‘민주정부’ 등 세력 기준을 가르는 수많은 정치적 용어들은 이 ‘역사성’ 속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도 생성되고 있다.

이를 단순화하면 과거 군사독재세력을 계승한 세력과 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화세력 간의 역사적 대립이다. 정치라는 공간은 이들 서로가 자신이 역사적 정통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투쟁을 벌이는 곳이다.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그 단면일 뿐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역사성에 기반한 정치적 가치 제시보다는 ‘독재세력’이나 ‘민주화세력’ 모두가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봤다. 젊은 시절 독재와 맞서 싸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재에 부역하지도 않은 그로선 양쪽 모두가 바람직해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민주화세력 주역들이 일정 기득권화하는 현상까지 겹쳤다.

그래서 그는 2012년에 ‘정치개혁’을 들고 나왔고 ‘민주 대 독재’, 또는 ‘보수 대 진보’ 대립 패러다임을 극복해야 한다는 새정치 주장을 펼쳤다.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의미에서의 ‘공정’은 이 지점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는 독재세력과 민주세력 간의 대립이 주축이 된 한국 현대사의 ‘역사성’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그래야 한국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여야 대립에 식상한 중간지대에서는 설득력을 가졌지만 여야의 핵심 지지층으로부터는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공간은 대단히 유동적이라 견고한 정치세력으로 나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독재 대 민주’, ‘보수 대 진보’ 대립구도에서 중간지대가 지닌 입지의 한계이기도 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패권주의 청산’을 당면한 정치적 지표로 삼았다. 보수의 극단으로 ‘친박 패권주의’와 진보의 극단으로 ‘친문 패권주의’를 규정하고 그 중간지대를 자신의 정치적 세력화 공간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안 전 대표의 정치좌표 설정과정을 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직후 ‘정치개혁’과 ‘패권주의 청산’을 정치적 과제로 제시한 것과 비슷하다.

‘호남과 중도의 결합’으로 대권 승부, 정치비전으론 약해

2012년 대선 실패의 경험이 안 전 대표로 하여금 ‘정치세력화’의 중요성을 절감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2016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한 것은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적극적인 정치행위였다.

새정치연합 창당은 2012년 대선에서 연대했던 야권세력 간의 통합이었다면 국민의당 창당은 야권세력의 분열로 새정치연합 창당에 역행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기엔 ‘친노’ 또는 ‘친문’ 패권주의 배제의 정치철학이 관통했다. 이는 야권 내의 ‘친노 대 비노’, 또는 ‘친노 대 호남’이란 대립구도에서 나왔다.

당내 다수파인 ‘정통 민주화세력’을 ‘친노 패권’으로 규정해 비주류로 만들어 ‘중도세력’ 중심의 정당으로 만들려는 정치실험이 새정치연합이었다. 그러나 6.4지방선거 직후 있은 7.28재보궐선거 패배와 2015년 2.8 전대에서 문재인 체제가 등판하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국민의당 창당은 친문과 대립각을 세워온 호남과의 결합이었다. 자신의 진영대립 극복의 중도지향성과 호남이 결속해 차기 대선국면을 돌파해내겠다는 전략이 내포된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은 일단 성공했다. 호남을 석권하고 정당득표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을 따돌리면서 2당이 됐다. 호남과 중도의 결합은 아무도 상상하지 않은 시도였지만 그는 성공했다.

안 전 대표는 지금도 ‘호남과 중도’의 결합으로 대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굳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안 전 대표의 대선지지율이 하락하자 당 내부에서 이른바 ‘연대론’을 제기하자 안 전 대표는 ‘자강론’으로 반박하며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론을 설파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보수진영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패권주의’의 또 다른 한 축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맞붙을 경우 보수층까지 안을 수 있는 자신이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패권주의 세력’ 청산의 완성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패권주의 청산’이란 정치적 과제는 먼저 ‘친박’과 ‘친문’의 정치적 책임을 동일 선상에 둔다는 점에서 ‘공정성’을 상실했고 다음으로 정당민주주의에서 ‘다수파’의 책임정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류를 범했다.

박근혜 정부 실패의 책임은 ‘친박 정치세력’이 지는 것은 당연하나 ‘친문’ 또한 ‘패권주의’ 규정으로 도매금으로 넘기는데 대해선 동의를 얻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 또 안 전 대표가 규정한 ‘패권’을 그대로 적용하면 모든 정당의 주류세력들은 ‘패권주의 세력’이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즉 ‘패권주의 청산’은 정치적 대립국면에서 사용될 수 있는 공방의 용어일 뿐이다. 정치적 가치나 비전을 담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 그가 지향하는 ‘호남과 중도보수’의 결합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총선국면에서는 소선거구제란 특성 때문에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었지만 대선은 다르다. 안 전 대표의 이 해법에 대해 비호남 보수층은 ‘호남 안철수’란 생각이 강해 좀체 움직이지 않고 있고 호남민심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으로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쪽으로 기우는 역작용만 키우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역할 증대엔 반대 ‘시장 친화적 해법’ 모색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란 말로 2030세대와 중간지대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안 전 대표 자신이 주창하는 ‘공정’과 ‘자유’ 가치가 가장 제대로 녹아있는 경제정책 부문이 국민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안 전 대표가 내세우는 핵심가치는 ‘정치영역’보다는 오히려 ‘경제’영역에서 일관성이 있는 가치체계를 드러냈다. ‘공정한 시장질서’ 구현이란 면에서 안 전 대표의 경제정책은 ‘진보’적인 색채를 보이면서도 일자리 창출 및 각종 정책에서 정부보다는 ‘시장’의 역할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보수’ 색깔을 드러냈다.

지난 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2+5+5+2 학제안’, 즉 보통교육과 전문교육을 분리해 보통교육 시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력과 인성 등을 교육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의 정부 역할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새로운 창조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부에서 지휘하다 보니 민간의 자율성을 빼앗고 새로운 시도들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며 “민간이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다”고 민간과 시장주도를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자신의 ‘자유로운 경쟁’이란 철학으로 연결시켰다. 이 지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려는 ‘철학’과 대립각이 설정된다. 안 전 대표는 앞서 문 전 대표가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에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하겠다”고 하자 “정부 주도로 산업을 진흥하는 방식은 박정희 패러다임”이라고 공격한 것은 이러한 철학의 차이에 있다.

‘공정한 기회’ 속에서 펼치는 ‘자유로운 경쟁’은 안 전 대표의 핵심가치다. 안 전 대표는 한국경제의 실상에 대해 ▲내수 절벽 ▲일자리 절벽 ▲인구 절벽 등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이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같은 진단이다.

안 전 대표는 그 해법으로 ▲산업구조개혁을 통한 창업혁명 ▲중소기업 활력 증진을 위한 불공정한 경쟁구조 개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등을 내걸었다. ‘창업국가 건설’이란 모토로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기업의 경영이 개선되면 일자리 문제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시장친화적 처방’에 우선 방점을 뒀다.

민간과 시장이 경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안 전 대표는 정부가 역할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현재의 산업과 경제구조에서는 민간의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나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하자 안 전 대표는 “최소한 20조~30조원 이상 세금이 매년 소요된다”면서 “그 재원을 어디에서 조달할 것인가. 81만개 공공일자리를 만든다는 주장은 그에 맞게 증세하자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개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세금 일자리’로 본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시장 중심의 ‘보수’적인 경제관이다. 내수, 일자리, 인구 절벽이란 사회경제적 문제점 진단은 문 전 대표와 거의 같지만 처방에서는 ‘공정한 시장질서 구축’까지만 공유점을 형성할 뿐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상반된 입장이다.

재벌개혁 문제에 있어선 안 전 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금융계열사 등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 ▲계열사의 지주회사에 대한 출자 제한 ▲부당내부거래 수혜기업의 부당이득 환수 ▲연기금 주주권 행사 ▲총수 일가 등 기업인 범죄 처벌 강화 등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정책 분야에서 안 전 대표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대선주자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민주당 소속의 안희정 충남지사이다. 그리고 안 전 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대선주자는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경제는 진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보수’에 더 가깝다.

한미동맹과 자강안보(自强安保), 사드에 대해선 입장 선회

안 전 대표의 안보정책은 ‘한미동맹 강화’과 ‘자강 안보’를 내걸었다.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저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공동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킨 가운데,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안보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개척해나가는 자강안보(自强安保)를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미동맹’에만 목을 매지 않고 ‘자주국방’하겠다는 말을 ‘자강안보’로 돌려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스마트한 강군을 육성하여 확실한 대북우위 군사력을 유지하고,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면서 ▲해·공군 전력 확하는 방향으로 군 구조를 개편 ▲킬-체인과 KAMD 조기전력화 ▲국방연구개발 집중투자와 산업화 연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북한과의 관계 설정, 중국문제, 북한 핵문제, 정전체제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 등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강력한 ‘자강안보’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림만 보였다.

또 그는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주한미군 배치에 반대 입장을 보이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입장에서 한 발 후퇴했다. 지난 1일 대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협약을 맺었다”며 “이를 함부로 뒤집는 건 국가 간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처럼 입장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 “상황이 달라졌는데 입장이 그대로라면 그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달리 ‘정치적 계산’에 따라 안보적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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