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9시간씩 한 달 13일 운전하는 버스 노동자
하루 8시간 기준 31일 근무
경기 북부지역에서 서울시내로 운행하는 한 버스회사 노동자의 노동실태를 보자. 새벽 5시에 출근해 운행을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은 밤 12시다. 하루 19시간 일한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고 일요일까지 포함하면 쉬는 날은 18일이나 된다.
그러나 하루에 이틀 일하는 셈이니까 근무일은 26일이고 휴일은 5일뿐이다. 그런데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39시간(13일X3시간), 약 5일을 추가로 일하게 되니 결국 31일간 일하는 셈이다. 13일을 일하는 데 노동시간으로 31일을 일한다. 마술이다.
버스노동자는 승객을 싣고 도로를 달리는 업무다. 따라서 본인은 물론이고 승객의 안전이 매우 중요하다. 밤 12시 퇴근하여 새벽에 잠들면 오전 늦게 일어난다. 근무 다음날은 휴일이 아니라 ‘비번일’이다. 비번일을 휴일처럼 보낼 수 없다. 다음 날 새벽에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늦게 잠들면 다음날 새벽부터 졸음운전을 해야 한다. 매우 위험하다. 저녁에 술이라도 한 잔 하면 다음 날 아친 음주측정에 걸리고, 걸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졸음운전으로 인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26일은 온전히 근무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버스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총 2964시간(19시간X13일X12월)이다. 한국은 OECD평균 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장시간 노동 국가이다. 결국 버스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우리나라 연간 평균 노동시간보다 851(4.8개월)시간 더 일한다. OECD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1198시간(8.1개월)을 더 일한다. 북유럽에 비하면 2배 일하는 셈이다.
과로사회라는 이웃 일본의 노동시간은 연간 1719시간으로 우리 보다 394시간이나 적다. 취업자기준으로는 2015년에 2273시간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2020까지 연간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지금보다 313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이 경우 2000만 임금노동자로부터 노동시간을 줄이면 62억 6천만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데 연간 1800시간 기준으로 348만개 일자리가 생긴다. 이 정도는 돼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실업해소, 과로사회 청산, 노동자 건강과 여유 있는 삶을 말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 공약이라면 이 정도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여야정치권은 이상한 노동시간 단축논쟁을 하고 있다. 정부는 주당 60시간, 야당은 주간 52시간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고 노사합의 시 주 12시간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동부 유권해석은 토요일과 일요일 16시간을 합쳐 주당 68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는 데 8시간을 줄여 주 60시간으로 하자고 우긴다. 노동부는 일하는 1주일이 ‘월~금’이 ‘월~금금금’이라고 간주한다.
연간 1800시간으로 단축하려면 공휴일과 휴가 2주 정도를 제외하면 주당 36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루 7시간-주5일’을 일하던가, 아니면 ‘하루 8시간-금요일 오전근무’형태로 가야 한다. 그런데 주 52시간이면 연간 2600시간, 주 60시간이면 연간 3000시간 노동을 시키겠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연간 1800시간보다 각각 800시간, 1200시간 많다. 제정신이 아니다. 노동자가 일하는 기계인가, 임금노예인가, 회사인간인가?
엄밀히 말하면 노동부는 물론이고 야당의 주장은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1항이 규정한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2항 ‘하루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배하고 있다. 동법53조(연장근로의 제한)1항의 ‘당사자 합의로 1주간 12시간 연장근로’를 규정한 것은 제50조를 위반하는 법률적 모순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이나 사회적 요구로 노동시간을 주당 48시간→44시간→40시간으로 단축시켜 왔는데 여전히 52~60시간 논쟁을 하고 있으니 말이 되는가?
정부가 약속한 2020년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다. 연간 노동시간을 1800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 ‘노동시간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상 ‘연장노동시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모든 노동조합은 연장노동시간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갱신해야 한다. 주35시간 노동시간으로 과로사회 청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