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뿌리와 함께하는 사람은 ‘노무현 인맥’, 미래지향은 ‘대통합’

[폴리뉴스 정찬 기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냐 호부견자(虎父犬子). 대권도전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다.

안 지사가 노무현을 넘어서느냐, 아니면 고만고만한 친노 정치인에 머무느냐에 대한 판단의 몫은 국민이다. 이는 노무현 세력을 넘어서는 안희정 세력이 현실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느냐의 여부와 직결된다. ‘시대교체를 꿈꾸는 안 지사가 이를 성공시킬 지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면목이 드러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토니 블레어를 지표로 삼아 박정희-노무현 모두를 계승하겠다든가, 노동유연화 정책 등 보수적인 노선도 안겠다든가, 정치적 대립세력과도 공존하겠다는 대연정제안 등으로 그가 지향하는 정치적 청사진을 내놨고 이를 보고 중도-보수층이 모여들고는 있지만 이를 두고 청출어람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안 지사의 정치적 뿌리가 노무현이고 지금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무현의 사람들이며 안 지사를 응원하며 지지해온 본류는 전통적인 친노 세력인데 최근 안 지사의 통 큰 행보(?)’가 이들 부분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기보다는 낯설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11월 탄핵정국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불펜투수’, ‘구원투수론으로 움츠렸던 그가 워밍업도 없이 급작스럽게 등판하면서 생긴 생경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 안 지사는 자신의 청사진에 따라 미래의 길을 함께 할 세력을 모으는 출발선에 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의 동업자에서 창업자로 청출어람의 길을 개척하려는 안 지사에게 지금 함께하는 노무현의 사람들은 자신의 동업자이자 미래 안희정 세력의 주춧돌임에는 틀림없다. 앞으로 대들보를 어떻게 세우고 서까래를 까는 모양새가 나오면 국민들의 평가도 보다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안희정 캠프 참여정부 인맥이 주축, 당내 세력은 취약

안 지사와 함께 하는 인물들의 주축은 참여정부 인맥이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노 전 대통령이 1994년에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2000년 노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만든 금강팀이다. 안 지사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함께 이곳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안 지사는 연구소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운영을 도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동업관계를 맺었고 당시 연구소 기획실장이 이 전 지사다. 이른바 좌희정 우광재의 산실인 셈이다. 이 전 지사는 안 지사 캠프에 아직 공식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 전 지사 인맥인 윤태영 전 대변인이 캠프 총괄본부장에 합류해 있다.

캠프에 합류한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과 서갑원 전 의원도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인연을 맺었고 문용욱 전 청와대 부속실장,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여택수 전 행정관도 연구소 출신이다. 여기에 캠프의 좌장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내기도 한 이병완 전 비서실장이다.

안 지사를 돕는 당내 세력은 아직 약하다. 현역의원으로는 김종민, 조승래, 박완주, 정재호 의원과 백재현 의원 등 손에 꼽을 수준이다. 최근 캠프에 합류한 백 의원을 제하면 안 지사와 오랜 관계를 맺고 있는 충청권 의원, 또는 대학교 시절부터 함께한 동지로 초재선급이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종민(초선, 논산·계룡·금산) 의원은 안 지사와 동지적 관계다.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부터 안 지사와 함께했고 당선 후 충남 정무부지사로 안 지사를 도웠고 2014년 선거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아 재선에 공헌한 후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이인제 새누리당 전 의원을 꺾고 늦깎이로 국회에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은 현재 캠프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노무현 정부 사회조정비서관 출신인 조승래 의원은 충남도지사 비서실장을 맡아 안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직계 측근이다. 조 의원이 20대 총선에 나선 배경도 안 지사의 대권도전을 돕겠다는 의지에서였다. 그는 캠프에서 정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재선의 박완주 의원은 지난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안 지사가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위원장을 맡아 총선 도전을 준비할 때 박 의원은 충남도당 상무위원으로 함께 일했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대변인을 맡았다. 박 의원은 지금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안 지사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다.

안희정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대변인, 원내대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 지사의 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과 맞붙었지만 지역구 통합(공주-부여-청양)의 불리한 여건을 뚫지 못해 낙선했다. 19대 의회에서 유일한 안희정계였던 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대변인으로 일해왔다.

충청권 밖에서는 안 지사의 고려대 동창인 초선 정재호 의원이 캠프 내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 의원은 노무현 후보 정무보좌역, 참여정부 사회조정비서관과 국무총리실 민정수석을 역임한 참여정부 인맥이기도 하다. 그는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안 지사 총괄특보와 총괄본부장을 맡았었다.

이들 인사들은 참여정부와 직간접적인 매개로 인연이 맺어졌고 당내 초재선에 그쳐 중량감 등에서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경쟁에 밀리는 느낌이나 이를 채워주는 인사가 이병완 전 비서실장과 3선의 백재현 의원이다. 이 전 비서실장이 참여정부 계승을 상징한다면 백 의원의 합류는 외연확장에 무게가 실린다.

캠프를 총괄하는 좌장 역할을 할 백 의원 또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초대 감사를 역임하며 안 지사와 인연을 맺었다. 큰 틀에서 노무현을 매개로 했지만 박수현 전 의원과 함께 민주당내 비문재인 진영과의 고리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안 지사 대선 출정식에 참석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 전 장관은 2008년 안 지사가 주도해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에 동참해 활동하기도 했다. 호남 출신의 4선 김성곤 전 의원은 이 전 비서실장과 함께 호남 공략의 얼개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안희정과 민주당 비문진영과의 결합여부

당내 경선을 앞 둔 안희정 지사의 행보에 향후 주목되는 지점은 당내 비문진영과의 관계이다. 문 전 대표에 비해 열세인 당내 세력 분포를 만회하기 위해 이들과 연대할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비문진영 또한 뚜렷한 구심 없이 큰 존재감 없이 각개 활동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결합의 여지는 존재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14일 비주류 의원 20여명과의 만찬에서 안 지사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기 정치인 시절 모습이 보이고, 문 전 대표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부분이 자꾸 생각이 난다는 젊은이들 얘기가 있다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이에 대해 성급한 해석을 삼갔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의 이 발언을 두고 안희정 지사 지지선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안 지사가 김 전 대표와 만나 경제정책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그냥 흘릴 말은 아니다.

비문진영으로선 안 지사가 토니 블레어3의 길을 주장하고 정책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수용할 뿐 아니라 대연정론을 제기한 것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가치와 정책 면에서 친문 패권주의의 폐쇄성과 편향성으로 지목돼온 핵심 요인들을 안 지사가 부정한 것이다.

또 보수와 진보진영 간의 민감한 쟁점 사안과 관련해 안 지사는 보수의 주장도 안았다. 노동유연화 정책에 수용해야할 큰 방향”,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는 한미 합의 중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공약에 공짜밥”,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세금 일자리라며 한 안 지사는 친노세력의 일반적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안 지사는 정책과 가치 면에서 비주류 쪽과 거리를 현격히 좁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당내 세력이 약한 안 지사와 구심세력이 없는 비주류 간의 결합여부는 김 전 대표가 독일에서 돌아온 후에 가시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

보수로의 외연확장은 양날의 칼

그러나 문제는 안 지사가 이 행보가 구체화되면 기존 친노 지지층’, ‘민주당 지지층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난제도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반문 연대뉘앙스의 발언을 하면서 지지층이 떨어져나갔고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문 전 대표를 청산세력으로 지목하면서 재기불능에 빠졌던 상황이 다시 재연될 수 있다.

노무현에 뿌리를 둔 안희정 지사의 노무현 넘어서기가 우클릭이냐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 지난 2008폐족 선언에서부터 ‘100년의 근현대 역사를 뛰어 넘겠다시대교체를 내건 것을 두고 청산대상과의 통합이냐정체성논란도 야기될 수 있다.

안 지사로서는 중도와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면서 그동안 비난의 대상이 돼왔던 친노의 배타성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행보들 또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문재인 대항마로 선택받기 위한 정략이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최근의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도 서로 달리 해석되며 충돌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22(279일 조사)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는 안 지사는 19%로 문 전 대표(29%)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3주차(14~16)에도 22%까지 상승하며 문 전 대표(33%)에 이어 2강의 면모를 보였다. <리얼미터> 23주차 주중(213~15) 조사에서도 19.3%20%대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안 지사 쪽은 오랜 기간 동안 비축해온 중도와 보수진영에 대한 포용성의 힘과 통합과 시대교체의 비전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지사를 지지율 상승의 근원이 보수층과 대구/경북, 50대 이상 연령층의 지지 상승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 문재인 성향유권자들의 소극적 선택일 가능성도 높다.

새롭게 유입된 지지층을 보면 보수 세력과의 연합 내지는 연대를 포함한 통합의 정치에 호응하고 있다. 보수의 분열로 제대로 된 보수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문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로 안 지사에게 차선의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안 지사가 청출어람이 아닌 반문재인 진영의 양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또 안 지사의 통합의 가치도 자칫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후 진보-야권지지층의 강한 국가대청소, 적폐청산에 대한 요구와 불화를 빚을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와 맞붙을 당내 경선과정의 최대 쟁점이 될 소지가 크다.

게다가 안 지사 지지세력의 결집력도 문제다. 20%대 지지율을 돌파했지만 견고하다고 보기 힘들다. 친노 지지층이 견고하나 이들 다수는 문 전 대표에게 쏠려 있다. 보수층으로부터 유입된 지지세는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바람이다.

또 지금의 지지율 상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불출마와 야권 내 문재인에 맞설 대항주자들이 낙마하면서 안 지사의 정치공간이 열린 측면이 강하다. ‘충청 대망론이 안 지사로 이동하고 2015년 대선지지율 1, 2위를 달리던 박원순 서울시장 불출마, 김부겸 민주당 의원 불출마,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정체, ‘3지대가 물 건너가게 되면서 반문재인층이 안 지사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김구-이승만, 박정희-김대중-노무현 모두의 역사를 이어받으면서 더 멀리 나가겠다는 안 지사의 꾸준한 정치행보가 이러한 정치공간을 연 바탕이기는 하지만 반문재인 성향의 보수적 유권자층이 만들어낸 정치공간이다. 이를 감안하면 안 지사는 칼날 위에 서 있다.

안 지사가 당내 비주류와의 결합이나 중도보수로의 외연확장은 양날의 칼이다. 야권 지지층의 주류인 친노 세력이 동의하면 날개를 달지만 잘못되면 불화. 이 경우 박원순 시장, 또는 2012년 민주당 당내경선에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안 지사는 친노-비노의 경계를 허물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극복하겠다는 대통합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신의 뿌리인 친노 지지층이 수용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안 지사는 그 관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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