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친노 신당'의 꿈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유시민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했다. 이 전 총리와 유 의원은 친노세력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두 사람의 연이은 탈당은 친노세력의 진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두 사람의 탈당이 친노세력의 조율 속에 집단적인 탈당의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사람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친노세력 내의 많은 원·내외 인사들은 신당 공천을 통한 총선출마를 생각하고 있다.

개별탈당, '친노세력'의 해체를 의미

이화영 의원만 이 전 총리와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을 뿐, 친노 직계라 할 수 있는 이광재·서갑원 의원, 안희정씨, 그리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 인사들까지도 신당에서의 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금 여건에서의 탈당, 그리고 신당창당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이해찬-유시민 탈당은 친노세력의 분열을 의미한다. 각자가 처해있는 입지에 따라 다른 행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친노세력의 '세력'으로서의 존재가 해체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해찬-유시민 탈당은 신당에 잔류하는 다른 친노인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물론 당 지도부 입장에서도 친노의 상징인 이해찬-유시민 탈당을 내심 반길 법하다. 동시에 친노 의원들 경우도 자신들에 대한 총선 불출마 압박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친노의 두 상징적인 인물이 당을 떠난 상태에서 '친노'에 대한 당내의 반감은 아무래도 덜해질 수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직계로 분류되는 몇몇 의원들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퇴진 압력을 여전히 받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두 사람의 탈당이 다른 많은 친노 인사들의 공천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신당에 잔류한 친노 인사들은 '친노'의 기치를 내리고 신당의 일원으로 적응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친노세력'의 존재는 당사자들도 원하지 않고, 당에서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성공가능성 희박한 '친노 신당' 구상

물론 유시민 의원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탈당하면서 "정체성이 모호한 중도정당이 아니라 국민과 눈 높이를 맞추는 유연한 진보노선을 가진 `좋은 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해찬-유시민 주도의 신당이 총선 이전에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당장 현역 의원들 규합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친노 신당을 만들어 출마해보아야 당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뛰어들 현역 의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시민 의원도 신당창당은 총선 이후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다고 해서 여건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4월 총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몇몇 의원이 '친노 신당' 결성에 뛰어들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도의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행동이다. 무엇보다도 이해찬-유시민 주도의 정당이 '친노 신당'이라는 고리표를 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총선 이후에도 친노 신당이 성장할 기회를 엿보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아마도 유시민 의원이 꿈꾸는 것은 2002년 개혁당식 실험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비슷한 실험을 다시 시도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다. 그러나 '친노'라는 꼬리표가 '훈장'이 아니라 '낙인'이 되어버린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 될 것이다.

'친노'의 퇴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은 못다 이룬 '친노'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많은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친노의 퇴장이라는 흐름에 거스르는 모습으로 비쳐질 때,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거의 경험이 말해주듯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은 정권의 책임자들이 이후에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는 것은 꿈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친노의 퇴장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하고 4월 총선을 거치면서 친노세력의 존재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그것은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바뀌게 되어서만은 아니다. 민심을 얻지못하고 심판의 대상이 된 정치세력이 안고가야할 운명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이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정당이 결국 내용적으로는 친노신당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꿈은 부질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대선을 거치고서도 그러한 판단조차 내리지 못한다면 너무도 둔감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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