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4조 이상 국내증권사 5곳...금융당국, 4월부터 초대형 IB 육성 정책 시행 예정

국내 주요 초대형IB. 사진왼쪽부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사진=폴리뉴스DB></div>
▲ 국내 주요 초대형IB. 사진왼쪽부터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사진=폴리뉴스DB>
[폴리뉴스 조현수 기자] 지난 17일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4조 원을 확보하면서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초대형 투자은행(IB) 반열에 올랐다. 이에 국내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포함 5곳이다.

그러나 우리도 본격적인 초대형IB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국내 IB들이 진정한 의미의 초대형IB가 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자본규모 3~6조 원의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 IB들과 어깨를 견주기에 그 규모가 한참 못미친다.

자기자본 102조 원의 골드만삭스 같은 경우를 제외해도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 일본 노무라증권(28조 원)이나 중국 중신증권(25조 원)에 비해 초라한 규모다.

이에 초대형IB로 가기 위한 필수요건인 ‘해외 빅딜’ 참여도 쉽지 않다. 해외 딜에 참여하려면 기본적으로 각종 인수금융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한국주도의 M&A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게 현실이다. 

실제 중국만 보더라도 작년 한 해 글로벌 M&A 규모가 2200억 달러(한화 246조 원)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가 9조 4000억 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한 사례가 ‘사상 최대 규모’라고 홍보할 정도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체급을 만들어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만, 몸집키우기는 기업 간 인수합병(M&A) 정도를 제외하면 ‘증권사 덩치 키우기’에 딱히 묘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현재 증권사의 이익구조가 단순한 중개업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업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미래에셋대우(자기자본 약 6~7조 원)의 경우 감사보고서 기준 지난해 위탁매매부문에서 얻은 영업수익은 4308억 원이었으며, 이 부문 운영이익은 1376억 원이었다. 영업수익의 31.9%를 운영이익으로 챙겼다. 위탁매매는 고객의 매매주문을 받아 금융투자회사의 명의로 증권위탁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문을 일컫는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무라고 할 수 있는 트레이딩 및 자기자본투자부문의 영업수익은  6조 1353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지만 이 부문운영이익은 142억 원에 불과했다. 0.25%도 안되는 수익률이다. 영업수익의 규모에 비해 수익률이 초라한게 현실이다.

트레이딩 및 자기자본투자는 주식, 채권, 선물옵션, 파생상품 등 자기의 계산으로 유가증권 매매를 수행하거나 자기자본을 이용하여 프로젝트금융투자사(PFV), 수익증권, 출자금 등에 투자하는 부문을 말한다.

NH투자증권 역시 위탁중개 편중 성향은 마찬가지다. 개인및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위탁중개·금융상품판매 등 자산관리 서비스 부문인 ‘Sales’의 영업수익은 8607억 원이었으며,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766억 원(8.89%)이었다.

반면 영업수익 규모가 가장 큰 트레이딩 분야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익보다 영업비용이 더 커진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인수합병을 통해 통합증권사로 출범한 KB증권의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위탁·자산관리 부문에서 348억 원 벌어들인 반면 유가증권과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한 자산운용부문에서는 108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운용부문 영업수익은 3조 4856억 원으로 규모는 가장 컷지만 역시 순손익은 비중이 작았다.

삼성증권 역시 위탁매매에서 931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동안 주식·채권·파생상품 등을 운용하여 얻는 수익인 자기매매부문에서는 342억 원의 순이익만 만들어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트레이딩으로 표시된 부분은 자기자본 투자로 발생한 수익과 ELS 헤지 운용을 통한 수익이 섞여 있어 수치만으로 모든걸 판단할 순 없다”며 “실제 자기자본 투자에서는 흑자를 기록했고 손실의 대부분은 ELS 헤지 운용에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영업수익이 큰 분야인 트레이딩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초대형 IB로 가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는 의견이 많다. 즉 이익구조 자체의 변화가 없다면, 많은 이들의 우려처럼 만년 중개업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몇몇 수치로 전반적인 이익구조 전체에 대해 논하기는 힘들지만, 증권사들은 자본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투자능력을 키워 거기서 이익을 발생시킬 필요는 있다”며 “자기자본이 10조, 20조 원이 되더라도 위험부담없이 안전한 거래만 찾고 딜링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런 내부적 문제 외에도 당국의 제도적 측면의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서 이미 초대형IB 반열에 오른지 꽤 되었지만 정부나 금융당국 차원의 세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적인 액션을 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특히 기업공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았다.

현행 정책에서는 기업 및 기타 공여를 전부 포함해 자기자본 100% 범위까지 공여가 허용된다. 이에 금융계는 기업공여와 기타공여 각각 별도의 범위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이 4조 원이고 기타 공여액이 1조 원인 금융사가 있다면 현재는 기업공여를 3조 원만 실시할 수 있지만, 규제를 완화해 기타 공여액과 상관없이 4조 원이 가능하도록 희망하는 것이다.

은행이 과감하게 대출해주지 못하는 혁신형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게 일부 투자은행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세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는 말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현재 정부와 당국이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중이긴 하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시사항까지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대형IB 반열에 들었다는 어떤 증권사는 공여비율이 10%도 안되면서 기업공여를 별도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정부와 당국이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모양새는 옳지 않기 때문에 몸집을 키우기 위해 M&A를 실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측은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초대형 IB 육성에 대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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