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표창 자랑’ 시비, 부끄럽지 않은가

지난 19일 KBS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 중 ‘내 인생의 한 장면’ 코너에서 문재인 후보가 특전사 시절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화면 갈무리>
▲ 지난 19일 KBS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토론 중 ‘내 인생의 한 장면’ 코너에서 문재인 후보가 특전사 시절 사진을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화면 갈무리>

누구를 편들자는 것 아니다. 낯 뜨거울 정도의 점입가경이라 한 마디 보탠다. 문재인 예비후보캠프에서 특전사 시절 사진을 고른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TV토론 당시  문 후보 발언을 ‘자랑’으로 인식하는 것은 상식적 언어감각과 맞지 않다. 그 대목 녹취록은 이렇다. “나중에 제1공수 여단장이 전두환 장군, 그때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다. 전두환한테 표창을 받기도 했다(하략)”. 굳이 안 해도 됐을 전두환 이름 석 자를 언급한 것은 광주의 아픔을 생각할 때 비판의 소지가 있지만, “반란군 우두머리”라고 적시했다. 적어도 자랑이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걸 자랑할 바보가 없다는 것 역시 다들 아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발언 이후 만 이틀이 지나도록 시비는 도를 넘어 물고 뜯기가 확산일로다. 어이가 없다. 시빗거리 같지도 않은 논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촛불시민들께 부끄럽지 않은가. 

자랑 아녔지만 ‘전두환’ 이름 석 자 언급은 부적절

안희정-이재명 예비후보 측에서 지적하는바 역시 모르지 않는다. 비판의 결을 그대로 듣는다는 차원에서 좀 길지만 인용한다. “광주 경선을 코앞에 두고 전두환에게 표창 받은 것을 내세우며 자신의 안보관이 문제없음을 거론한 것이 옳으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 운동을 전통으로 하는 제1야당 후보가 특전사 시절 국가관과 안보관, 애국심이 형성되었다는 발언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진다. 광주의 아픔이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발포책임자에 대한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두환을 거론하며 표창 전력을 내세운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중략)” 

사과 수용 여부는 ‘광주’가 결정할 일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와 동의가 된다. 충분히 제기할만한 비판이다. 무엇으로도 씻겨질 수 없는 광주의 비극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전두환 표창” 운운은, 아무리 ‘반란군 우두머리’라고 적시했더라도 신중치 못했다. 

문 후보는 20일 광주를 찾아 사과했다.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광주가 결정하면 된다. 사과 이후에도 안-이 후보 측에서 계속 시비 삼는 것은 그들의 비판대로 “광주 경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호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쯤 되면 경쟁 차원의 검증이 아니라 ‘오로지 물고뜯기’로 비친다는 것을 네 후보측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안-이 측에서는 문 후보가 “그 사진을 자신이 고른 게 아니라 캠프 아이디어였다”고 해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렇게 비판을 추가했다. “자신의 지금이 있게 한 사진 한 장 직접 고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그리고 소위 노년층의 안보 공세에 대한 해명을 위해 그 사진을 골랐다는 대목은 더욱 기가 막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는 리더가 안보 공세에 당당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향후 최고지도자가 되었을 때 보수세력으로부터 쏟아질 비판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언어학적 시비’ 이어갈 만큼 한가한가?

본인이 직접 골랐느냐, 캠프 의견을 수용했느냐가 시비 거리거리가 될지에 대해 필자는 의견이 좀 다르다. 일단, 문재인 측의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에 대해 경쟁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 문 후보가 꼭두각시처럼 써준 대로 앵무새 되뇌듯 말하는 게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그건 ‘상대방’ 일이다. 그 상대방의 의사결정 과정이 국가와 민족에게 심대한 타격을 주고,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면 비판거리로 삼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는데도 계속 문제 삼는 것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표창 자랑논란’을 글감으로 택한 이유는 이러하다. 겨우 이런 수준의 말싸움을 벌이면서 어떻게 적폐청산을 하겠다는 건가. 경쟁이라는 이름하에 이런 저질 다툼이나 이어가고 있다는 게 한가하다 못해 한심해 보인다. 이 역사적 촛불국면이, 적폐청산이 시대정신이자 최대 화두인 국면에 자랑이었냐 아니냐를 놓고 ‘언어학적 시비’를 지속할 만큼 한가한가. 급기야 “군대 미필자”니 뭐니 하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국정농단사건의 뇌관이었던 태블릿PC가 나왔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지금 민주당 주자들 어쩌고 있을지 눈에 선하다. 

이쁘고 잘 해서 ‘지지율50%’ 나오는 거 아니다

21일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넘었다는 일부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이쁘고 잘 해서 지지율이 그렇게 나오는 줄 아는가? 착각들 마시라. 시민들은 그동안 수구보수 기득권층에게 하도 크게 실망하고 분노해서, 적폐청산 확실히 하고 나라 꼴 제대로 만들자고 당신들을 임시 채용하려는 것이다. 채용면접장 문 앞에 와서까지 이렇게 밑바닥을 보일 건가. 이래서야 어디 당신들 채용하겠는가. 제발 촛불시민들 수준으로 좀 올라오라. “촛불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을 결코 잊지 말라”는 게 광장의 여전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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