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연대가 문재인 당선을 보장해주는 역설

지난달 15일 바른정당 김무성의원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부터)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지난달 15일 바른정당 김무성의원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왼쪽부터)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회동해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안 조용했던 비문연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에는 김종인 전 의원과 민주당 비문 의원들, 국민의당 비문연대론자들이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서 김 전 의원의 대선출마설이 등장하고 민주당 최명길 의원의 탈당설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홍석현 전 회장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고 김종인 전 의원도 한번 만날 뜻을 밝혔다. ‘3단계 연대론’도 언급하며 비문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런저런 움직임들이 이어지면서 언론들은 다시 비문연대의 성사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 비문연대는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우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확고한 반대 입장을 비문연대론자들은 넘을 수가 없다. 안 후보는 탄핵반대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공학적 연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혀왔다. 그래가지고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고, ‘민주당 문재인 대 국민의당 안철수’의 구도로 갈 때만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문연대론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 입장을 고수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면 비문 세력 내의 선두주자인 안철수가 빠지는 비문연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비문연대가 불가능한 이유이다.

두 번째로 자유한국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문연대는 불가능하다. 비문연대론자들은 자유한국당 세력은 제외한 연대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실시되는 홍준표 후보는 친박 핵심의 청산을 명분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래서 두 당 간의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보수정당 간의 단일화, 도로 새누리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세력과 함께 하는,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연대에 국민의당이나 민주당 비문 의원들이 몸을 싣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지 않는한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단일화를 하는 대신 국민의당과 단일화를 하는 경우의 그림도 불가능하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자유한국당을 그대로 놓아두는 상태에서 바른정당과 단일화를 한들, 그에 따른 보수층의 이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승민과 단일화를 해봐야 홍준표가 있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비문연대는 민심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비문연대는 비판만 자초하고 실익은 없는 결과를 낳게 되어있다. 그래서 지금의 정당구도는 온전한 비문연대가 성립할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비문연대를 하면 문재인을 이길 수는 있는 것일까.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길 수 없음이 명확하다.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국민의 정권교체 요구가 주도하는 선거이다. 국민의 4분의 3 가량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보수정당의 파이는 20%를 넘기 어려워 보인다. 선거 종반에 양강 구도로 압축이 되면 15% 정도로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많이 잡아 20%도 안되는 표를 얻기 위해 80%나 되는 지대를 붕괴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국민 대다수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선거에서 정권재창출을 원하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세력과 손잡고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엉뚱한 착각이다. 민심의 큰 흐름을 전혀 읽지 못한 소치이다. 그러한 묻지마 연대는 민심의 역풍을 초래할 것이고, 비문연대 세력은 민심 앞에서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비문연대론자들은 입으로는 문재인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재인의 당선을 보장해주는 길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되고 있는 역설이 성립한다. 그래서 비문연대론은 현실성도 없고 자기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동반자살과도 같은 선택일 뿐이다. 이제 실현가능성도 없고 국민의 불신만 초래하는 비문연대론을 걷어내고 정당 간의 당당한 대결을 만들 책임이 정치권에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그냥 문재인과 안철수가 더 좋은 정권교체를 놓고 멋진 대결을 펼치도록 하는 것이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의 요구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