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무한경쟁시대…상위사 ‘퍼스트제네릭’에 집중

<사진=유한양행 제공>
▲ <사진=유한양행 제공>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규제의 변화를 통해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특허만료를 앞둔 의약품 중 블록버스터급 약품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상위제약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제네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업계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퍼스트제네릭’과 ‘개량신약’에 주목하고 있다.

규제 변화로 제네릭 시장 진입장벽↓…무한경쟁시대 열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이어진 다양한 정책의 변화로 최근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방식으로 쉽게 다양한 품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가, 허가, 생산관리 등 다각도의 규제개혁을 단행하면서 먼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약가를 일괄 인하했다. 

이후 대표적 과당경쟁 억제 정책이었던 공동생동규제가 폐지되고 이미 인증이 완료된 공장에 대해서는 실사를 면제해주게 된다.

그 결과 중소제약사들은 위탁생산 방식으로 저비용에 빠르게 제네릭 출시가 가능해졌고 이를 발판으로 성장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매출액 4000억 원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눌 경우 상위 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평균 -21.5% 역성장한 반면 하위 그룹은 평균 28.7% 성장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하위그룹이 11.7%로 상위 8개사 평균인 9.0%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존의 계단식 약가에서 일괄 약가가 적용되며 영업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 만료 후 시간 경과와 상관없이 동일한 약가를 책정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2009년에 특허 만료된 ‘리피토(atorvastatin)’의 경우 2011년 10월 품목 수가 29개에서 2017년 2월 104개로 3.6배 증가했다. 

공동생동, 즉 위탁생산도 급증했다. 기존에는 생동 1회당 3개 품목만 허가받을 수 있어 같은 생산시설이라 하더라도 4품목 이상의 제네릭을 생산하고자 할 경우에는 2번의 생동시험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생동시험 계획 신청 건수는 2011년 292건을 기점으로 급감해 지난해 123건을 기록했다. 또한 2011년 67.4%에 불과했던 생동시험 위탁 비중은 2015년에는 411%까지 급증했다. 

하나의 성분에 대해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존재하는 경우는 2012년 1337품목에서 2015년 3492품목으로 2.6배 증가했다. 

사실상 규제 개혁 이후 1개 품목당 최소 10개 이상의 제네릭이 출시되고 있는데 그 중 50개 이상의 제네릭이 출시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상위제약사, ‘퍼스트제네릭·개량신약’에 집중

동일한 품목을 공동생산을 통해 다 함께 출시함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중에서는 연간 매출 수백억대의 블록버스터 제품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상위 제약사들은 효율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퍼스트제네릭과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퍼스트제네릭은 다른 약품 대비 시장에 조기 진입한 의약품을 일컫는 말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제형 기술이나 염 변경을 이용해 회피하거나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출시할 수 있다.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약회사의 제네릭은 9개월간 시장 독점권을 부여받게 된다. 특허에 도전하지 않더라도 염 변경 등의 방식을 통해 기존의 특허를 회피하면 조기 출시가 가능하다.

국내 퍼스트제네릭의 성공사례로는 ▲삼진제약 ‘플래리스’ ▲종근당 ‘타크로벨’ ▲대원제약 ‘에스원엠프’ ▲한미약품 ‘한미플루’ 등이 꼽힌다.

개량신약은 하루 3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하루 2회 혹은 1회만 복용해도 되도록 용법을 개선하거나 2개 혹은 3개의 성분을 하나의 정제에 담은 복합제를 말한다.

환자와 의사, 제약사 그리고 보험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네릭에 비해 우월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의약품 중 연매출 100억 원이 넘는 품목은 ▲다케다제약의 골다공증치료제 ‘에비스타’ ▲에자이의 치매치료제 ‘아리셉트’ ▲아스텔라스 제약의 과민성방광치료제 ‘베시케어정’ ▲길리어드의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등이다.

현재 한미약품과 종근당, 휴온스가 에비스타 제네릭에 대한 허가를 받았고 안국약품은 베시케어의 특허 만료 7개월 전인 지난 12월 염 변경 제품 ‘에이케어정’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의약품은 비리어드다.

연간 2500억 원 규모의 국내 만성 B형 간염치료제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1100억 원 가량의 연매출을 올리는 이 약품은 오는 11월 물질특허가 만료되지만 다수의 제약사가 그보다 3개월 앞선 8월 염 변경 개량신약 발매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과 종근당, 동국제약, 동아에스티 등 총 15개 제약사들이 조기 출시를 목표로 특허소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규제의 변화로 제네릭 의약품이 범람하며 퍼스트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은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하지만 오리지널 약품을 보유한 다국적사의 특허방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퍼스트제네릭 출시를 위한 소송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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