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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뉴스화면 갈무리>

 

언론의 관점에서만 살피겠다. 지난 2일 SBS의 <차기정권과 거래? 세월호 인양지연 의혹 조사> 제하의 기사는,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언론 참사다. 취재부터 데스킹 및 출고(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취재기자의 기사 원고를 인쇄나 방송을 위해 편집부로 넘기는 것) 과정과, 최종 방송결정, 오보에 대한 사과 등 전 과정이 이해불가 투성이다.

함량미달 기사 방송 경위 가감 없이 밝혀져야

특히, 해수부 공무원이라는 사람의 일방적 멘트 외에는 팩트나 크로스체크가 없는 함량미달 기사를 출고시킨 데스크와, 보도국 간부진의 최종 방송결정은 보도 공정상 이해하기 어렵다. 취재부터 최종방송까지 여러 단계의 ‘게이트 키핑’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 함량미달의 편향적 기사가 별 제지 없이 통과되고 방송으로까지 송출된 점, 도저히 수긍되지 않는다. 소규모 인터넷언론에서도 벌어지기 힘든 일이 30년 된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어나다니 30년 언론종사자로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취재의도가 반영되지 않은 기사를 방송해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 사과 한다”는 SBS의 첫 사과방송마저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한 마디로, 설익은 밥을 손님 밥상에 내놔서 미안하다는 얘긴데, 그런 함량미달 기사가 어떻게 방송까지 되게 되었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어떻게 사후 조치하겠다는 게 포함되는 건 사과의 기본이다. 한 마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사과가 연상된다.

첫 사과, 형식도 내용도 문제투성이

그 어설픈 사과문이 SBS사장 명의의 공식 문건이 아닌 점도 넌센스이긴 마찬가지. 이런 대참사가 보도본부장 개인 페이스북에 글 한 줄 올리고 넘어갈 사안인가. 언제부터 개인 페이스북이 공적 기능까지 수행하게 됐는가. 언론사로서의 SBS에 대한 책임과 신뢰를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일부 정치권의 주장처럼 “정치적 저의나 악의가 개입됐다”고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다(만일 그렇다면 SBS는 두 말 없이 퇴출되어야 한다).

취재-보도의 ‘기술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SBS의 이 기사는 상상불가의 참사다. 세월호 승객 구조 포기과정처럼. 한 마디로 총체적 이해불가이자, 요건 불비 기사가 버젓이 보도돼 혼란과 파장을 일으킨 언론 참사의 대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오보가 참사인 이유는, 걷잡을 수 없다는 점과 오보 이전으로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언론은 공기(公器)이다. 그래서 특종보다 오보를 내지 않는 게 일단, 그리고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SBS는 언론의 생명인 신뢰성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겼다.

오보의 해악, 원상회복 불가능하다는 점

이번 참사가 기자의 특종의욕 과잉이 부른 오보라고 보기엔 수긍 안되는 점이 너무 많다. 한국언론 구조적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론 일선 취재기자의 1차적 과오가 크지만, 취재기자 개인의 오류나 실수로 돌리고 어물쩡 사과하며 끝낼 사안이 아니다. 이런 참사급 오보가 버젓이 방송될 수 있는 구조를 도려내는 게 진정한 사과다. 한국 언론, 개혁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처참하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호도-악용도 참언론의 적

정치권도 문제다. SBS 보도본부장의 첫 사과와 기사 자진삭제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대표는 “(문재인 후보 측이)언론에 재갈을 물린 무서운 일”이라며 사실을 호도하고 선거에 악용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와 그 소속 당도 똑같은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문재인 후보 측의 누가 SBS에 어떤 재갈을 물렸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반대로, 박 대표 말이 팩트나 근거가 없는 정치공세라면 모든 공직에서 퇴출되는 게 마땅하다. 정치인들의 이런 구태야말로 ‘참 언론’으로 가는 길의 또 다른 적(敵)이다.

SBS는 3일 저녁 메인뉴스를 통해 두 번째 사과를 했다. 파격적으로 긴 시간인 5분여 간, 오보 발생경위와 향후 조치 등을 소상히 밝혔다. 두 번째 사과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진정성이 담겨있는 듯하다. 그러나 최종방송까지의 여러 단계 게이트 키핑이 왜 한꺼번에 작동이 안 돼 대형 오보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또, “당초 보도 기획취지는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는데, 미안하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얘기다. 시청자는 기획의도를 듣는 게 아니라 최종 보도기사를 보고 듣는 것이다.

SBS노조, 시청자대표 참여 진상조사 요구

SBS노조는 “취재기자의 초고 때 담겼던 박근혜정권 시절 인양지연과 눈치보기를 지적하는 문장과 인터뷰가 데스킹 과정에서 통째로 삭제됐다. 제목도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다음 달 본격조사>에서 <차기정권과 거래? 인양지연 의혹 조사>라는 자극적 내용으로 변경됐다”며 “전파의 주인인 시청자 대표까지 참여하는 진상조사를 통해 도대체 어떤 경위로 이렇게 검증 없고 균형이 무너진 기사가 나가게 됐는지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고 만에 하나라도 제기될 수 있는 모든 의혹을 검증해 결과를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오보가 던진 파장과 혼란을 감안할 때 외부의 언론공정성감시단체와의 공동조사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SBS 오보 참사는 각 대선 후보 진영의 유-불리를 떠나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언론개혁과, 정치권의 언론 인식태도가 같이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철저한 수술을 통해 ‘기레기’라는 오명을 벗고, 한국언론이 구각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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