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 대통령 취임 후 열흘 남짓 지나고 있다. 그간 취해진 일련의 정책방향과 인사 두 측면을 보자면, “몹시 준비가 잘 된 정권”이라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말이 덕담성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대통령직인수위 기간을 가질 수 없었던 점과, 선거 막판 보수결집으로 ‘당선은 당연하니 미리 당선 이후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을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선거 오래전부터 집권 후 첫 조치와 대통령의 첫 스피킹, 주요 포스트에 대한 대강의 인사 등이 이뤄져왔으리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하루하루 긴박했던 촛불-탄핵정국과 촉박했던 대선 일정에서 이 정도로 준비해왔다는 점은 평가해줄 일이다. 

국민들이 부여한 ‘허니문 기간’

원칙과 상식, 촛불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을 명확히 꿰뚫고 있으니 새 대통령의 업무개시 후 취해진 일련의 조치와 인사기용이 지지받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취임 초 국정수행전망 조사>에서 87%가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갤럽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같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71%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79%였다. 첫 문민정부로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85%였다.  

정당 지지도도 민주당은 문재인 대선후보의 득표율 41%를 훨씬 상회하는 48%로 과반에 육박한다. 당선 열흘 동안 문 대통령 행보가 민주당 지지도 수직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반면 나머지 4개 정당 지지율은 모두 6~8%대로 다 합해봐야 30% 남짓이다. 물론 이같은 지지율이 오래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국민들이 부여한 ‘허니문 기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정책방향과 인사, 민심 소재 정확히 적중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가 취한 주요 사안에서 전 정권에 대한 ‘강제적 정리’나 ‘보복’의 요소는 없어 보인다. 야당이 시비 삼을래야 아직까지는 ‘꺼리’가 없을 것 같다. 

“노무현정부 초기의 사이다보다 더 전율이 인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본다. 법률 미개정으로 이전 박근혜정부와 구조적으로 달라진 게 아직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 수 한 수마다 절차를 지키며 정교하고도 전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치 압축프로그램이 ‘스위치 온’과 동시에 질서정연하게 풀려나가면서 의도했던 지점이나 목표에 정확하게 적중하듯이. 그러기에 효과가 더욱 크다. 

국민적 카타르시스, 정국주도력으로 연결시켜야

문재인 정부의 앞날은 결코 녹록치 않다. 과거 정리와 대청소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기에 그러하다. 국회상황은 주지하다시피 순탄치 않다. 불과 열흘 남짓 만에 국민들 사이에 일고 있는 심리적 고양과 카타르시스를 정국주도력으로 연결시키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의 과제이다. 국민만 보고 상식에 의거해서 뚜벅뚜벅 가는 것 말고는 여소야대 상황을 돌파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단어와 달리, ‘협치’는 결코 협조적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사안 별 이해타산이 다른 여러 정당들과의 협상과정이 지지부진하다 성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그 1차 책임은 집권세력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에게 당부한다. 국민만 보고 가라. 국민만큼 확실하고 강고한 정치기반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열어젖힌 창, 닫히지 않도록 구조화를

역사의 급격한 반동화와 전횡으로 점철된 지난 9년. 그 9년 간 고착된 독소를 빼내는 기본조치들이 하나하나 착수되는 열흘 간, 시민들은 상식의 복원에 환호하고 있다. 그간 어이없는 억지와 몰상식에 질식돼왔기 때문에 새로 유입된 공기가 너무도 신선하다. 그 창문이 절대 닫히지 않도록 구조화해야 한다는 열망과 요구 역시 그만큼 강렬하다. 

그러나 이 당연한 요구에 저항하는 세력이 엄존한다는 것 역시 현실. 문제는 ‘구조화’다. 다시는 그 누구도 창문을 닫지 못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민을 믿고, 계속 창문을 열어젖혀 햇빛과 바람으로 그간의 음습한 곰팡이를 소독하고 청소해가는 것이 새정부 성공의 유일한 선택지다.

“민심 이기는 정치 없고, 팩트 이기는 주장 없다”

문재인 정부 스타트는 합격점 이상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막을 자신들의 힘으로 열었다는 것을 시민들이 실감한 게 최대의 성과다. 마치 촛불광장에서 주인됨을 몸으로 자각했던 것처럼. 문 대통령은 정중하고 젠틀하면서도 액션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그래서 상승효과가 더 크다. 사람 하나 바뀌는 게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지금 시민들은 ‘복습’하고 있다. 이런 게 ‘새 정치’고,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환호와 지지를 정치동력으로 전환시켜내는 게 새정부 능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에게 공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민심 이기는 정치 없고, 팩트 이기는 주장 없다” 지난 촛불광장이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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