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초심, 그리고 문자폭탄

 

이낙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으로 나선 야당 의원들이 예기치 못한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사진은 한 야당 의원이 받은 문자폭탄 <사진=연합뉴스></div>
▲ 이낙연 총리후보자 인사청문위원으로 나선 야당 의원들이 예기치 못한 '문자폭탄'에 시달렸다. 사진은 한 야당 의원이 받은 문자폭탄 <사진=연합뉴스>


# 장면 1. 세상이 달라졌다.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졌고 대통령은 유가족을 껴안으며 위로했다. 돈봉투를 주고 받은 검찰 간부들은 물러났고,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때문에 유배되었던 검사가 그 자리를 맡았다. 

새 대통령이 하고 있는 파격적인 인사들을 지켜 보노라면 대한민국에 인재가 이렇게 많았구나 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 대통령은 가족 식사는 사비로 결제하겠다고 했고,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겠다고 했다. 앞으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받아쓰기는 하지 말고, 대통령에 대한 이의 제기는 의무라는 말까지 나왔다. 

취임 보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의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국민들로 하여금 세상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시절의 한계까지도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낳게 만든다.

 

# 장면 2.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기자는 대통령 부인에게 라고 했다가 혼이 났고, 몇몇 기자는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들에게 뭐라하는 글을 올렸다가 댓글 폭탄을 맞고 결국 사과하게 되었다. 

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말 조심, 글 조심을 하는 모습들이다.

인사청문회를 하던 야당 국회의원들에게는 문자 폭탄이 투하되었다. 앞으로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드는 언행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읽혀진다. 그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자, 이전과는 달리 당당한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직접 민주주의다, 시민의 정치참여다, 자제할 필요 없다.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는 얘기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도 있었던 일들이지만, 한층 심해지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비판하는 자에게는 폭탄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 장면 3. 논쟁이 붙는다.

그렇게 입을 막아버리려는 지지자들의 모습은 박사모와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정부가 그러다가 망했던 것 아닌가 

그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일부의 현상일 뿐이며 그것이 문재인정부의 본질은 아니다. 침소봉대(針小棒大)해서는 안 된다.

 

# 장면 4.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것이 본질인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한 시대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 한 사람의 선한 의지만 믿고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많은 풍경들, 그리고 그 시대를 함께 사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합해져서 온전한 평가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시작이다. 언제까지나 시작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 세상사이다. 소탈한 소통의 이미지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가 가능한 것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정부가 워낙 비정상적이었던 탓에 새 대통령의 모든 모습에 박수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은 국가적 난제들에 대한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평가는 달려있다. 당연히 응원받을 일, 반대로 비판받을 일들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지지자들이 쓴 소리 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겠다고 달려든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권력에 대한 감시를 책무로 하는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모습, 정부에 대한 견제를 책무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상적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드는 행위이다 

그들의 폭탄세례가 그나마 이해될 수 있었던 것은 야당 시절 피해자들의 저항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때였다. 이제는 정권을 가진 사람들로 바뀌었다. 그런 위치에서 비판자들의 입을 막으려 폭탄을 투하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해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장차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가지 잣대를 들이댈 것이다. 어느 것이 우선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인지를 내다보기는 아직 이르다. 정권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폭탄을 양념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간 큰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과 선한 의지를, 그의 지지자들이 찬물을 끼얹어 버리는 일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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