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밥장사’관행, 없애야 할 구습

대통령과 그 가족의 밥값을 나라가 부담하는 것, 여지껏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아니 솔직히 필자가 무딘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과 가족의 식비나 치약값 등이 어느 계정에서 어떤 명목으로 집행되는지는 아예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시장‧도지사 등 지자체장은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청와대만 예외였다. 내 안에 ‘청와대 = 특수처’라는 인식이 절대화돼있었던 모양이다. 

무딘 인식 일깨워준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았다. 만시지탄이지만 잘 된 일이다. 무딘 인식을 바로잡아준 대통령께 고맙다. 대통령도 자기 밥값 자기 월급에서 낸다. 외국 주재 우리 외교관들의 밥값 얘기 좀 해야겠다. 일부 그렇지 않은 대사관과 외교관께는 미안하지만, 우리 대사관들 이제 ‘오‧만찬 밥장사’관행 타파하기 바란다. 

“밥장사라니? 불쾌하고 억울하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대사랑 식사하고 싶어 해 어쩔 수 없이 그리 해온 것”이라는 게 대사관 입장일 게다. 과연 그렇기만 할까. 대사랑 밥 먹고 싶어하는 보통 국민들이 몇이나 되리라 보는가. 방문국 대사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미안하지만 ‘십중구십’이다. 대사랑 밥 먹는 사람은 빤하다. 국회의원, 장‧차관급 공무원, 재벌기업 사장급 정도는 돼야 겸상이 가능하다. 개중에는 대사관측에서 먼저 식사초대를 하기도 한다. 힘 센 의원 등 알아둬서 좋을 사람들이다. 인맥 쌓기나 눈도장 기회로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대사랑 밥 먹고 싶어 해서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사관, “밥장사? 억울하다. 인사봉투다” 

어쨌거나, 사적으로 같이 먹었으면 각자 내면 된다. 아니, 누가 내건 나랏돈은 쓰면 안 된다. 그런데 왜 대사관저에서 나랏돈으로 고용한 사람 시켜 밥 짓고 상 차리게 한 뒤 식사 후 손님들로부터 ‘밥값 인사봉투’   받는가(물론 봉투 내미는 사람은 인사이자 답례지만, 성격과 회계처리가  애매한 돈이다). 그 봉투, ‘대사님 겸상값’이기에 두둑한 편이다. 그런 대사관저 식사자리는 다 공적 비용으로 치러진다. 식자재나 식기, 식탁 등은 물론이고, 관저 매입비와 운영비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나랏돈이다. 그 ‘밥값 봉투’, 나라에 귀속시켰는가? 두세 시간 걸리는 만찬 때문에 퇴근 늦어진 조리 담당 직원에게 시간외수당은 정확히 지급했는가?(앞으로도 그런 밥값 받아서 나라에 귀속시키라는 말은 아니니 행여라도 오해 없기 바란다). 

나랏돈으로 밥 먹고 왜 인사봉투까지? 

꼭 밥 같이 먹어야 할 사람이면 사전-사후에 증빙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식사하면 되지 않는가. ‘대사관 밥장사’라는 말, 아는 사람들은 공공연히 수군대는 말이다. 나랏돈으로 개인 품위유지하며 ‘인덕’쌓고, 인사봉투까지…. 없어져야 할 구태다. 

대사관 근무자들은 숨 쉬는 것 말고는 모든 행위가 공무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매우 강하다. 그러기에 숨 쉬는 것을 뺀 일체의 행위에 드는 비용을 ‘국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미명 하에 상당 부분 경비처리해서 나랏돈으로 충당해온 게 사실이다. 대사관 근무자들은 장기 출장 중인 공무원이다. 공무원들 출장여비, 모두 다 사후 보고하고 감사받는다. 외교관이라고 다른 잣대 적용받을 이유 없다. 이런 것도 적폐다. 

강경화 장관내정자 대사관개혁방안 궁금 

아껴 쓰고 남은 출장비 반납했던, 정부수립 초기 외무장관 일석(逸石) 변영태선생 본받으라는 주문까지는 하지 않겠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렇게 물정모르는 고리타분한 타령이냐”고 할 게 뻔하니까. 대사관 근무자들의 비공무 개인소비‧지출 경비처리 관행은 명백한 세금도둑질이다. 국고 손괴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강경화 외교장관 내정자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들 내부 문제는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궁금하다. 이른바 순혈 외무고시파가 아닌 강경화 내정자는 설마 그러지 않으리라고 기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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