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득표율 10% 이상 가능했던 선거, 표 지키지 못한 것 우리 한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이은재 기자></div>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지난 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TV토론 등에서 맹활약하면서 정의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3선, 경남 창원시성산구)는 대선 이후 상승한 국민적 기대감을 끌어모아 정의당이 향후 다당제하에서 협치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선도정당, 등대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하는데 나쁜 거래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같이 할 수 있는, 건강한 협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정의당이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이 등대정당, 선도정당이 될 것”이라며 “비록 정의당이 의석수나 힘 때문에 스스로 실현시키지는 못하지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서는 “득표율 10% 이상도 가능했던 선거였다”면서 “다만 우리 능력의 부족으로 막판에 등수도 바뀌고 우리 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남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한계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음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중 마지막 부분이다.

-이번 촛불 대선 결과 어떻게 받아들이나.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조기 대선을 만들어낸 것이 촛불이고 지난번 집권당인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굉장히 초라한 모습으로 임할 수밖에 없던 것도 촛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보나 정치 지형적으로 보나 마찬가지였다. 촛불에서의 요구가 다수 국민들의 요구로 평가되면서 여러 정당 후보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경쟁을 정책적 면에서 보였다는 측면에서 촛불의 선거였다고 생각된다. 

“대선 막판 이슈 만들어내지 못한 점 아쉬워”

-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완주하지 않았지만 이번에서는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정의당이 대선 기간 보여준 선거 전략은 적절했다고 보나. 문제점은 무엇이 있었나.
이번 대선의 계기가 된 촛불광장의 목소리는 대통령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누적된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정치를 염원했다고 생각한다. 이에 이번 대선의 기본전략은 정의당이 우리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로 나아가는 데 얼마나 큰 효용 가치가 있고, 또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다만 대선 전후의 10%대 지지율을 득표율로 직결시키지 못했는데, 막판 마지막에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5차 토론 이후로는 별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TV토론에서 정의당의 가치가 국민들에게 어필되면서 두자릿수 득표율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이제까지 정의당이 가장 힘들었던 장벽은 야권 지지층들이 될 후보에게 표를 주자는 사표론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만큼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낙승이 일찍이 예견됐기 때문에, 그래도 조바심에서 사표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 가 대통령이 되기는 될 것이다, 그러나 좀 힘을 밀어주자 이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표론에 의한 견제 효과가 어느 때보다도 적었다. 그래서 득표율 10% 이상도 가능했던 선거였다. 다만 우리 능력의 부족으로 막판에 등수도 바뀌고 우리 표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남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의 한계다.

-대선 1주일 전 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의 지지율이 10%인 여론조사도 일부 있었는데.
사실은 TV토론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토론이 끝나고 난 뒤의 열흘을 이어갈 이슈가 없었다. 하다못해 유승민 바른정당 전 후보는 당 소속 의원 몇 명이 탈당을 한다거나 딸이 일을 당한다거나 해서 우연에 가까운 사고들이 발생해서 계속해서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다. 정의당에서는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이 없으면 그걸 만들어내야 했었다. 어찌보면 심상정 전 후보 지지층이 가장 약한 지지층이다. 지지 강도도 낮고 지지하기 시작한 시간도 짧은 약한 지지층인데 약한 지지층을 묶어두고 늘리는 비상한 노력이 아무래도 부족했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정의당에게는 이념공세, 종북공세가 아팠었는데 이번에는 그것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그러하고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블랙리스트 등등은 어찌보면 여름이 오기 전에 고인물이라거나 주변의 웅덩이에 방역을 해서 해충의 싹을 죽이듯이 이번 선거에 나올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색깔론 공세들이 특검과 헌법재판소 과정에서 진압되다시피 한 것이다. 당분간 들고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재인 득표율, 안정성 나름대로 확보”

-문재인 대통령의 41.1%의 득표율은 어떻게 해석하나.
유력한 다른 후보들, 안철수 국민의당 전 후보도 만만찮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후보도 굉장히 쓰러져가는 보수표를 결집시키면서 끝까지 올라갔다. TV토론에 대선후보 5명이 나간 것처럼 다른 후보들도 나름대로 10%에 육박하는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50% 이상의 득표를 얻기도 힘들었거니와 적절한 수준이었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1등과 2등은 역대 가장 큰 차이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보다도 큰 차이를 벌였기 때문에 그런 상대적 안정성은 나름대로 확보했다고 보여진다.

“보수표 담아내는 그릇된 것, 홍준표의 능력”

-24%를 얻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후보의 득표율은 어찌 평가하나. 
이번 대선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보수표의 분산과 결집이었다. 보수표는 큰 기둥을 잃었었다. 마음의 기둥, 정신적 지주를 감옥으로 보내고 맞이한 선거였으니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옮겨 다녔다. 반기문, 황교안, 심지어 안희정에게까지 가고 그것이 안철수를 거쳐서 마지막 홍준표에게 온 것이다. 홍준표 전 후보가 보수표를 담아내는 그릇이 됐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힘을 한쪽으로 몰아줘야 한다, 그래야 견제라도 할 수 있다는 심리가 통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흩어진 표를 끌어모으는데 홍 전 후보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 안철수 전 후보 뒤에 상왕이 박지원 대표라는 등의 이야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보수표가 여기는 줄을 잘못 섰구나라고 고향으로 돌아간 역할을 일정 정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이은재 기자></div>
▲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이은재 기자>

-안철수 전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초반 양강구도를 형성했지만 지지가 빠지면서 결국 21.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안철수의 미래가 있을까.
일단 안철수 전 후보가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개혁을 이끌어낼 새정치의 표상으로 정치권에 등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그런 표상에 어울리게 서울시장 후보 양보라거나 여러 가지 주목을 끌만한 아름다운 장면들도 많았다. 반면 검증은 소홀했다. 어떤 정치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리더십이 어떤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는 있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끝내 후보는 되지 못했지만 그때가 안철수 전 후보가 절정이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 과정을 보면 지지율은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 지지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자신의 강점, 정치쇄신을 위한 혁신가의 이미지라거나 새정치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계속 내리막길을 거쳐서 이번에 거의 증발,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는 그런 것을 가장 갈구했던, 청년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했다. 그런데 그렇게 불참해서는 안된다는 뼈저린 경험 끝에 이번에는 대거 참여했다. 참여했는데 자기들이 찾는 안철수는 없고 다른 안철수가 있었던 거다.

“안철수, 고유 지지기반 잃고 정체성도 상실”

-TV토론을 보고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많이 실망했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을 더욱 가속화시켜준 것이 입증시켜준 것이 TV토론이다. 각 가정의 논란을 잠재워줬다. 각 가정에서 안철수가 그래도 낫다, 아니다의 논란이 TV를 켜면서 종식됐다. 그래서 새정치의 안철수는 없어졌다. 안철수가 행방불명된 것이 증명된 것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뭔가 표를 더 얻기 위한 정치공학에 끝까지 치중하면서 결국에는 정체성까지 잃어버렸다. 표를 얻기 위해서 이때는 이런 모습, 저때는 저런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 존재 자체가 어찌보면 맨주먹으로 40석을 만들어냈다고는 하지만 40석이 주먹밥도 만들기 힘들 정도로 구심력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안철수 전 후보는 낙선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의 고유 지지 기반도 잃었고 스스로의 정체성도 상실한 상태다.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처음부터 해야 된다. 우선 자기 정체성을 정하는 일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대중이 인정하는, ‘아 저 사람은 저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인정받게 되는 새로운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과정이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그에 맞게 새로운 정치기반을 만들어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금은 일단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다음 도전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실현될 것인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전 후보만 대선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도적으로 끌어나갈 국민적 인정을 받는 혁신가가 탄생을 못한 것이다. 그리고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그 상태에서 오히려 적폐는 더 심각하게 커졌고 이번에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구속까지 됐다. 개혁적인 정권교체로 국민 여망이 집중되면서 그 수혜를 문재인 대통령이 다 가져가게 됐다.

-정의당은 앞으로 어떤 계획과 실천을 해나갈 것인가.
정의당은 대선에서 국민적 주목을 받았는데 집권 초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니까 어떤 분이 그러더라. 이렇게 잘하면 정의당 설 자리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제가 그랬다. 정의당이 필요없을 정도로 잘하면 더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되겠느냐. 당의 한계가 있고 대통령 한 명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정의당이 설사 집권했다고 하더라도 정의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하는데 나쁜 거래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같이 할 수 있는, 건강한 협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정의당이 선도할 것이다. 이번에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을 하는데 자랑이 아니라 제가 여야 후보들이 공통으로 공약한 게 많은데 다 버려둘 것이냐. 그것만큼은 서로 이견이 없는 것이니까 그것부터 실현하자. 그러면 박수 받을 것 아니냐. 되도 않는 것까지고 싸우지 말자고 했다. 그래서 합의사항에 들어가 있다. 그런 어떤 선도적 건강한 협치를 실현 해나가기 위한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은 어차피 경제민주화시대다. 자유한국당까지도 격차해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면에서 정의당이 등대정당, 선도정당이 될 것이다. 비록 정의당이 의석수나 힘 때문에 스스로 실현시키지는 못하지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작년에 최저임금제 1만원을 이야기할 때 우리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몇 년도까지 한다’정도만 다를 뿐이지 공통공약이 돼버렸다. 그래서 우리 사회 경제민주화, 민생문제 해결을 해내는데 있어서 정책적으로 선도적 역할을 해내겠다. 국민들이 당장 지방선거도 다가오는데 이런 정당이 의석이 더 많고 좀 더 영향력을 갖고 더 힘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 물이 들어왔으니 배를 띄워야 한다. 나름대로 정의당에 대한 기대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앞으로 해나갈 것이다.

-정의당이 앞으로 대선에서 더 의미있는 득표를 하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질서, 정치 질서로 보자면 원내도 현재 5개 정당이 각축하고 있는 상황이고, 다당제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선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대선에서 더 의미있는 득표를 하기 위해서는 TV토론 등을 통해 전달된 정의당의 메세지들이 실현되어 실제로 정의당이 집권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미리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의당은 지방의회, 기초단체, 광역단체, 의회에는 진출하였지만 단체장을 맡았던 경험이 적어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에 중점을 두고 이번 지방선거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고 정윤회 문건 사건도 다시 되짚어볼 것을 지시하는 등 적폐청산 작업이 시작된 듯하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은 정치보복을 주장하고 있는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상식적인 과정이라 생각한다. 4대강 사업과 같은 경우 박근혜 정부 때 시행되었던 두 차례 감사에서 이미 수질문제, 시설물 구조안전성 문제, 입찰과정에서의 가격담합 문제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바 있었다. 정윤회 문건 사건도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대통령이 탄핵되는 비극도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안 모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공연히 지적된 것들이고, 문재인 정부는 그 문제를 시정하는 것일 뿐인 자연스런 과정이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동시에 이뤄져야”

-문재인정부가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국내외 현안과 관련해 잘 대응하고 있다. 다만,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으며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있는 만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제왕적대통령제를 개편하여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그 권한을 국회로 넘기자는 흐름에서 시작된 이번 개헌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회의 권한이 더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국회 의석수로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선거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개헌이 이뤄지면 오히려 개악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지난 청와대 오찬에서도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으며 대체로 받아들여졌다고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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