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는 인생을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div>
▲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개인회생파산종합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과거 저서 등에서 나타난 여성관의 문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몰래 혼인신고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의 오래 전 개인사는 분명히 저의 잘못이고 죽는 날까지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인 스스로가 잘못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그 일로 인해 그 이후의 내 삶과 학자로서, 글 쓰는 이로서 살아온 제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과거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그것으로만 자신의 삶을 평가받는데 대한 항변인 셈이다. 

안 후보자의 회견을 보고서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 굳이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평생 반성하고 사죄해야할 일을 저질렀던 사람이, 다른 일도 아닌 검찰과 법무부 개혁의 소명을 맡아서 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당사자 몰래 가짜 도장을 만들어 허위로 혼인 신고를 한 일은 중대한 범법행위이고, 타인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이다.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받지 않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장관이 된들, 그가 내거는 검찰과 법무부 개혁에 신뢰와 힘이 실릴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에 검찰개혁을 이끌 사람이 안 후보자 단 한명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는 물러서는 것이 상식이다. 

둘째, 인사청문회는 누구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공직자로서 업무수행 자격과 능력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과정이다. 물론 안 후보자의 인생이 젊은 시절에 저질렀던 일 혹은 책에 나오는 문제적 내용들로 인해 전체적으로 폄하될 이유는 없다. 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훌륭하게 평가했듯이, 학자로서 그의 삶은 존중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그것을 가리는 자리는 아니다. 안 후보자 거취는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않고 이쯤에서 매듭짓는 것이 옳다. 

최근 들어 정면돌파의 기조를 택한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도 안 후보자의 거취 문제까지 그렇게 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장관에 임명되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더 이상 대안이 없을 것처럼 난리 피울 일이 아니다. 집권 초반의 여론조사 지지율에 도취되지 말고, 이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겸허하게 그동안의 인사 과정을 성찰하기 바란다. 안 후보자 이외에도 부적격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청와대 인사들이 여럿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껴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국민의 높은 기대 속에 출범했고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늘에서 내려온 정부는 아닐 것이고, 땅 위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잘못된 부분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바로잡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누구 누구의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얘기를 앞세우기 이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 밀어붙이기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안 후보자 문제는 시간 끌지 않고 매듭짓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규범도 법도 초월하는 로맨티시스트는 그냥 로맨티시스트로 사는게 본인이나 나라를 위해서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더구나 법무장관 자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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