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대 초반 회사원 김 씨는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디 부딪힌 것도 아닌데 뻐근하게 아파 잘못된 자세로 잠을 자 담이 든 것으로 여겼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심해졌다. 갈비뼈 이상으로 생각하고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도 마찬가지.

김 씨의 옆구리 통증 원인은 피부과에서 밝혀졌다. 갈비뼈를 따라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 피부과를 찾았더니 대상포진으로 판명된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대상포진

최근 대학병원을 내원한 한 대상포진 환자의 경우도 김 씨와 비슷하다. 왼쪽 가슴 부위에 2~3일 전부터 따끔거리는 통증과 감기 기운이 있어 근처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고, 아픈 부위에 파스도 붙였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심해져 숨쉬기도 어려워졌다. 다음날 파스를 떼어 보니 조그만 물집들이 잡혀 있어 파스 알레르기로 생각하고 피부과를 찾았다. 하지만 진단 결과는 역시 대상포진이었다.

이처럼 대상포진 환자들의 상당수는 처음에는 피부 알레르기나 담이든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뒤늦게 병원을 찾아 대상포진으로 진단을 받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바리셀라 조스터(Varicella-foster)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 수두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와 같다.

수두 치료 후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신경을 타고 척수속에 숨어 있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즉 어렸을 때 수두를 앓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팥알 크기의 작은 물집이 피부에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물집이 보이기 전까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해 고생한다.

대상포진은 우리 몸의 신경 중의 하나를 따라서 퍼진다.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에서 오른쪽, 왼쪽, 양쪽으로 한 가닥씩 나와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물집을 동반한 병변이 발생한다. 이때 감각 신경과 운동 신경 중 주로 감각 신경에 침범하기 때문에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된다.

대상포진의 첫 증상은 몸의 한쪽에 발생하는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다. 한쪽 머리가 아픈 경우,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로 가슴이 아픈 경우, 한쪽 배가 아픈 경우, 팔다리가 저린 근육통 증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신경에 감염을 일으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 위치에 따라 증세도 달라질 수 있는데, 귀를 침범한 경우에는 안면 마비증상이, 방광 부위를 침범하면 소변을 못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대상포진은 얼굴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10~25% 정도인데, 이때 각막염, 결막염에 걸리기 쉽고 뇌졸중 위험도 4배 이상 높아지므로 유의해야 한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극심한 통증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나타나는 통증은 ‘수십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번개가 내리치는 것과 같다’ 등

처럼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많다. 대상포진 환자의 96%는 급성 통증을 겪으며 이들중 45%는 이러한 통증을 매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증이 극심해 옷깃만 스쳐도 칼에 베인 것처럼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고,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발진이 치료된 이후에도 심각한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전체 환자의 9~15%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60세 이상의 환자들은 최대 70%가 이에 해당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인한 안면 신경 손상 시, 정상적인 표정을 짓기가 어렵다.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의 50~70%는 만성 통증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50대에 가장 많은 대상포진 환자

대상포진은 주로 고령자, 암환자,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이 잘 걸리는 질환이다. 젊은 사람도 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대상포진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50대에서 대상포진이 잘 나타나고, 고령일수록 통증 강도와 합병증 위험도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국내에서 대상포진을 겪은 환자 65만 명 중 절반이 넘는 60.29%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대가 전체의 약 26%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약 18%로 다음을 차지했다.

이와 같은 원인으로 전문의들은 나이가 들수록 많이 걸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원인이라고 꼽는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이나 혈관 등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당뇨병이 있는 경우 몸이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에너지를 다량으로 소비한다. 이로 인해 면역세포에 할당되는 에너지가 줄면서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은퇴로 인한 상실감과 노후 걱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높인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대상포진 예방 백신 권장 연령인 60세가 안 됐더라도,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하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률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젊은층에 비해 높게 나타난다. 대상포진 합병증 중 가장 흔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절(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들이 통합되는 곳)이 파괴돼 생기는 통증으로 수주~수년 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이는 60대보다 70대, 70대보다 80대 환자에게서 더 쉽게 만성화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면장애, 우울증, 만성피로 등과 같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킨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에게도 발병

대상포진은 주로 면역력이 약한 장·노년층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도 걸릴 확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0~30대 대상포진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했는데, 2010년 10만 228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4년 12만 2,357명으로 늘었다.

젊은층에 나타나는 대상포진은 증상이 심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은데, 대상포진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장·노년층보다 면역력이 강한 젊은층은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통증과 수포가 심하지 않아 몸살이나 피부 질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수포가 한두 개라도 생겼거나, 평소보다 몸살이나 근육통이 조금 더 심하게 느껴질 때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다.

 
  *대상포진의 진단과 치료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상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오한, 발열, 근육통과 같은 통증 발생 후 3~7일이 지나야 수포가 생긴다. 만약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이 생긴 뒤, 가슴, 배, 종아리 등 특정 부위에 띠 모양의 수포가 발견되면 대상포진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자주 생기는 오십견이나 몸살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감기, 근육통 같은 증상이 있을 때 가슴이나 등처럼 잘 안 보이는 몸 구석구석을 확인해 물집이나 발진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있을 때 약을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수포가 생긴 뒤에 72시간 내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 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통증에 민감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주사치료인 신경 블록과 약물요법을 쓰면 대상포진 증상은 보통 2주 안에 사라진다.

약물요법은 바이러스의 개수를 줄이는 항바이러스제나 진통제, 신경의 흥분도를 떨어뜨리는 항우울제, 항경련제를 같이 쓰는데, 발병 후 72시간이 지나면 약을 써도 치료 효과가 크지 않으니 증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후 2주가 지났어도 완화되지 않으면 마약성 진통제, 척수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하게 된다. 이들 치료법은 단순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보다 통증이 크고 회복기간도 길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50대 이상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도움이 되는데,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의사와 상의 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대상포진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질환이다. 스트레스 없이 피곤하지 않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다. 또한 대상포진은 완치가 불가능해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규칙적인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 등으로 면역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료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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