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고 냉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예상보다 강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 현재까지의 분석대로 미사일의 사거리가 1만km에 이른다면 미국 시카고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이고, 미국 본토의 절반이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미국이 그같은 상황을 용인하리라 생각하기도 어렵고, 결국 북한과 미국의 대치 속에 한반도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신속하고도 강경한 대응은 이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정부는 “레드라인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표현을 써가며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 독자적인 대북제재 검토, 미사일 지침 개정,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 등 초강경 대응책들을 내놓았다. 그동안 북한을 향해 적극적인 대화 제의를 내놓았던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대북 정책의 기조 전환이라 할 정도의 다른 대응 모습이다. 물론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대화의 모색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초강경 대응의 얘기들을 쏟아내고 우리 정부가 그것을 톤다운 시킬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우리 정부가 대북 강경론을 선도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고려가 깔렸을 법 하다. 비상한 시기 한미 간의 공조를 위해 미국을 의식한 강경책일 수도 있고, 국내 보수층에게 안보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 위한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같은 정치적 고려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정부가 지나치게 흥분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거듭된 대화 제의를 외면하고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상황 진전이었기에 그렇게 충격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북한의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기술을 완성시킨 이후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한 한국 정부와 얘기할 것은 없으며 미국이 협상의 상대라는 인식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가 꺼내놓은 강경대응책들이 북한의 ICBM를 제압하는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알기 어렵다. 사드 추가 배치는 ICBM를 막는 데 아무런 효과도 없는 정치적 시위일 뿐이며 꼬여있는 남-북-중 간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군사적 옵션을 제외한다면 더 이상 북한에 대한 제재 카드가 무엇이 남아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압박과 제재를 동원한다 해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대화 밖에 없다는 원칙은 여전히 달라질 것이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제재 우선의 대응은 한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결국은 대화를 통해 상황을 타개할 생각을 해야 한다. 결국은 핵-미사일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의 중재자 역할이 현실적이다. 미국과 북한의 무력 충돌 위험을 막고 양자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것이 한반도 정세에 관한 주도권을 현실에 맞게 행사하는 길이다. 그런 역할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선도하는 위치가 되고 흥분된 언어들을 쏟아내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막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단계이다. 벌써부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모습으로 비쳐져서는 곤란하다. 북한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도 대응은 침착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보다 일관되고 냉정한 모습의 대북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북한의 행동이 무모하다 해도, 대화를 통한 해결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읽고 대응의 방향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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