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반도체·스마트폰 분야 중국의 위협적인 도전 받고 있어

7일 결심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7일 결심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2년형을 구형하면서 삼성 안팎으로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약 6개월간의 총수 공백사태를 맞고 있는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중형 구형이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총수 공백기에 해당하는 2017년 상반기 동안 삼성은 큰 변화를 겪었다. 

미래전략실은 해체돼 그룹 컨트롤타워가 상실된 가운데서 계열사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열었다. 

삼성 사장단회의는 중단됐고, 그룹 차원에서 인재를 뽑던 것을 이제는 각 계열사별로 뽑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조직의 변화에 대해 계열사 간의 소통과 시너지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비금융업체 가운데 최대치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애플의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최대의 실적이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의 실적이 과거의 투자효과에 의해 산출된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년전 반도체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금의 기적적인 실적을 낳는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며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지금의 실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처럼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의 부재로 인해 대규모 투자계획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퀄컴사의 7나노 스냅드래곤 수주에 실패했다.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반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를 대신할 새로운 고객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진행했던 대규모 인수합병(M&A) 후속 처리도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총 4건(2016년 전체 6건)의 대규모 인수합병 사안을 성사시켰다. 8월 미국의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Dacor)에 이어 11월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로 최대 규모인 약 9조3400억 원(80억2000만 달러)을 쏟아 부어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했다. 

하지만 거대 기업 간의 인수합병 후 시너지를 낼 화학적 결합을 위한 컨트롤 타워도 없는 상황이다. 

올 2분기 최대실적을 견인한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 막강한 도전을 받고 있는 것도 삼성에게는 큰 도전이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50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핵심 사업분야의 경우 설비 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경쟁 우위를 위한 인수합병 등을 위해 오너로서의 결단이 요구되는데 총수 부재로 적절한 대응과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시켜나가는데 큰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중국의 거대한 도전이 위협적이다. 

삼성은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1%로 가장 높아 1분기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애플도 2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올라서는 등 중국 스마트폰 빅3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연내 순위변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은 2분기 세계 시장에 스마트폰 7950만 대를 출하해 점유율 22.1%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2% 늘었지만 점유율은 0.6%포인트 감소했다.

화웨이는 P10과 메이트9 등 스마트폰 모델의 아시아, 유럽 지역에서 인기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전년 동기 9.4%에서 10.7%로 늘리며 3위를 지켰다. 애플과의 차이는 불과 0.7%포인트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오포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계속됐다.

사장단 인사가 2년째 공회전 중인 것도 삼성에 역동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삼성은 매년 연말 인사를 통해 새로운 사장단을 인선하고, 이에 따른 새 사업계획을 꾸려 예산 및 실행 세부계획 등을 세워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가 늦춰진 이후 현재까지도 삼성 사장단은 그대로다. 올해 중순 필요 최소인원에 대한 임원급 인사 실시가 전부였다. 

사업 재편도 올스톱됐다. 삼성은 최근 수년 동안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을 발 빠르게 진행해왔다. 그러나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금융과 전자 그리고 바이오로 이뤄지는 ‘삼각축’을 구성하는 사업재편이 사실상 정지 상태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 위기가 지속될 경우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어온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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