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한반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하며 북한을 향한 군사적 행동을 경고하자, 북한은 ‘화성-12’ 미사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로를 향한 경고성 ‘말의 전쟁’이라는 해석도 많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거칠은 방식을 아는 우리로서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들을 보도하면서 전쟁 위험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말 할 것 없이 미국의 선제공격이든, 북한의 괌 포위사격이든, 어느 한쪽의 군사적 행동이 있게 되면 한반도는 재앙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특히 미국이 공격해오면 북한은 남한을 타격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반도 전체가 전면전에 휩싸이게 되는 비극적 사태가 초래된다.

더욱이 이달 하순에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되어 있다. 이때 미국은 괌에 있던 전략 자산을 총동원하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시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괌에 대한 포위사격 가능성까지 밝힌 상황이라 이 기간에 한반도에서 우발적 충돌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일전불사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뿐, 뾰족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트럼프도 김정은도 우리의 영향력이 닿지 못하고 있는 상대인 것처럼 비쳐진다.

그렇다고 우리 땅에서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의 위험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을 일단 중단시키고 상황을 냉각시킬 중재의 노력을 중국과 함께 기울여야 할 때이다. 당장의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중국이 이미 제시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 그러니까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의 중단과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맞교환하는 것 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요구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 그것이다.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테니 북한으로 하여금 더 이상 핵-미사일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여 일단은 재앙적 충돌을 막고 시간을 번 뒤, 본론의 대화로 들어가는 길 이외의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전쟁의 위기를 대화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남한과 북한, 미국의 지도자들이 발휘해야 할 때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자 그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는 강력하게 대처했지만, 트럼프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해왔다. 물론 이런 비상한 상황에서의 외교라는 것이 공개적인 방식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반도에서의 재앙을 가져올 군사적 행동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통해 우리 국민의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 땅에서 전쟁이 나면 죽는 것은 우리들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나는 것은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된다.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 함께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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