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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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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당면 최대현안은 적폐청산과 한반도 핵 위기다. 이 중 난제를 꼽으라면 내치 영역인 적폐청산보다는 우리 의도대로 할 여지가 크지 않은 북핵 해법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번 방미 중 “우리가 운전대를  직접 잡겠다”고 강조했고, 미국도 동의했다. 8·15 경축사에서는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연하고도 잘 한 조치다. 

    ‘문재인 운전대’, 의지나 수사로만 잡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 운전대’는 의지나 수사로만 잡히는 건 아니다. 북핵 대처과정에서의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북한은 ‘통미봉남’정책을 통해 우리를 젖혀두고 미국과 직거래를 하려 한다. 전 정부에 비해 호전적인 미국 트럼프정권은 “분노와 화염”이라는 극단적 수사를 동원해가며 준 선전포고까지 하고, 북한은 이에 맞서 괌 포위사격을 천명하는 등 양측의 말폭탄은 전쟁 발발 직전까지 치달았다. 불과 열흘 전 상황이다. 

    어제(21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한반도 위기상황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UFG를 앞둔 상황에서 UFG 연기나 현격한 규모축소를 선제적으로 제안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다. ‘피로 맺은 혈맹’이라는 표현이 70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한미군사훈련은 우리 의식 속에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북한은 연 2회 치러지는 한미군사훈련 때마다 “도발책동”이라며 미사일을 쏘는 등 군사적 맞불을 놔서 긴장이 고조돼왔다. 그러나 현재의 북핵 상황은 종래의 긴장과 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의 ICBM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미국 일각에서 “실질적 핵보유국 인정”에서 ‘실질적’이라는 단어를 빼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핵은 잠재위협이 아니라 명백한 실제상황이다. 

    김영삼, 1993년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시켜 

    북한의 전쟁도발 억제 목적으로 시작된 첫 한미군사훈련은 1969년 3월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훈련이다. 두 달 전인 1월 21일의 김신조사태와 1월 23일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태가 연이어 터지자 휴전 이후 첫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됐다. 이후 48년 간 이름을 바꿔가며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나 한미합동훈련이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절대불변은 아니었다. 

    1993년 김영삼정부는 당시 북핵위기 협상을 위해 훈련을 중단시켰다. 파격적 조치였다. 중단 조치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93년 북핵위기는 고비를 넘겼다. 한미동맹을 목숨줄로 여기는 보수진영에서는 양국 합동훈련을 손대면 나라가 곧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김영삼정부 시절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중단한 바가 있다는 것을 깊이 새겨봐야 할 때이다. 현 상황은 지난 1993년 북핵위기에 견줘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 코리아 패씽’에도 대비해야

    북의 ICBM으로 위기가 고조된 올 여름, 북 선제타격론이 공공연히 거론될 때 우리는 아무런 발언이나 결정권을 갖지 못한 채 휩쓸려들어가버리는 이른바 ‘코리아 패씽’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의 운전대 발언이나 8·15 경축사는 그 차원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역 코리아 패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현재 북미간 상태는 전쟁 일보직전 상황에서 일단 대화국면으로 돌아선 양상이다. 북미간 모종의 비밀접촉설이 계속 전해진다. 북핵 현상태 동결을 전제로 북이 주장해온 평화협정전환과, 중국-러시아의 공동 주장인 ‘쌍중단(북 핵실험-ICBM과 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받아들이는 게 현실적 해결방안 아니냐는 얘기가 미국 측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쏙 빠진 채 북미가 모종의 합의에 도달한다면 이 역시 코리아 패씽이다. “어떻게든 평화체제의 주춧돌이 마련만 된다면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역할이 없다면, 그렇게 이뤄진 평화체제는 우리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 역할과 노력 알게 하는 게 중요한 시점  

    우리가 먼저 한미군사훈련의 중단(또는 연기)을 이끌 때 북한과, 사드문제로 대립중인 중국에 대해 우리의 발언권이 커질 수 있다. 북한과 중국에 우리의 요구를 전달하는 강도만큼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운전대를 잡고 주행 방향과 속도를 얘기할 때 진정으로 운전대를 잡는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주장의 시점과 명분이 815 경축사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선도-선제적 언급이 없었던 게  못내 아쉽다. 

    물론 한미 양국 간 비공개접촉을 통해 타진했을 지도 모른다. 또,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행정부가 우리의 군사훈련 연기/축소를 순순히 받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역할과 노력이 있었음을 대내외적으로 알게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북미 양측이 극단적 군사충돌은 피해갈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번 을지훈련기간 중 ‘B-1B 폭격기’ 등 북한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온 전략자산을 동원하지 않는 등 훈련규모 축소를 이끌어내고, 북한도 이 점을 중대하게 인식하면서 대화국면으로 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님을 두고 와서 되돌아간 운전사 송강호의 교훈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는 사지(死地)인 광주로 돌아가면서 “손님을 두고 왔다”고 말한다. 손님에 대한 믿음과 운전사로서의 신념 없이는 하기 힘든 말이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잘 해오고 있지만, 승객인 촛불국민을 믿고 한반도 전체 민중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북한과 미국, 중국에 대해 우리의 자기결정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나간다면 더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을 막기 위해 취하는 조치들은 북의 협박에 굴복해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토를 보위하는” 대통령의 헌법적 의무를 다 하는 것이다. 문재인운전대가 이 역사적 고비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이강윤 언론인 lkypra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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