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div>
▲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또 다시 문재인 정부의 부실 검증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발단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 후보자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인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시작되었다. 이어 자녀의 이중국적, 아내의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연달아 제기됐다. 급기야는 문재인 정부와는 정반대의 역사관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적격 논란은 정점을 향하게 되었다.

박 후보자는 2015년 교수로 재직할 때 쓴 연구보고서에서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이승만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국 근대화의 열망으로 유신이 단행됐다는 듯 썼고, 새마을운동은 ‘진정한 신분계층제도의 타파’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념적 기반이었던 뉴라이트 사관과 닮은 꼴의 역사인식을 가진 인물임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대응은 대단히 안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활동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사전에 파악했다고 하면서도 "종교는 검증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상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불거질대로 불거지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재검증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도 확산되고 있는 상태이다. 당초 야당들이 문제삼았던 정치적 편향성 문제보다 주식투자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최근 1년 반 만에 주식으로만 12억원을 번 것으로 인사청문회 자료에 나타났다.

특히 ‘가짜 백수오 파동’을 겪은 코스닥 상장사 내츄럴엔도텍 주식에 투자해 5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진 상태이다. 이 회사가 2015년 이 후보자가 속한 법무법인 '원'에 사건을 맡긴 의뢰인으로 뒤늦게 밝혀지면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아니었냐는 의심이 대두된 것이다. 특별한 정보 없이 코스닥 주식에 그렇게 대출까지 받아 거액을 ‘몰빵’하고 그만한 차익을 올리는 일이 가능하냐는 상식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를 둘러싼 의혹이 기적과도 같은 행운의 결과인지, 아니면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던 것인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명확히 가려져야 할 일이다.

이 후보자의 주식투자를 둘러싼 의문도 청와대가 최근의 재산변동 상황을 파악하고 검증했어야 할 문제인데, 청와대는 어떤 검증과 판단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특정 종목 주식을 통한 그 정도의 급격한 재산증식이라면 사전 검증의 대상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 1기 인사의 마지막 과정에서 다시 부실검증 인사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다. 그동안 1기 진용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인사들이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 가운데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후보자, 박기영 과학혁신본부장은 사퇴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 때마다 지적되었던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실검증 문제였다. 물론 어느 정부든 인사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그 가운데는 사전에 파악하기가 불가능했던 불가피한 경우들도 많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래 빚어졌던 인사 사고들은 긴장감을 갖고 사전 검증을 제대로 했다면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의 것이 많았다. 당장 이번에 논란이 된 박성진 후보자의 경우도 그가 썼던 칼럼이나 논문들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과정을 거쳤더라면 충분히 미리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당연히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청와대 인사-민정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인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대해 청와대의 누구도 책임지는 말 한번 한 적이 없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부터도 ‘공직배제 5대 원칙’ 번복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없이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청와대가 인사문제에 관한한 불감증에 걸려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등장하는 뼈아픈 말 가운데 하나가 ‘내로남불’이다. 비판자들의 상투적인 말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이런 부실 검증 인사가 논란이 되었을 때 현재의 여당세력은 어떤 태도를 취했던가를 생각해 보면 귀를 열고 받아들일 얘기이다. 읍참마속(泣斬馬謖)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집단 불감증이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그러니 탁현민 행정관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속에 여전히 건재해있는 것 아니겠는가. 박근혜 적폐만 청산하다가 내 도끼 자루 썩는 줄은 모르고 계속 갈까 걱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