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7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한다'라는 답변은 69%로, 지난주보다 3%p 하락했다. 반면에 부정평가는 23%로 지난주보다 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1~13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지난주 주간 집계 대비 2.3%p 내려간 66.8%로 3주째 하락했다.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2.2%p 오른 26.8%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들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따른 외교안보위기 상황,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잇따른 인사 논란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물론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상회하는 워낙 높은 기록을 보였기에, 70% 아래의 지지율만 되어도 제법 하락한 것으로 느껴질 뿐이다. 몇 % 정도의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것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국정을 운영할 일도 아니요, 그것으로 정부를 평가할 일도 아니다.

다만 국정지지율의 이같은 단기적 흐름을 접하면서 5년 가는 지지율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느 정권이든 집권하면 기대심리의 영향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거치며 들어선 정부이기에 그에 대한 기대는 유난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직 국정운영의 구체적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렇게 높은 지지율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막상 문재인 정부의 기반은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다. 지지율이라는 것이 언제든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동안 지지율을 무기로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아가려 했던 구상은 사실 안정적인 것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여소야대 국회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초기의 지지율에 도취되어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은 금물이다.

그런 가운데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었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도 안개 속에 갇혀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김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목소리를 높여 야당의 “무책임한 횡포”를 비난했다. 하지만 “상상도 못했다”는 청와대의 일성은 현재의 정국에 대해 자신들이 얼마나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던가에 대한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제 두 가지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가능한 명분을 되찾아야 한다. 야당에 비해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자신의 뜻대로 정국을 이끌려면 일단은 스스로 당당해야 할 일이다. 국민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박성진 후보자나 탁현민 행정관 같은 인물들을 감싸온 광경은 인사 문제에 관한 현정부의 난맥상을 드러냈고 국민적 불신을 키워왔다. 불통이라는 비판 속에 국민의 실망을 낳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문제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부실검증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는 아는 사람들끼리 추천하고 검증하는 ‘이너 서클’ 끼리의 인사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의 인사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하고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자기의 잘못을 먼저 바로잡지 못하면 그 다음 얘기를 할 자격이 없어진다.

두 번째로, 협치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야당은 자발적으로 집권세력을 돕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선한 야당’을 기대했다면 비현실적인 착각이다. 야당들은 자기들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런 야당들을 상대로 “땡깡 부리는 집단”이라 비난하고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야당을 심판하는 것은 국민이여야지, 청와대와 여당이 그것을 하고 있으면 정국은 더 어렵게 될 뿐이다. 그때 최대의 피해자는 문재인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국회 환경에서 집권세력에게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항목이다. 집권 이래로 공을 들였어야 했다. 그러나 인사에서도 정책에서도, “우리만이 옳다”는 확신과 “우리 끼리 할 수 있다”는 과신이 오늘과 같은 상황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박성진 후보자 같은 사람을 기용하면서 ‘다양성’을 말할 바에야,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으로부터 장관 후보자 추천을 받았다면 협치의 수준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김이수 후보자 낙마 이후에도 청와대는 분개만 하는 모습이고, 앞으로에 대한 지혜로운 정치적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라도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간의 협치의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청와대와 여당이 특단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야당이 잘했다는 게 전혀 아니다. 여전히 이념의 잣대를 휘두르며 무조건 반대에 매달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인물에 대한 평가보다 정치적 판단을 앞세우는 국민의당의 모습이 시대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파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시대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야당들의 지리멸렬상도 오래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들의 지지율이 꼭 제로 섬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권세력도 국민의 안정적 지지를 얻지 못하게 되고, 야당들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나라는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정치가 다시 정파들 간의 오기와 생존의 대결장이 되어버리면 혼돈의 시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직은 기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을 때, 그런 상황을 막을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 출발은 문재인 정부의 자기쇄신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한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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